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450명 중 5912명 1인 세대주
- 최근 10년간 유출… 쓸쓸한 생활
- 싼 월세방·고시원·학원 밀집한
- 청룡·역삼1·대학동 순 스며들어
- ‘서울 사람’ 주거와 확연한 차이
- 송가인 ‘서울의 달’ 노랫말처럼
- 금의환향은 꿈에서나 가능한 일
- 신림 등 10개동 → 부산 758명
- 상당수 취업 실패로 귀향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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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인가구가 밀집한 서울 한 동네의 담벼락에 원룸 입주자와 하숙생을 구하는 벽보가 잔뜩 붙어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① 청춘에 스민 고독
‘서울살이 타향살이 고달픈 날에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겁도 없이 떠나온 머나먼 길에 보고 싶은 내 고향 눈에 밟힌다. 언젠가 서울에 가서 성공을 해서 돌아온다 약속했는데, 세상에 울고 웃다가 바쁘다 보니 꿈에서나 갈 수 있구나. 서울의 달 바라보면서’.
2019년을 딱 하루 남긴 지난달 30일. 전남 진도가 고향인 1986년생 가수 송가인 씨가 서울 한 방송국 연기대상 시상식 생방송에 출연해 신곡 ‘서울의 달’을 불렀다. “내 노래 듣고 힘내시라”는 말을 덧붙이며 새해 인사도 건넸다. 객석에 앉은 배우와 관객은 그녀의 구성진 노랫가락에 집중했다.
그녀는 올해가 지나면 청년(만 34세까지, 이하 만 나이)을 졸업한다. 2012년 트로트 가수로 데뷔한 이후 오랜 무명 생활 동안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한다. 지난해 한 TV 경연 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한 후 일약 대세 스타가 되기까지 그녀 역시 서울에서 고단한 청년기를 겪었다. 고향을 그리는 가사로 채워진 ‘서울의 달’은 그래서 듣는 이를 애절하게 한다.
■서울살이 고달픈 날
그녀보다 한 해 앞서 청년을 졸업한 부산지역 1985년생 김지훈·김지혜 씨의 삶도 고달프긴 마찬가지다. 노래 가사처럼 성공해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일은 ‘꿈에서나’ 할 수 있게 돼버렸다.
국제신문은 통계청의 인구이동 마이크로 데이터를 활용해 부산에 살던 김지훈·김지혜 씨가 서울로 이동한 경로와 사연을 추적했다. 1985년생이 구직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한 24세(2009년) 때부터 10년 치 데이터를 전수 조사했다.
분석 결과 지난 10년간 부산에서 서울로 떠난 김지훈·김지혜 씨는 모두 8450명(1985년생 2명 이상이 같은 집에 거주하면 1명으로 계산)이었다. 이들은 서울로 가자마자 지독한 외로움에 스며들었다. 8450명 가운데 무려 91.6%(7738명)가 혼자 몸으로 부산을 떠났다. 혈혈단신 ‘겁도 없이 머나먼 길을 떠나온’ 이유는 취업을 위해서가 52.1%(4404명)로 절반을 넘었다.
혼자 부산을 벗어난 7738명 중 서울에 가족이나 지인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기 위해 전입신고서에 본인을 세대주로 등록한 ‘확실한 1인가구’만 추려봤다. 홀로 서울에 자리 잡고 세대주가 된 김지훈·김지혜 씨는 5912명이었다. 서울로 삶터를 옮긴 8450명 가운데 70.0%가 아무 데도 의지할 곳 없는 1인가구인 셈이다. 3429명의 김지훈 씨, 2483명의 김지혜 씨가 그렇게 ‘나 홀로 타향살이’를 시작했다.
서울로 간 김지훈·김지혜 씨는 26세(2011년) 때 1301명(15.4%)으로 정점을 찍었다. 대학 졸업 이후 한창 직장을 구할 시기인 24~27세(2009~2012년) 때 집중적으로 ‘탈부산’했다. 이 기간 매년 1000명 넘게 서울로 빠져나갔다.
■타향살이 서러운 날
김지훈·김지혜 씨가 모인 곳은 ‘서울 사람’이 사는 곳과 확연히 달랐다. 서울 424개 동 가운데 이들이 10년간 자리 잡은 곳 1~10위는 관악구 청룡동(164명), 강남구 역삼1동(146명), 관악구 대학동(145명)·신림동(143명), 광진구 화양동(118명), 관악구 서림동(117명), 서대문구 신촌동(112명), 구로구 구로3동(108명), 관악구 인헌동(106명), 서대문구 연희동(93명) 순이다.
이들 10개 동 중 관악구 청룡·대학·신림·서림·인헌동은 명칭을 바꾸기 전 모두 신림동 또는 봉천동이었던 곳으로 서울의 대표적 고시촌이었다. 1990년대부터 20년 가까이 ‘관악구=고시촌’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 공식은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개원하면서부터 깨졌다. 김지훈·김지혜 씨의 서울 유입이 본격화한 시기와 겹친다. 사법시험 선발 인원이 줄고 2017년 시험 자체가 폐지되면서 사시 준비생들이 대거 이탈했다.
이후 관악구는 고시촌에서 1인가구가 거주하는 원룸촌으로 바뀌었다. 싼 월세방을 구하려는 사회 초년생과 취업준비생, 공무원시험에 도전하는 청년으로 채워졌다. 관악구는 전국에서 청년 인구 비율이 가장 높은 ‘젊은 도시’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지역에서 상경한 김지훈·김지혜 씨의 외롭고 고단한 삶이 펼쳐지는 곳이기도 하다. 청년 인구 1위를 자랑하면서도, 합계출산율(2018년)은 전국 250개 시·군·구 가운데 꼴찌(0.597)인 점이 이런 사정을 잘 설명한다.
김지훈·김지혜 씨가 두 번째로 많이 유입된 강남구 역삼1동은 전국에서 1인가구가 가장 많은 동네다. 지난해 10월을 기준으로 역삼1동의 1인가구는 전체 2만3765가구 중 1만6878가구에 달한다. 무려 71.0%다. 취업을 위해 고향 부산을 떠나야 했던 수많은 김지훈·김지혜 씨의 청년기가 고시원과 학원이 밀집한 역삼1동에서 쓸쓸히 흘러 다닌다. 이 밖에 광진구 화양동, 서대문구 신촌·연희동 역시 원룸촌이 빽빽이 들어선 동네다.
반면 ‘서울 사람’은 424개 동 중 은평구 진관동(5만7848명)에 가장 많이 살았다. 서울 인구 상위 10개 동과 부산의 김지훈·김지혜 씨가 ‘쪽방살이’를 하는 상위 10개 동은 단 한 곳도 겹치지 않는다. 부산지역 1985년생이 옮겨 간 상위 10개 동을 서울 동별 전체 인구 순위로 분류하면 청룡동 63위, 역삼1동 36위, 대학동 187위, 신림동 224위, 화양동 218위, 서림동 182위, 신촌동 284위, 구로3동 174위, 인헌동 129위, 연희동 28위에 그친다.
■성공해서 돌아오지 못한 고향
반대로 지난 10년간 이들 서울 10개 동에서 부산으로 전입한 1985년생도 758명이 있다. 매우 특이한 점이 눈에 띈다. 758명 가운데 가장 많은 428명(56.5%)이 전입신고서에 부산으로 전입한 사유를 ‘가족(가족과 함께 거주)’이라고 썼다. 국제신문이 분석한 1985년생의 ‘시·도 간’ ‘부산지역 내 구·군 간’ 이동 중 모든 경우의 수를 따져봐도, 거주지를 옮긴 사유가 ‘직업’이나 ‘주택’이 아니라 ‘가족’이 50%를 넘어 앞도적 1위인 사례는 유일하다. 결국, 취업에 실패하거나 외롭고 불안한 서울살이를 견디지 못한 상당수 김지훈·김지혜 씨가 귀향한 것으로 해석된다.
권혁범 신심범 기자 pearl@kookje.co.kr
◇ 부산지역 1985년생 서울 이동 상위 10개 동 (2009~2018년) |
행정구역 |
인원 |
행정구역 |
인원 |
관악구 청룡동 |
164명 |
관악구 서림동 |
117명 |
강남구 역삼1동 |
146명 |
서대문구 신촌동 |
112명 |
관악구 대학동 |
145명 |
구로구 구로3동 |
108명 |
관악구 신림동 |
143명 |
관악구 인헌동 |
106명 |
광진구 화양동 |
118명 |
서대문구 연희동 |
93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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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동별 인구 상위 10곳 (2019년 10월) |
행정구역 |
인원 |
행정구역 |
인원 |
은평구 진관동 |
5만7848명 |
강동구 길동 |
4만6292명 |
강서구 화곡1동 |
5만3512명 |
동작구 상도1동 |
4만5978명 |
구로구 오류2동 |
5만1678명 |
서초구 양재1동 |
4만5583명 |
은평구 역촌동 |
4만8335명 |
강서구 방화1동 |
4만5467명 |
양천구 신정3동 |
4만7934명 |
강남구 세곡동 |
4만4901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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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지역 1985년생 만 나이별 서울 이동 |
나이 |
인원 |
나이 |
인원 |
24세 |
1187명 |
29세 |
760명 |
25세 |
1209명 |
30세 |
632명 |
26세 |
1301명 |
31세 |
504명 |
27세 |
1185명 |
32세 |
417명 |
28세 |
838명 |
33세 |
417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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