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차 오면 단말기에 경고 표시
- 2017년 도입 불구 턱없이 부족
- 사망·부상 노동자 당시 드릴작업
- 경고음 울렸어도 무용지물 지적
- 철도노조 재발 방지 대책 촉구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반복되는 열차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지난해 열차접근경보 단말기를 보급했지만 수량이 턱없이 부족한 데다 실제 작업장에서는 각종 소음 탓에 제 기능을 못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4일 코레일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22일 경남 밀양역에서 발생한 철도 노동자 사상사고(국제신문 지난 23일 자 6면 보도) 당시 선로작업반이 소속된 삼랑진시설팀의 직원은 모두 31명이지만, 열차접근경보 단말기는 5대만 지급된 상태였다. 사고를 당한 작업반에는 7명이 있었지만 단말기는 1대만 지급됐고, 당시 노동자들은 이 기기를 소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2017년 코레일은 후진국형 안전사고를 예방하려고 ‘양방향 정보 교환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는 열차가 작업 위치 2㎞ 인근에 도달하면, 화면·음성·진동으로 작업자의 모바일 단말기 및 기관사 내비게이션 화면에 경고 표시를 하는 시스템이다.
코레일은 열차접근경보 앱 개발을 2017년 완료하고, 같은 해 10월 기관사 내비게이션 단말기 1708대를 구매했다. 또 지난해에는 모바일 단말기 679대를 구매해 일선 부서에 배부하는 등 시스템 구축을 마쳤다. 예산은 14억4500만 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지난달 감사원이 발표한 ‘철도 안전 관리실태 감사’에서는 모바일 단말기를 철도공사 직원에게만 주고 선로 작업을 하는 외부업체 노동자에게는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이번에 밀양역에서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은 모두 코레일 정직원이다. 이들 작업반과 시설팀에는 단말기가 보급됐지만, 대수는 턱없이 모자랐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시스템을 보급하는 단계이고, 프로그램도 계속 업데이트 중이다. 현재는 열차 감시자가 직접 열차가 들어오는 것을 알리는 신호수 역할을 하고, 기기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된다”고 해명했다.
시스템 자체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사고 당시 밀양역 사고 현장 600여 m 앞에서 신호원이 열차가 온다는 신호를 주고 무전도 했지만, 노동자들은 드릴로 작업하던 중이라 소음 탓에 알아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철도노조 관계자는 “선로 작업 지역 중에는 무전 난청 지역도 있다”며 “무전을 못 듣는데 경고음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전국철도노조 중앙쟁의대책위원회는 24일 부산역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밀양역 사고는 예견된 인재”라며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코레일에 촉구했다.
대책위는 “열차가 운행 중인 철길 위에서 진행되는 ‘상례 작업’을 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이 이번에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곡선 구간에 열차 감시자가 한 명만 더 있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안전 인력 충원 등 법·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