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풍 피해 영도 조손가정 승아네 - 월셋집 마련… “바람, 안 무서워” - 질병으로 누워만 지내던 경민네 - 휠체어 출입 가능한 역세권 이사 - 곰팡이 핀 집 살았던 지훈네 - 어린이재단, 완전 리모델링 계획
- 주거환경 개선… 아이 정서 안정 - 어른도 “다시 일어설 마음 생겨”
국제신문이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함께 ‘10대의 빈곤’ 시리즈를 보도한 이후 아이들의 삶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본지는 특히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 주거는 삶의 기본 요건인 ‘의식주’ 중 하나인 데다 아이들이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내며 안정을 찾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경성리츠 등으로부터 받은 후원금으로 이사를 하거나 리모델링 된 집을 갖게된 아이들과 가족들은 “이제 다시 일어설 마음이 생겼다”며 희망의 싹을 틔웠다.
부산 동구 산복도로에 사는 정은이네는 곰팡이가 핀 전셋집에서 살다가 계약기간이 만료돼 지난달 급히 집을 구했으나 천장이 무너지는 등 너무 낡아 수리에 엄두를 내지 못했다. ‘10대의 빈곤’보도 이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지원을 받아 집 전체를 리모델링해 새로운 보금자리로 옮겼다. 정은이 이전 집과 새 집 수리 전, 수리 후 모습(왼쪽 사진부터).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공
지난 여름 불어닥친 태풍으로 집이 무너져 당장 살 곳이 없었던 영도구 조손가정 승아(가명·10)네도 지난 9월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았다. 2층 주택 1층에 자리 잡은 새집은 세 개의 방마다 큰 창이 달렸다. 이전 집은 보일러가 없어 겨울마다 전기장판에 의존해야 했지만 이젠 뜨끈한 아랫목에서 잠을 자고, 온수도 마음대로 쓸 수 있게 됐다.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승아에게 일어났다. 바람이 불 때마다 문이 흔들려 소음에 민감했으나 지금은 안정을 찾았다. 자기만의 공간이 생긴 승아는 하교 후엔 대부분 책상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요즘엔 팔찌 만들기와 종이접기에 빠졌다며 취재진에게 그동안 만든 작품을 자랑하기도 했다. 얼마 전엔 친구를 집에 데려오고 싶다던 소원도 이뤘다. 승아는 “친구랑 유튜브를 보면서 놀았다”며 “이젠 바람이 불어도 무섭지 않다”며 해맑게 웃었다.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은 승아네에 보증금 500만 원과 1년 치 월세 등 500만 원을 지원했으며, 향후 1년간 월세를 더 지원할 계획이다.
창문도, 씻을 곳도, 밥해 먹을 곳도 없는 이른바 ‘창고집’에서 살던 영수(가명·17)는 보증금 1000만 원을 지원받아 추위가 닥치기 전 방 2개 거실 겸 부엌 1개, 화장실 1개가 있는 지금의 집으로 거처를 옮겼다. 40㎡ 남짓한 작은 공간이지만 영수 아빠는 “여름에 바닥 시멘트 가루가 날려 선풍기도 제대로 틀지 못했던 것에 비하면 호텔 수준”이라며 웃었다. 부엌이 생겨 끼니를 제때 챙겨 먹을 수 있게 된 것도 큰 변화다. 영수 아빠는 “도움을 받은 만큼 내년 봄부터는 일을 다시 시작해보려 한다. 언젠가는 내가 다른 사람을 도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근이영양증으로 온종일 집에서 누워만 지내던 경민(가명·13)이도 보증금 1000만 원을 후원받아 동구 역세권으로 집을 옮겼다. 집 입구가 좁고 가파른 탓에 엄마는 몸무게가 40㎏이 넘는 경민이를 하루에도 몇 번씩 안거나 업어서 휠체어를 태워야 했지만 지난달 대로변에 있는 지금의 집으로 옮긴 후엔 휠체어에 아이를 태운 채로 집까지 들어갈 수 있게 됐다. 보건소도 집 바로 앞이어서 급할 때 찾아가기도 편해졌다. 무엇보다 방이 2개로 늘어 그동안 집이 좁아 그룹홈에서 생활하던 형도 같이 살기로 했다.
곰팡이가 핀 집에서 엄마, 아빠, 누나와 함께 살던 지훈(가명·11)네는 집수리를 위해 지난 10월 임시 거처로 옮겼다. 어린이재단은 2000만 원을 들여 집 전체를 리모델링할 계획이다.
빈곤 가정 지원이 이어지면서 해당 기초 지자체에서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동구 관계자는 “사례에 등장한 아이 가정을 방문해 생활을 살펴보려고 한다”며 “긴급 의료비 지원 등 구 차원에서도 추가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