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진침대 매트리스 사태 1년
- 정부 발암물질 대책 부실 여전
- 생리대·침구류서도 잇단 검출
- 국회의원들 관련법 개정 나서
- 작년 강서구 대단지 아파트서
- 법정기준치 4배 초과 검출 파문
- 시공사 자재 교체 약속했지만
- 7개월째 공사 시작조차 안 해
지난해 5월 대진침대 매트리스에서 라돈이 검출되면서부터 시작된 ‘라돈 공포’는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다. 건강 증진 목적으로 일반 매트리스보다 많은 돈을 주고 대진침대를 산 소비자는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았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2010년 이후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된 매트리스가 7만864개가량 팔린 것으로 추산한다. 대진침대 사태 이후 원안위는 모두 7만284개의 매트리스를 수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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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거된 대진침대 매트리스. 국제신문DB |
문제가 된 매트리스 중 상당수가 수거됐지만, 사태 발생 이후 1년이 지나도록 폐기되지 않고 대진침대 본사 창고 등에 쌓여 있다.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이 제조업자에게 수거와 폐기 조치 의무를 부여했지만, 구체적인 폐기 방법은 명시하지 않은 까닭이다.
원안위는 외국과 같이 라돈을 방출하는 모자나이트가 든 부분을 소각한 뒤 발생하는 재를 매립시설에 묻는 방식을 검토 중이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세우지 못한 상태다. 라돈 공포가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가운데 생리대, 침구류 등에서도 라돈 검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부산에도 번진 라돈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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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 관계자가 부산 강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라돈 수치를 측정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이 아파트 거실에 정밀 측정기를 설치해 놓은 모습. 국제신문DB 부산시 제공 |
지난해 11월 5000세대가 거주하는 부산 강서구 A 아파트에서도 라돈이 검출돼(국제신문 지난해 11월 14일 자 6면 등 보도) 입주민이 불안에 떨였다. 아파트 거실과 화장실에 설치된 화강암 선반 등에서 ㎡당 740~925베크렐의 라돈이 검출됐다. 이는 법정 기준치 (㎡당 200베크렐 이하)를 4배 이상 초과한 수치였다. 대진침대 사태로 라돈에 대한 경계심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상황에서 집의 거실과 화장실에서 폐암을 유발할 수 있는 라돈이 나온다는 소식이 퍼지자 아파트 주민은 물론 부산 시민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아파트 시공사와 시는 주민 불안 해소를 위해 곧바로 정밀 측정을 진행했다. 하지만 측정 방법(측정기 설치 위치와 높이, 표본 수)에서 주민과 이견을 보여 라돈 검출량이 정상 범위에 속한다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주민들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진 2차 정밀 측정에서는 주민이 요구하는 측정 방법을 수용해 측정이 이뤄졌지만, 공포가 고조되면서 시공사와 시에 대한 불신은 해소되지 않았다. 시와 지역구 국회의원이 나서 시공사와 회의 끝에 문제가 된 자재를 교체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시공사가 자재 전면 교체를 위해서는 전체 주민의 70% 이상 동의를 받아오라는 납득할 수 없는 조건을 내세워 공사는 7개월째 시작도 하지 못하고 있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라돈 공포
A 아파트에서 벌어진 라돈 사태 이후 라돈을 바라보는 시민의 경계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이에 시민들은 시와 각 구·군이 대여하는 라돈 간이 측정기인 ‘라돈 아이’를 빌려 집안은 물론 생활용품의 라돈 검출량을 스스로 측정하고 나섰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시는 206개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를 통해 라돈 아이 무료 대여 사업을 실시했다. 이 기간 8094명의 시민이 라돈 아이를 대여했다. 이 중 법정 기준치인 4pCi/L를 초과한 경우는 모두 304건이었다. 기준치를 넘어선 304건 중 약 85%(258건)는 매트리스, 라텍스 매트 등 침구류였다.
지난해 11월에는 한 중소기업이 생산한 침구류에서 기준치의 11배를 초과한 라돈이 검출돼 시가 정밀 측정을 벌였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달 7일에는 부산에 본사를 둔 기업이 생산한 전기매트 5개 모델에서 라돈이 검출됐는데, 연간 피폭선량의 최대 9배를 넘어서는 것으로 확인됐다.
■뚜렷한 대책 없었던 정부
대진침대 사태에 이어 강서구 A 아파트 사태를 겪으며 정부 대응에 부실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A 아파트 주민은 집안에서 기준치 이상의 라돈이 검출된 것이 확인되자 곧바로 정부 부처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돌아온 답변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 “해줄 수 있는 조처가 없다”였다. 원안위는 ‘생활주변방사능 안전관리법’을 들어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국토교통부 역시 기준이 없어 조처를 취할 수 없다고 전했으며 환경부는 ‘실내공기질관리법’에 라돈에 대한 기준은 있지만, 권고 사항에 속해 법적·행정적 대응이 어렵다고 밝혔다.
이처럼 국민적 공포가 극에 달했지만, 정부 차원의 대응책이 없자 지역구 국회의원이 나서 관련법 개정 등에 나섰다. 민주당 전재수(북·강서갑) 의원은 지난해 11월 라돈을 방출하는 건축물 자재 사용을 금지하는 ‘실내공기질 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한국당 김도읍(북·강서을) 의원은 여러 부처로 나뉜 라돈 등 생활 속 방사능 관리·감독을 일원화하는 관계부처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주문해 범정부적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