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테랑 프로파일러 대거 투입
- 정서적 친밀감 쌓고 신뢰 형성
- 5·7·9차 살인사건 DNA 증거물
- 목격자 버스 안내양 진술 결정적
- 경찰, 추가 범행 가능성도 조사
경기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된 이춘재(56)가 무려 14건의 범행을 자백하면서, 경찰은 그의 추가 범죄를 모두 밝혀내고 검증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1일 경기남부경찰청 등에 따르면 이춘재는 1994년 충북 청주에서 처제를 성폭행·살해해 부산교도소에 무기수로 수감될 때까지 알려진 것 외에 더 많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시인했다. 연쇄살인사건이 벌어진 화성 일원에서 3건, 처제를 살해한 청주에서 2건이다. 이들 미제사건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은 이 밖에도 1차 사건 피해자가 발견된 1986년 9월 15일 이전인 같은 해 2월부터 7월 중순까지 당시 화성군 태안읍 일대에서 발생한 7건의 연쇄성폭행사건도 이춘재와 연관성이 있는지 들여다본다. 성폭행사건 피해자들이 공통으로 범인을 ‘165㎝ 정도의 키에 20대 초중반’이라고 지목하고, 범인이 피해자의 옷을 사용해 결박한 점 등을 보면 이춘재가 저지른 연쇄살인사건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경찰은 33년 전 연쇄성폭행사건의 피해자들과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춘재의 범행이 자백한 14건보다 더 많을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이춘재는 그동안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해 왔다. 그러나 지난달 말부터 경찰이 프로파일러를 동원해 압박하자 조금씩 심경의 변화를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은 이춘재를 용의자로 특정한 지난달 18일 이후 1일까지 13일간 부산교도소에서 모두 9차례 대면 조사를 벌였다. 주말을 빼면 거의 매일 조사를 진행했다. 잦은 조사를 통해 정서적 친밀감과 신뢰를 뜻하는 ‘라포’를 형성하면서 이춘재의 심리적 방어막이 조금씩 무너진 것으로 풀이된다.
사건 당시 목격자인 버스안내양 엄모 씨가 최근 경찰의 법 최면 조사에서 “범인은 이춘재가 맞다”고 진술한 것도 이춘재를 설득하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엄 씨가 사진 속 이춘재와 자신이 목격한 범인의 얼굴이 일치한다고 진술한 점을 내세워 이춘재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전해진다.
5·7·9차 사건 증거품에서 나온 이춘재의 DNA도 그의 심리적 저항선을 무너뜨렸다. 또 1989년 이춘재가 강도예비 혐의로 구속된 이후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지 않다가, 그가 석방된 지 7개월 만에 재발한 점 등 다양한 증거가 압박 수단이 됐다.
경찰은 일단 이춘재의 자백에 신빙성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데 주력한다. 당시 방대한 수사 기록을 일일이 대조하며 검증 작업을 벌이고 있다.
황윤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