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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졸업 에세이-1985년생 김지훈·김지혜 <프롤로그-2> 떠난 자리

“아미동 청년 정말 많았어, 요새는 넘치는 게 폐가야”

  • 권혁범 신심범 기자
  •  |   입력 : 2019-12-31 23:03:44
  •  |   본지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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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치고개 슈퍼마켓 80대 주인
- “아미초 1학년 지금 5명뿐이야
- 문방구 폐점, 기억도 잘 안나”
- 1985년생 감소율 83.9% ‘최고’
- 충무초 등 문 닫고 고교들 이전
- 70대 할머니 “내가 젊은 축”

- 제조업 약화로 인구 감소 전환
- 부산면적 45.8% 소멸위험 단계
- 206개 읍·면·동 중 66곳 해당
- 청년 이탈로 소멸 더 빨라질 듯

성탄절 다음 날인 지난달 26일 부산 서구 아미동 까치고개 인근 아미초등학교 정문 앞. 작고 오래된 슈퍼마켓을 지키는 80세 할아버지는 “아미동이 원래부터 이런 동네는 아니었다”고 했다. 서울에서 태어난 그는 10대 초반 6·25전쟁을 피해 아미동으로 왔다. 이후 까치고개에 완전히 정착했고, 지금까지 60년 동안 같은 자리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한다. 현장은 언제나 통계·기록보다 훨씬 많은 걸 보여준다.
   
부산 서구 아미동 전경. 까치고개를 낀 아미동은 1996~2019년 ‘청년 졸업생’인 1985년생 인구가 부산 206개 읍·면·동 가운데 가장 빠르게 감소한 곳이다. 중앙에 보이는 아미초등학교는 2019년 입학생이 6명뿐이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방만 있으면 사람이 살던 곳

“사람이 정말 많았어. 집집에 대여섯 명씩은 살았지. 그래도 30여 년 전에는 여기가 부산에서 집값이 제일 비싼 동네였어. 요새는 보이는 게 다 폐가야.”

주인 할아버지는 슈퍼마켓 맞은편 한 점포를 가리켰다. 자물쇠로 잠긴 미닫이문 위에 빛바랜 ‘문방구’ 간판이 붙어 있었다. “저기도 문 닫은 지 한참 됐어. 기억도 잘 안 나네. 손님이 있을 리 없잖아. 아미초 1학년이 지금 5명뿐이야. 슈퍼마켓에도 손님이 없어. 그냥 소일거리로 장사하는 거지. 이렇게 자네들 같은 사람이 오면 얘기라도 좀 하고.” 슈퍼마켓 앞에 내놓은 200원짜리 뽑기 기계는 한동안 아이들의 손때가 타지 않아 먼지를 덮어쓰고 있었다.

“그래도 어르신들 살기엔 괜찮은 동네 아니냐”고 물었다.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함께 내려온 피란민도 이제 대부분 죽었어. 즐거움이란 게 없어.”

까치고개 초입 경로당 앞에 74세 할아버지가 담배를 입에 물고 서 있었다. “(젊은) 애들이 없으니 동네가 죽었다”며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그는 인근 중구 보수동에서 태어나 까치고개에서 70년을 살았다. “젊은 사람이 다 떠났어. 다들 먹고살 게 없으니까 일하러 갔겠지. 애들이 너무 없어. 예전엔 정말 대단한 동네였는데….”

평일 오전이긴 했지만, 까치고개에서 청년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가끔 오가는 마을버스와 비탈을 힘들게 오르내리는 어르신의 모습이 ‘까치고개 풍경’의 전부였다. 바쁘게 비탈을 내려가는 할머니에게 “젊은 사람이 잘 안 보인다”며 말을 건넸다. “여기에선 내가 제일 젊은 축에 들어. 젊은 사람은 다 빠져나가고 없어.” 이 할머니는 75년 평생을 까치고개에서 살았다고 했다.

20여 년 까치고개 일원에서 우편물을 배달한 우체국 집배원도 만났다. 좁고 가파른 골목을 능숙하게 누비고 다녔다. 집배원에게 동네 사정을 들었다. “우리는 확실히 체감하죠. 예전엔 방만 있으면 어디든 사람이 살았습니다. 요즘은 2, 3층 주택 중에 1층 빼고는 다 비었죠. 청년이 사라지면서, 언제부터라고 할 것 없이 차츰차츰 사람이 줄어든 것 같아요. 안타깝죠.”

■방이 있어도 사람이 없는 곳

그랬다. 까치고개는 사람으로 북적이던 동네였다. 6·25전쟁 때 부산으로 밀려 내려온 피란민은 비탈진 산동네, 까치고개 주위에 정착했다. 피란민이 터 잡은 공간은 일제강점기 일본인이 공동묘지와 화장장을 만든 곳이었다. 장례 행렬이 줄을 이었고, 제물로 차려진 음식을 먹으려고 까치가 모여들었다고 한다. 까치고개란 이름도 이때 생겼다고 알려졌다.

피란민은 살아남기 위해 묘지와 비석 위에 집을 지었다. ‘죽음’을 딛고 ‘생존’했다. 삶은 고단했지만, 활기는 넘쳤다. 청년과 어린이, 갓난아기도 많았다. 항상 아기 울음이 그치지 않았다.

아미동을 중심으로 원도심이라 불리는 중·서·동·영도구의 산동네는 한때 부산 발전을 이끌었다. 1945년 해방 당시 부산 인구는 일본인을 제외하면 28만 명 정도였다. 6·25전쟁은 역설적으로 부산의 팽창을 불렀다. 정부가 부산으로의 유입을 강력히 억제했는데도, 부산 인구는 1955년 100만 명을 넘었다.

사람과 자본이 부산으로 몰렸다. 동양고무 태화고무 동성화학 등 대표적 기업이 6·25전쟁 때 부산으로 옮겼다. 1960년대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 부산은 ‘제조업 황금기’를 맞았다.

원도심을 중심으로 인구는 급속도로 늘었다. 그러나 제조업이 몰락하면서 부산의 인적 성장도 멈췄다. 5만7212명의 김지훈·김지혜 씨가 태어난 1985년, 부산의 인구는 처음으로 350만 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마냥 늘 것만 같던 부산의 인구는 1995년 389만 명을 정점으로 끝없이 추락했다. 특히 부산 발전과 인구 증가를 주도했던 원도심 산동네는 해운대구와 강서구 등에 신도시가 생기면서 비어가고 있다. 청년 졸업생인 1985년생을 비롯해 젊은이가 대거 마을을 떠났다.

   
■청년 이탈 → 지역 소멸

아미동은 자료를 구할 수 있는 1996년부터 2019년(10월 현재)까지 ‘청년 졸업생’인 1985년생이 가장 빠르게 사라진 동네다. 1996년 199명이었던 1985년생 김지훈·김지혜 씨가 2019년 32명만 남았다. 무려 83.9%의 감소율이다.

현장은 많은 것을 보여줄 뿐 아니라 통계보다 더 정확했다. 슈퍼마켓 주인 할아버지 말처럼 아미초 1학년은 현재 5명이다. 취재팀은 2019년 입학생이 6명이라는 정보를 가지고 현장을 찾았었다. 현장 취재 이후 확인해 보니 그새 1학년 6명 중 1명은 전학했다.

청년 인구 급감은 교육 현장에 엄청난 타격을 줬다. 동아고 대동고 부산여고 등 원도심 각 지역을 대표하던 명문 학교는 이미 모두 이전했다. 초등학교는 더 심각하다. 서구 충무초는 1999년 폐교했고, 아미초와 지도상 직선거리로 300m 남짓한 곳에 있던 사하구 감천2동 감정초는 2019년 문을 닫았다.

청년 인구가 감소하고, 학교가 사라지는 동네마다 소멸 위험에 놓였다. 2019년 10월 현재 주민등록 인구를 기준으로 소멸위험지수(20~39세 가임여성 인구수를 65세 이상 인구수로 나눈 수치)를 구해 보니, 부산지역 206개 읍·면·동 가운데 아미동을 포함한 66곳이 소멸 위험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제신문이 분석에 사용한 지리정보시스템(GIS)상 면적으로 따지면 부산 전체 784.23㎢ 중 45.8%에 달하는 359.39㎢가 소멸한다는 결론이다.

1985년생 감소율 1~66위 읍·면·동과 소멸 위험 단계에 진입한 동네를 비교하면 무려 45곳이 겹친다. 또 2019년 신입생이 40명도 안 되는 초등학교 80곳 중 74곳이 소멸 위험 또는 주의 단계인 읍·면·동에 몰려 있다. 1985년생 이후 2020년부터 차례대로 청년을 졸업하는 젊은 세대가 지금과 같은 비율로 동네를 떠난다면, 이들 읍·면·동의 소멸 시기는 훨씬 더 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통상 소멸위험지수가 0.5 미만이면, 머지않아 공동체의 인구 기반이 붕괴하고 사회·경제적 기능을 잃는다고 말한다. 그 시기가 점점 다가온다. 권혁범 신심범 기자

◇ 1985년생 급감 부산지역 읍·면·동

읍·면·동

1996년

2019년

감소율

서구 아미동
영도구 봉래2동
강서구 가락동 
금정구 금성동
강서구 대저1동
영도구 신선동
해운대구 반송1동
동래구 복산동
사하구 감천2동
서구 초장동
금정구 선두구동
사상구 모라3동
금정구 서1동
동구 수정5동
강서구 강동동

199명
247명
62명
22명
279명
280명
441명
299명
253명
142명
74명
318명
242명
163명
148명

32명
43명
11명
4명
58명
63명
100명
68명
60명
34명
18명
81명
63명
44명
40명

-83.9%
-82.6%
-82.3%
-81.8%
-79.2%
-77.5%
-77.3%
-77.3%
-76.3%
-76.1%
-75.7%
-74.5%
-74.0%
-73.0%
-73.0%


◇ 소멸 위험 높은 읍·면·동(2019년 기준)

읍·면·동

소멸지수※

읍·면·동

소멸지수

가락동
수정4동
남부민1동
감천2동
가덕도동
신선동
선두구동

0.212
0.214
0.218
0.224
0.224
0.228
0.234

강동동
봉래2동
남포동
대저1동
모라3동
아미동
초장동

0.239
0.240
0.241
0.242
0.247
0.255
0.260

※0.5 미만이면 소멸 위험 단계 진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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