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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졸업 에세이-1985년생 김지훈·김지혜 <프롤로그-1> 떠나는 자

‘04학번’ 지훈·지혜, 일자리 찾아 부산 엑소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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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년 혹한기’ 2009~2013년
- 대학 졸업 앞둔 24~28세 때
- 최악의 고용·실업률 이중고
- ‘탈부산’ 2만3282명 최고조
- 1985년생 40.7% 달하기도

- 2012년 총선 출마 후보들
- 고용 의무제·지방대 할당 등
- 쏟아낸 청년공약은 희망고문
- 꿈꾸던 서울 직장·유학 생활도
- 비정규직 기본, 고시원 전전

지난해를 끝으로 1985년생은 청년을 ‘졸업’했다. 부산에서 태어난 5만7212명의 김지훈·김지혜 씨는 대부분 04학번으로 대학에 들어갔다. 휴학 없이 다녔다면 김지혜 씨는 23세(2008년·이하 만 나이), 김지훈 씨는 25세(2010년) 무렵부터 사회생활을 준비했다. 이들이 구직 시장에 뛰어든 당시 한국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불린 세계적 불황에 휩쓸렸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고시촌 전경. 서울로 떠난 부산지역 1985년생 대다수가 신림동을 비롯한 고시촌과 원룸촌에 홀로 자리를 잡았다. 2009~2018년 10년간 부산에 살던 1985년생 8450명이 서울로 주소지를 옮겼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24세(2009년) 김지훈A가 그랬다. 영양사인 그는 2004년 동래구 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고향을 떠나 ‘인서울’했다. 이때부터 김지훈A는 줄곧 서울에서 혼자 살았다. 직장도 서울에서 얻었다. 첫 직장은 병원이었다. 식품영양학을 전공한 이력을 살려 2008년 2월부터 일했다. 졸업하자마자 또래보다 일찍 일자리를 구했다. 대학 때 평균 학점 4.2점(4.5점 만점)을 받은 우등생인 덕이었다.

그러나 현장은 강의실에서 배운 것보다 훨씬 고됐다. 대학에서 배운 이론과 기술은 쓸모가 없었다. 하루하루 허덕이며 일주일에 42시간을 병원 조리실에서 보냈다. 첫 월급날 통장에 들어온 돈은 80만 원. 집세를 내고 남은 돈은 다음 달 생활비로 쓰기에도 빠듯했다. 저축은 어림도 없었다.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어엿한 청년인 김지훈A는 부산에 계신 부모님의 손을 빌려야 했다. 1년짜리 계약직의 현실이었다. 두 번째 직장인 한 정부 기관에서도 일당 5만 원, 한 달에 108만 원을 받는 계약직으로 일해야 했다.

‘이래서는 쥐꼬리만 한 월급에다 언제 잘릴지 모를 일자리밖에 못 얻겠다’는 두려움이 밀려들었다. 그러나 어쩔 수 없었다. 2008년 당시는 세계 경제가 휘청이던 시절이었다. 채용 기회 자체가 거의 없었던지라 아무 일자리나 일단은 붙잡아야 했다.

김지훈A만 그런 건 아니었다. 27세(2012년) 김지훈B도 전공과 상관없는 곳에서 일했다. 김지훈B는 수영구에서 태어나 서울 한 사립대 사회과학부를 졸업한 문과생이다. 지금은 부산 강서구 플라스틱 제조업체에서 디자이너로 일한다. 대학에서 배운 것과 무관한 일을 하지만, 괜찮다. 일주일에 60시간 일하는 ‘빡센’ 직장인데다, 월급은 183만 원 박봉이지만 큰 불만은 없다. 2011년 처음 얻은 직장이 경영난으로 문을 닫아 순식간에 실업자가 된 쓰라린 경험을 해봤기 때문이다. 첫 직장은 10곳의 회사에 지원한 끝에 어렵게 입사한 곳이었다.

김지훈·김지혜 씨가 취업 전선에 뛰어든 당시는 어떤 일자리든 일단은 직장을 가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수치를 봐도 그렇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0일 ‘하향 취업의 현황과 특징’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금융위기 당시 하향 취업률이 큰 폭으로 증가했으며, 이후 상승세가 더 가팔라졌다”고 분석했다. 하향 취업이란 4년제 대졸자가 고졸 이하 학력을 요구하는 일자리에 취직한 것을 말한다. 2000년대 초 20% 초반대에 머물던 하향 취업률은 2009년 무렵부터 25%를 웃돌기 시작했다.
   
부산의 상황은 특히 나빴다. 2007년 부산지역 청년(15~29세·통계청 기준) 취업률은 40%로, 7개 특별·광역시 가운데 3위였다. 그러다 2009년 37%로 광주와 함께 공동 최하위, 2010년 34.7%로 단독 꼴찌를 기록하며 내려앉았다.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부산에 출마한 후보들이 ‘청년 의무 고용제’ ‘지방대 출신 대기업 취업 할당’을 비롯한 청년 공약을 무더기로 꺼내든 이유였다. 1985년생인 손수조(당시 27세) 씨가 ‘청년 후보’란 이름을 내걸고 정계에 입문한 것도 이때다.

7년 뒤인 2016년에야 부산은 40%대 청년 취업률을 회복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을지 모른다. 24~28세였던 2009~2013년 부산을 빠져나간 김지훈·김지혜 씨는 2만3282명에 달한다. 수치상 1985년 부산지역 출생아 수의 40.7%가 이 기간 ‘탈부산’했다.

어찌 됐든 직장을 구한 김지훈A·B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사하구에서 태어나 부산지역 국립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한 26세(2011년) 김지훈C 는 취업 대신 대학원 진학을 택했다. 적어도 석사 학위는 있어야 취업에 재도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10곳의 회사에 이력서를 넣어 모조리 떨어진 뒤 내린 판단이다. 언젠가는 연봉 3000만 원을 받는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되는 게 김지훈C의 꿈이었다.

이마저도 벼랑 끝이라곤 할 수 없다.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31세(2016년) 김지훈D는 고향을 찾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영도구에서 태어나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살았다. 법조인의 꿈을 안고 재수 끝에 서울 한 대학 법학과에 입학했다. 28세(2013년)에 처음 사시에 도전해 낙방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는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다’는 희망도 움텄다.

다음 해인 2014년부터 본격적인 ‘고시 모드’에 돌입했다. 2016년 8월까지 3차례 더 사시에 응시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교내 특강과 학원 수업에 쓴 돈이 매달 100만 원이었다. 잠은 하루 6시간만 잤고, 술은 1년에 딱 1번 마셨다. 고시를 준비하느라 대학 졸업 후에도 부모님에게 한 달 140만 원씩 생활비를 받았다. 그러나 좌절을 느낄 새도 없었다. 당장 2017년부터 사시가 폐지될 판이었다.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다.

다른 친구들처럼 취업을 위해 외국어를 공부한 적도, 정부가 지원하는 취업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도 없었다. 토익 점수도 사시 응시에 필요한 최저 기준인 700점에 턱걸이만 했다. 다른 방도는 없었다. 사시에 붙어야만 했다. 다시 서울 중랑구 한 고시원 책상에 앉아 육법전서를 넘겼다. 이대로 부산으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낙향했다’는 열패감을 이길 수 없을 것 같았다.

국제신문은 한국고용정보원의 대졸자직업이동경로조사(GOMS) 로데이터를 기반으로 부산에서 출생한 1985년생의 생애를 추적했다. 아쉽지만, GOMS 데이터상 김지훈D가 사시에 합격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 어떻게 조사했나

국제신문은 청년을 ‘졸업’하는 1985년생의 생애를 추적하기 위해 통계청의 2004~2018년 인구 이동 마이크로 데이터 530여만 건을 노드엑셀과 지리정보시스템(GIS)으로 분석했다. 마이크로 데이터에는 읍·면·동별 나이별 이동 현황과 주소지를 옮긴 이유, 가족 구성원 정보 등이 담겼다. 국제신문은 또 한국고용정보원의 2009~2016년 대졸자직업이동경로조사(GOMS) 로데이터 14만4000여 건을 분석해 부산에서 출생한 1985년생의 고교·대학·직장·거주지 정보 등을 파악했다. 매년 조사 시점에 전년도 대학 졸업자를 표본 조사하는 GOMS 로데이터에는 1인당 최대 800여 건에 달하는 학창 시절, 취업 과정, 경제 상황 등에 관한 정보가 들어 있다. 이들 데이터는 통계청과 한국고용정보원이 별도 분석해 공표하지 않는 원시자료다. 국제신문은 이 밖에도 1985년생의 청년기를 들여다볼 수 있는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과 함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또 1985년생의 삶을 엿볼 수 있는 부산 곳곳을 현장 취재했다.

권혁범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부산 1985년생 인구수 추이] 이미지 크게 보기 cl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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