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레넌벽 문제로 대학가도 갈등
- 경찰, 충돌대비 병력배치 계획
홍콩 민주화 시위가 연일 격화하는 가운데 부산에서 중국과 홍콩 남자 축구 국가대표팀이 격돌한다. 축구 경기가 양쪽 진영의 대리전 양상을 띠면서 대한축구협회와 부산시 등 관계기관에도 비상이 걸렸다.
양팀은 오는 18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리는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 동아시안컵(EAFF E-1) 챔피언십’에서 맞붙는다.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1개 도시에서 단독 개최되는 올해 동아시안컵은 한국 중국 일본 홍콩 대만 5개국의 8개 팀이 참가해 10일부터 9일 동안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과 구덕운동장 2곳에서 열린다.
국내 축구 팬의 관심은 같은 날 열리는 한일전에 쏠려있지만 지난 6월부터 이어진 홍콩 민주화 시위로 중국과 홍콩의 경기도 높은 관심을 끈다. 홍콩의 엄중한 정세 속 양팀이 맞붙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19일 부산대에 부착됐던 ‘레넌 벽’이 철거되는 등 부산에 체류하는 중국인과 홍콩인의 갈등도 여전한 상황이다. 부산대 ‘자유 홍콩을 위한 학생연대’는 레넌 벽 훼손자를 찾기 위해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 경기 시작 전부터 스포츠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분위기가 살벌하겠다” “이 경기 말려야 하는 것 아닐까” “홍콩의 분노를 줄일 수도 있지 않을까” 등의 의견이 대부분이다.
대한축구협회 부산시 경찰 소방 등도 최근 ‘동아시안컵 대회 준비사항 보고회’에서 중국과 홍콩 경기와 관련해 인근 경비 병력을 증대하는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한일전도 같은 날 펼쳐져 안전상의 문제로 경찰과 소방당국에 추가 인력 배치를 부탁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한일전은 이미 여러 차례 치러 크게 우려하지 않는 분위기다. 중국과 홍콩 축구 경기 중 선수의 몸싸움이나 경기 결과에 따라 관중 충돌의 가능성이 있어 경비 병력을 추가 배치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