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로 중앙 정류소 생기면서
- 횡단거리 줄어 무단횡단 급증
- 서면 구간 확장 맞춰 대책 필요
지난 3년 사이 부산지역 중앙버스전용차로(BRT) 구간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대부분이 무단횡단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로 중앙에 정류소가 생기면서 종전보다 정류소까지의 횡단 거리가 짧아지다 보니 무단횡단 유혹에 더 쉽게 빠진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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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부산 동래시장 앞 중앙버스전용차로(BRT) 정류소에서 동래경찰서 내성지구대 소속 경찰관들이 ‘BRT 구간 내 무단횡단 근절’을 위한 안내 활동을 벌이고 있다. 전민철 기자 |
6일 오후 부산 동래구 수안동 힘찬병원 앞 BRT 정류소. 보행자가 정류소와 인도 사이 3차로를 건너기 위해 보행 신호를 기다렸다. 하지만 궂은 날씨 탓인지 일부 보행자는 기다리지 않고 보행 신호가 들어오기 전에 건너가기도 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곳은 지난달 30일 적색 신호에 횡단보도를 건너던 60대 남성 A 씨가 주행 중인 시내버스에 부딪혀 중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숨진 사고가 났던 곳이다. 무단횡단 사고가 있었지만 이날도 비슷한 상황이 여전히 반복됐다. 경찰은 A 씨가 중앙정류소에 하차한 뒤 급하게 인도 쪽으로 가다가 달려오는 버스를 발견하지 못하고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했다.
부산경찰청에 따르면 BRT 1단계(동래 내성교차로~해운대 운촌삼거리 8.7km) 구간에서 지금까지 총 6건의 교통사고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 가운데 5건이 무단횡단 사고다. 이처럼 BRT 무단횡단 사고가 이어지는 건 종전 가로변 정류소일 때는 버스를 타기 위해 4~8차로 도로를 건너야 했지만 중앙정류소가 생기면서 횡단 거리가 절반으로 준 탓이다. 특히 중앙정류소와 인도 사이 거리를 편도 3차로 이상으로 제한한 서울과 달리 부산은 좁은 도로 사정으로 정류소와 인도 사이가 편도 2차로밖에 되지 않는 구간이 많다. 보행자가 무단횡단 유혹에 더 빠지기 쉬운 구조인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차도가 넓을 때는 무단횡단을 엄두도 못내지만 좁을 때는 아무래도 보행자가 쉽게 생각하고 건너는 경향이 있다”며 “중앙정류소까지가 가깝게 느껴지다 보니 버스를 놓치지 않기 위해 무작정 뛰어드는 보행자도 종종 눈에 띈다”고 설명했다.
동래 내성교차로~서면 광무교(6.6km)를 잇는 BRT 2단계 구간 개통으로 무단횡단이 더 잦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방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 관계자는 “안전펜스를 설치해 무단횡단을 최대한 줄일 것”이라며 “무단횡단이 잦은 곳은 안내 표지판을 설치하고, 차량흐름을 면밀히 분석해 횡단 신호주기도 조절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보행자 인식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이성렬 수석연구원은 “횡단보도 노면의 재질을 차도와 달리해 운전자가 속도를 줄일 수 있도록 시설을 개선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면서 “물론 운전자가 무단횡단을 예상치 못했을 경우 피해가 더 클 수 있으므로 보행자 인식 개선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