- 산불 상황 빠른 전파 체계 빈약
- 운봉산 불로 임야 56.9㏊ 태워
- 실시간 화재상황 전파시스템
- 지자체장 현장 통합지휘 필요
- 과거 불 확산방지에 초점뒀지만
- 올해는 민가방어선 중점 ‘눈길’
지난달 2일 부산 해운대구 운봉산을 시작으로 사흘 뒤 기장군 남대산까지 나흘에 걸쳐 대형 산불이 부산을 휩쓸었다. 잇따른 산불은 부산지역 역대 최장인 29시간 동안 지역의 임야 61㏊를 태웠다. 운봉산에는 학교 요양원 어린이집 등이 있어서 이번 산불로 자칫 대형 인명 피해까지 날 수 있었다. 하지만 산불 발생지 주변 운봉·고촌마을 주민과 시설에 재난 안내·대피 문자와 방송이 신속하게 전파되면서 인명 피해는 없었다. 그 결과 이번 사고에 대응한 소방 당국과 시의 자세는 산불 진화의 패러다임을 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산불 진화가 확산 방지에 초점을 맞췄던 것과 달리 올해는 불이 민가로 확산하지 않도록 방어선을 구축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진화 과정에서 민간과 산림청, 군 부대, 소방 당국, 구·군이 협조 체계를 잘 유지한 것도 추가 피해를 막은 요인으로 거론된다. 나흘간 산불 진화를 위해 소방 공무원 등 7900여 명이 동원됐으며, 강원도 산불 피해가 막심한 상황에서도 산림청 소방 해군 육군의 헬기 46대가 투입됐다. 또 경남과 울산에서는 자체 임차 헬기를 지원해 부울경 협력 체계를 과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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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대형 산불이 발생한 부산 해운대구 운봉산에서 해운대구 직원과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잔불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
■빠른 상황 전파 못한 시스템
이런 대처에도 불구하고 이번 산불 진화 과정에서 크고 작은 아쉬움이 남았다. 대형 화재가 난 산 대부분이 그렇듯, 이번에 불이 난 운봉산 역시 산세가 험하고 임도가 적어서 진화 차량의 접근이 쉽지 않았다. 향후 소실된 나무를 다시 심는 과정에서 이런 부분을 고려해 복구 작업을 벌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불 감시 체계를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산불 발생 전후 상황을 감시하고 전파할 직원이 상시 근무했다면 산불의 추가 확산을 막을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산불의 경우 두꺼운 낙엽층 아래에 숨은 불씨가 나무 뿌리를 타고 재발화해 막판 진화에 어려움을 줬다. 큰불을 끈 뒤 4시간마다 뒷불을 감시·보고하는 후반 작업을 강화할 시스템과 인력이 절실하다. 이에 부산시는 일부 지자체에서 운영 중인 산불 기동 감시조를 지자체 전역으로 24시간 확대 운영하는 방안을 다음 달 열릴 기관 간 산불예방 토론회 때 논의할 예정이다.
산불 발생 후 시민 피해를 최소화하고 진화 작업의 효율성을 꾀하기 위해 상황 전파 시스템을 개선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이에 시는 산림청의 도움을 받아 산불상황관제시스템을 개선한다. 새 시스템이 마련되면 기상청 기상 정보와 드론이 파악한 공중 정보를 종합한 산불 진화 정보가 각 언론과 구·군에 실시간으로 공유돼 상황에 맞는 대피와 진화 작업이 벌어질 수 있다. 이번 운봉산 산불 진화 과정에서 바람의 방향이 북서에서 남동으로 갑자기 바뀌면서 자칫 불길이 진화 작업지를 넘어 다른 곳으로 확산될 수 있었다. 하지만 기상청의 풍향 모니터링 덕분에 저지선을 효과적으로 구축할 수 있었다. 이처럼 다양한 정보가 결합된 실시간 화재 상황 전파 시스템이 강화되면 효과적인 진화뿐 아니라 대피도 가능하다.
■지자체장 통합 지휘체계 시급
이번 산불 진화 과정에서 아쉬움이 컸던 부분 중 하나는 산불 진화를 총괄하는 현장 지휘소를 소방 당국이 꾸렸다는 점이다. 산림보호법 37조에 따라 산불의 진화 지휘는 시장 군수 구청장 등의 지자체장이 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산불 대응 과정에서 지자체장이 주도적으로 현장을 진두지휘할 지휘소가 지자체 자체적으로 마련되지 않아 아쉬웠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시는 화재 발생 시 소방이 운영해온 현장 지휘소를 각 구·군이 권역별로 운영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시는 각 구·군의 부서별 임무와 역할을 명확하게 부여해 이를 기반으로 한 협업 체계가 만들어지게 한다. 이에 시는 지난 4월 바뀐 산림청 산불 재난 위기 대응 매뉴얼에 따라 화재 발생 시 긴급 상황은 소방 중심으로 대응하고, 전체 화재 작전은 각 구·군의 현장 지휘소를 중심으로 통합 관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화재 작전 장비의 일원화도 꼭 필요하다. 현재 일선 구·군에서 쓰는 ‘진화차’ ‘중형 기계화 시스템’ ‘소형 기계화 시스템’ 등의 진화 장비는 2만5000여 개다. 이들 장비 모두 진화 호스의 크기가 달라 각 구·군의 협력 진화가 필요할 경우 장비 간 호환에 어려움이 있다. 이에 시는 각 구·군의 진화 장비에 표준호스(직경 13㎜, 길이 700m)가 설치될 수 있도록 단일화 작업을 추진한다. 시 관계자는 “구·군 간에 유기적으로 지원할 수 있게 진화 장비의 설비를 일원화하고 10년 이상 된 것은 교체를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구·군 간 원활한 협조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산불 현장에서 운용하는 무전기의 통합 채널을 갖추는 것도 시급하다. 실제 이번 운봉산 산불 진화 작업 중 시가 각 구·군 지휘부에 무전기를 통해 같은 내용의 지휘를 일일이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단일 무전망 구축을 위해서는 2㎞ 단위로 중계기를 설치해야 하는데, 20억 원가량의 예산이 필요하다. 시는 비슷한 비용이 드는 디지털방식의 단일망 무전기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시 관계자는 “이번 산불을 계기로 추진되는 개선 사항이 많다”며 “각 구·군의 산불 감시원, 예방 진화대 등 기간제 인력 600여 명의 산불 진화교육도 매년 하반기 3개월 진행한다. 300장에 이르는 산불 대처 매뉴얼도 포켓용으로 제작·배부해 사고 발생 시 직원들이 즉각 대처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륜 기자
◇ 부산지역 역대 대형 산불 상황 및 원인 |
발생 날짜 |
지역 |
산 |
진화 시간 |
피해 면적 |
원인 |
2011년 3월 25일 |
강서구 지사동 |
보배산 |
18시간 35분 |
88㏊ |
입산자 실화 추정 (미검거) |
2018년 1월 1일 |
기장군 장안읍 기룡리 |
삼각산 |
13시간52분 |
65㏊ |
풍등 및 방화 추정 (미검거) |
2019년 2월 26일 |
사하구 당리동 |
승학산 |
1시간46분 |
2㏊ |
방화범 검거 |
2019년 4월 2일 |
해운대구 반송동 |
운봉산 |
17시간52분 |
56.90㏊ |
쓰레기 소각 실화범 검거 |
2019년 4월 5일 |
기장군 장안읍 |
남대산 |
10시간43분 |
4㏊ |
입산자 실화 추정 (수사 중) |
※자료 : 부산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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