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산집행 허위작성땐 확인 못 해
부산시가 3년째 엉터리로 집계된 ‘정비사업 통합 홈페이지’ 정보 공개율(국제신문 지난 15일 자 2·8면 보도)을 높이겠다며 재개발·재건축 조합(추진위) 측이 마구잡이로 예산 자료를 등록할 수 있도록 해 논란이 인다.
시는 지난달 25일부터 지역 재개발·재건축 조합이 엑셀·PDF·워드 파일로 자체 작성한 예산 정보를 정비사업 통합 홈페이지에 공개할 수 있도록 정책을 수정했다고 1일 밝혔다.
원래는 통합 홈페이지와 연계된 공식 예산회계 시스템을 통해서만 자료를 등록할 수 있었다. 이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예산 사용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것인데, 시가 이번에 정책을 바꾸면서 3억 원을 투입해 통합 홈페이지를 개발한 취지가 무색해졌다.
조합이 예산회계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만든 파일로 정보를 공개하면 조합원은 예산 집행 과정을 투명하게 살펴볼 수 없다.
예산회계 시스템에는 조합이 현금과 통장 자산을 등록한 뒤 정비사업에 집행된 예산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잔액 등이 계산된다. 시가 조합원의 알 권리와 재산권을 보장하는 시스템을 개발하고도 신뢰할 수 없는 자료로 실적만 채우는 셈이다.
또 시의 이번 조처는 현행법과 조례에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련 법은 시가 정비사업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운영 방법 등에 필요한 사항은 조례로 정하도록 했다. 조례는 조합이 예산회계 시스템에 예산회계 처리 사항을 입력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 4월 조합을 상대로 홈페이지 활용 교육을 진행하면서, 조합이 자체적으로 만든 예산 파일을 등록하지 못하도록 했다. 그러나 불과 3개월 만에 이 같은 방침을 180도 바꾼 것이다.
홈페이지를 사용하는 한 조합원은 “조합이 만든 파일로 예산을 공개할 거면 왜 예산회계 시스템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이 시스템을 활용하지 못하면 조합이 조합원 돈을 가지고 어떤 비리를 저질러도 확인할 길이 없다”고 주장했다.
시 관계자는 “현행법상 홈페이지를 통한 정보 공개가 강제 사항은 아니다. 따라서 조합의 정보 공개율을 더 높이려고 이런 조처를 했다”며 “현재 진행 중인 홈페이지 운영 실태 점검을 마친 뒤 다시 문제점을 분석해 해결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