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10년간 부산으로 온 3만282명
- 신도시·원룸촌·학원가 등에 몰려
- 읍·면·동별 전입사유 뚜렷한 차이
- 전출이 전입보다 1만여 명 많아
- “유입한 청년 머물게할 해법 필요”
1985년 부산 중구에서 태어난 김지훈A는 가족·친구 한 명 없는 삭막한 서울살이를 견디지 못해 만 29세(이하 만 나이)를 한 달 앞둔 겨울 고향으로 돌아왔다. ‘따뜻함’이 그리웠다. 그러나 다시 돌아온 고향에서의 삶은 막막했다.
그는 원래 부산 토박이였다. 살던 집과 가까운 초중고를 졸업하고, 부산 한 4년제 사립대에 04학번으로 입학해 일본어를 전공했다.
전공을 살려 취업하려고 두 차례, 모두 16개월간 일본에 어학연수도 다녀왔다. 덕분에 일본어능력시험(JPT)에서 800점대 고득점을 받았다. 어학연수와 입대로 두 번 휴학하고 2012년(27세) 가을 대학을 졸업했다.
하지만 실업계고와 지역 사립대를 나온 김지훈A가 전공에 맞는 일자리를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그나마 대학 때 산학협력 차원에서 인턴으로 일했던 의류업체에 계약직으로 취업했다. 영업과 판매 업무를 맡았다. 연봉은 2000만 원이었다. 이때부터 타향살이가 시작됐다. 첫 직장은 서울 중구에 있었다.
그래도 ‘인서울’했으니, 참고 견디면 좋은 기회가 생기리라 생각했다. 꿈과 현실은 달랐다. 전공과 전혀 맞지 않는 일에 점점 흥미를 잃었다. 무엇보다 불안정한 신분과 열악한 근무환경, 아무리 노력해도 승진이나 정규직 전환의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게 힘들었다.
고향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보자고 다짐했다. 2013년(28세) 11월 부모님 곁으로 돌아왔다.
그러나 귀향한 후 한 달간 아르바이트로 집 근처 서비스업체에서 고객 상담 일을 한 게 전부다. 서른 살이 다 되도록 15곳의 회사에 입사지원서를 넣고, 10곳에서 면접을 봤지만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취업 준비를 위해 매달 60만 원씩 부모님에게 용돈을 받아 쓰는 생활이 시작됐다.
고향으로 돌아올 때만 해도 전공과 적성에 맞는 회사에서 일할 수만 있다면 연봉은 적어도 괜찮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마음조차 비웠다. 전공 관련성, 회사 규모, 출퇴근 거리, 사회적 평판 등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또다시 고향을 떠나야 하나, 하루하루 고달픈 날이 이어졌다.
2009~2018년(24~33세) 10년간 김지훈·김지혜 씨 4만950명(1985년생 2명 이상이 같은 집에 거주하면 1명으로 계산)이 부산에서 수도권 등지로 빠져나가는 동안, 반대로 전국 곳곳의 1985년생 3만282명이 부산으로 전입했다. 순이동(전입-전출)으로 따지면, 부산은 이 기간 1985년생 김지훈·김지혜 씨 1만668명을 ‘잃었다’.
부산으로 온 김지훈·김지혜 씨의 삶은 여전히 불안하다. 이들은 각자의 이유로 부산 곳곳에 새로 둥지를 텄다. 청년이 부산을 떠나는 이유가 있듯, 부산으로 다시 들어온 이유도 분명히 있다. 부산은 부산을 선택한 이들에게 과연어떤 희망을 보여줬을까.
외부에서 유입이 많은 부산지역 읍·면·동은 크게 중·소형 아파트가 밀집한 신도시,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하고 취업 준비 학원이 몰린 도심, 원룸이 밀집한 대학가 주변으로 나뉜다.
지난 10년간 1985년생이 다른 시·도에서 부산으로 가장 많이 유입된 곳은 기장군 정관읍(816명)이었다. 정관읍은 부산에서 인구수(2019년 10월 기준 8만3190명)가 가장 많다. 2008년 정관신도시 입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젊은 층이 대거 유입돼 급성장했다. 집값이 저렴한 중·소형 아파트가 많고, 부산 도심은 물론 인근 경남 양산시나 울산 울주군과의 접근성이 좋다는 점이 젊은 층에 매력으로 작용했다. 전국 최상위권 출산율을 유지하는 곳이다.
정관읍에 이어 1985년생 유입이 많은 읍·면·동은 강서구 명지동(630명, 2018년 1월 1·2동으로 분동)과 녹산동(585명), 남구 대연3동(502명), 해운대구 우1동(470명, 2016년 1월 분동된 우3동을 합치면 555명), 기장군 기장읍(441명), 해운대구 좌2동(440명), 수영구 광안1동(423명), 부산진구 전포1동(396명), 사하구 하단2동(368명) 순이었다.
명지동 역시 2008년 명지오션시티(명지2동), 2016년 명지국제신도시(명지1동) 입주가 시작되면서 부산에서 가장 ‘젊은 도시’로 탈바꿈했다. 명지국제신도시에는 젊은 층이 선호하는 중·소형 아파트가 몰렸다. 명지동은 인접한 녹산동이 부산에서 일자리가 가장 많은 곳(2017년 기준 종사자 수 6만4623명)이라는 장점도 함께 갖췄다.
광안1동과 전포1동은 시내버스와 도시철도의 연결성이 뛰어나고, 공무원시험 등을 준비하는 학원이 밀집했다. 대연3동과 하단2동은 대학가를 끼고 원룸촌이 형성된 곳이다.
1985년생이 세대주이거나 본인 혼자 전입한 사례(3만282명 중 2만4544명)만 뽑아 부산으로 주거지를 옮긴 사유를 분석해봤다. 신도시가 형성된 정관읍과 명지동을 비롯해 아파트가 많은 우1동은 ‘가족’이 전입 사유 1위를 차지했다. 결혼해서 부산에 정착하거나, 수도권에서 취업에 실패하고 일시적으로 귀향한 김지훈·김지혜 씨가 많은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전포1동 대연3동 광안1동을 중심으로 나머지 유입 상위 동은 모두 ‘직업’이 전입 사유 1위였다.
부산청년정책연구원 김덕열 이사장은 “청년 유출을 막는 것만큼 부산으로 전입한 청년을 정착하게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며 “이들이 왜 부산을 찾았는지, 어떤 목표를 가지고 부산에 들어왔는지를 면밀히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부산으로 전입한 청년을 머무르게 하고, 부산을 떠난 청년을 돌아오게 하는 출발점이다”고 말했다.
권혁범 신심범 기자 pearl@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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