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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졸업 에세이-1985년생 김지훈·김지혜 <1-3> 서울의 달- 젊은 그대 먼 곳에

대학이 탈부산 코스의 시작 … 서울 유학 9할은 안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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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년간 직업이동경로 분석 결과
- 부산출생 다른 지역 대졸자 80%
- 학교 소재지 인근서 취업·구직
- 수도권大 출신일수록 고향 등져

- 신입생 충원 어려운 지역 대학
- 수도권 중심 정부지원 정책에
- 갈수록 경쟁력 상실… 고사 직전
- 지역에 정착할 인재양성 어려워

- “떠난 인재 다시 불러들이려면
- 좋은 대학·일자리 최우선 과제”

청년 졸업생 김지혜A가 고향 부산을 떠난 계기는 ‘대학’이었다. 그녀의 시선은 어렸을 적부터 서울로 향했다. ‘서울로 가야 성공한다’는 주변의 압박도 있었다. 1985년 부산 부산진구에서 태어난 그녀는 고향에서 초중고를 나왔다. 공부를 그리 잘하진 못했다. 그래도 서울로 가야 했다.
   
서울 한 2년제 전문대 의상 관련 학과에 04학번으로 진학했다. 좀 더 스펙을 쌓아야 했다. 전문대 입학은 ‘인서울’의 첫 단계일 뿐이었다. 2006년 2월 전문대를 졸업한 후 3년 4개월간 캐나다로 어학연수를 다녀왔다. 25세(2010년, 이하 만 나이) 때 국제 자격증인 테솔(TESOL)도 취득했다. 외국계 회사에 취업하는 게 목표였다.

김지혜A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26세(2011년)에 다시 서울 한 4년제 사립대 경영학과에 3학년으로 편입했다. 형편이 좋지는 않았다. 등록금은 100% 학자금 대출로 마련했다. 생활비도 필요했다. 대학 재학 중 아르바이트로 한 달 80만 원가량을 벌었다.

28세(2013년)가 돼서야 어렵게 4년제 대학 졸업장을 땄다. 고향 생각을 하지 않은 건 아니다. 그러나 서울을 떠날 수는 없었다. 20여 차례 도전 끝에 서울 강남구의 한 중소 도·소매업체 홍보·기획 부서에 입사했다. 인근에 새로 원룸도 얻었다. 애초 원했던 외국계 회사에 취업하지 못했지만, 그녀는 “내가 자질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며 자신을 탓했다. 괜찮다. 김지혜A는 서울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진 것에 만족했다. 언제든 공기업이나 외국계 회사로 이직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자신을 위로했다.

부산 남구가 고향인 김지훈A의 타향살이도 대학에 진학한 19세 때부터 시작됐다. 그가 대학을 선택한 기준은 학교의 ‘사회적 명성’과 ‘취업 전망’이었다. 눈높이를 맞춰줄 대학은 서울에 있었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4년제 국립대 전기·정보 관련 학과에 입학했다.

이른바 ‘일류 대학’ 유망 학과에서 공부한 만큼 취업도 그리 어렵지 않았다. 28세에 대학 졸업과 함께 경기 화성시의 대기업 반도체 제조 회사에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이후 특별한 일이 없으면 고향을 찾지 않는다. 집은 서울 마포구에서 구했다. 직장까지 승용차로 1시간30분가량 걸리지만, 서울과 경기를 오가는 생활에 불만은 없다.

김지훈A는 대학 졸업과 취업 후 2년이 지난 시점(2015년 9월)에 자신이 최근 한 달간 느낀 감정을 ‘즐거운’ 6점, ‘행복한’ 6점, ‘편안한’ 4점, ‘짜증 나는’ 2점, ‘부정적인’ 1점, ‘무기력한’ 1점이라고 평가했다. 이 점수는 1~7점으로 구성된다. 1점은 ‘전혀 느끼지 않았다’, 7점은 ‘항상 느꼈다’를 의미한다. 4점이 중윗값이다. 김지훈A는 상당수 청년 졸업생과 달리 즐겁고 행복했으며, 부정적이거나 무기력하지 않았다. 서울살이가 만족스러운 김지훈A는 “직장을 옮길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인재 못 불러들이는 부산

청년의 ‘탈부산’ 과정에 ‘대학’이 미치는 영향은 컸다. ‘유학’은 탈부산의 출발점이었다. ‘청년이 돌아오지 않는 도시’ 부산의 민낯이다.

국제신문은 한국고용정보원의 2009~2016년(전년도 2월 및 2년 전 8월 대학 졸업생 1만8000여 명을 매년 표본 조사) 대졸자직업이동경로조사(GOMS) 로데이터 14만4000여 건을 통계 분석 프로그램인 SPSS로 분석했다. 조사 기간은 부산에서 태어난 1985년생 김지훈·김지혜 씨가 활발히 구직 활동한 때와 겹친다.

8년 치 조사 대상자 가운데 1985년 부산에서 태어난 청년 졸업생 김지훈·김지혜 씨는 1190명이었다. 이들 중 513명이 부산 외 다른 지역 대학으로 진학했고, 대학 졸업 후(각 조사 시점 기준) 112명(21.8%)만 고향으로 돌아왔다. 타지로 공부하러 간 10명 중 8명은 취업을 위해 귀향을 포기했다는 결론이다.

특히 수도권 대졸자의 부산 이탈률이 높았다. 서울·경기지역 대학으로 진학한 132명·65명 중 부산으로 돌아와 취업하거나 구직 활동을 하는 1985년생은 15명(11.4%)·10명(15.4%)에 그쳤다. 수치상으로 볼 때, 대학을 진학하는 순간부터 이미 청년의 ‘탈부산’이 80~90% 확률로 결정되는 셈이다. GOMS 결과는 대졸자 중 대학·학과별 비례로 표본을 추출해 특정 시점에 조사한 것이지만, 부산 출생자만 따로 뽑아내 분석하면 지역 이탈의 경향을 파악할 수 있다.

서울에서 대학을 나온 뒤 고향에서 취직하려고 시도한 김지훈·김지혜 씨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역시 종착역은 고향이 아닌 사례가 많았다. 김지훈B는 1985년 부산에서 태어난 이후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가족과 함께 살았다. 대학은 서울의 4년제 사립대 영문학과에 입학했다. 27세(2012년)에 대학을 졸업한 이후 고향으로 왔다. 부산 부산진구의 제법 큰 유통업체에 2개월짜리 인턴으로 취업했다. 기획·마케팅 부서에서 일했다. 정규직이 돼 고향에서 사는 꿈을 꿨다.

거기까지였다. 김지훈B는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았다. 또 구직 시장에 뛰어들었다. 안정적 고용이 보장되고, 발전 가능성이 있는 직장을 희망했다. 다시 눈을 서울로 돌릴 수밖에 없었다. 6개월간 준비 과정을 거쳐 서울 중구의 한 대기업 공채에서 정규직으로 뽑혔다. 적성에 맞는 기획·마케팅 일도 할 수 있게 됐다. 김지훈B는 이제 더는 고향 부산으로 돌아갈 마음이 없다. 지금의 직장이 연봉과 근로시간, 복리후생, 적성 등에서 모두 만족스러워 이직을 생각하지 않는다.

■수도권 집중 부추기는 정부

각 조사 시점(대학 졸업 1년 6개월~2년 후) 현재 직업을 가진 부산 출신 김지훈·김지혜 씨는 891명(74.9%)이었다. 출신 대학별로 어느 지역에 취업했는지를 살펴봤다. 서울에서 대학을 나온 취업자 94명 가운데 85.1%의 직장이 서울(61명)과 경기(19명)에 있었다. 경기에서 대학을 졸업한 54명 중 81.5%도 서울(29명)과 경기(15명)에 취직했다.

반면 부산지역 대학을 졸업한 취업자 498명(505명 중 무응답 7명 제외)이 부산에서 취업한 비율은 60.8%(303명)였다. 10명 중 4명은 부산에 남지 않았다. 경남으로 12.4%(62명), 서울로 11.8%(59명), 경기로 4.6%(23명), 울산으로 3.8%(19명)가 떠났다.

그런데도 지역 대학의 역량을 키워 인재를 머무르게 하고, 수도권 대학과 경쟁하는 일은 갈수록 어려워진다. 전국적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의 대규모 정원 미달 사태가 현실로 다가오지만, 정부는 정부 주도의 정원 감축을 포기했다. 교육부는 지난달 ‘2021학년도 대학기본역량진단 기본계획’을 공개했다. 정원 감축을 각 대학 자율에 맡기고, 학생 충원율 기준을 강화해 일정 수준을 유지하지 못하면 재정 지원을 끊는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수도권보다 학령인구가 훨씬 적고 신입생 충원에 불리한 지역 대학에 매우 불리한 조건이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대학은 “넷 중 하나는 폐교로 내몰리고, 지역이 붕괴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한다. 동부산대가 지난해 공개적으로 폐교를 추진하고, 올해 부산지역 대학의 수시 등록률과 경쟁률이 급락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민주노총 전국대학노조와 전국교수노조 역시 “수도권 편중과 지역 격차가 심화할 것”이라며 “수도권과 대규모 대학의 정원을 규제해야 하는데, 이런 방안은 기본계획에서 제외됐다”고 꼬집었다. 지역의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에 청년을 머무르게 할 중요 수단이 또 하나 사라지는 것이다.

물론 대학 자체가 청년의 이탈을 직접적으로 결정하는 요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전문가들은 부산이 유학을 떠난 청년 인재가 돌아올 만한 정주 여건과 일자리를 갖추지 못한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부산연구원 서옥순 일자리연구센터장은 “수도권 대학으로 진학하는 걸 부정적으로 바라볼 수 없다. 어느 지역 대학에 진학했는지가 청년의 지역 이탈과 직결되는 것도 아니다”며 “수도권 대학을 졸업한 청년을 다시 불러들이지 못하는 게 문제다. 그들이 돌아온다면 부산으로선 정말 바람직하다. 결국은 일자리와 정주 여건에 달렸다. 하지만 이른바 ‘좋은 대학’과 ‘좋은 일자리’가 수도권에 몰렸다. 부산엔 금융 공공기관이 그나마 조금 있을 뿐이다. 제조업 분야 대기업 상황도 좋지 않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런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어느 정도 의지를 가지고 정책을 실행할지는 의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수도권에 인구가 집중되는 건 단순히 사람만이 아니라 돈 기업 등 경제력이 다 집중되는 것이기 때문에 지방은 그만큼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심각한 문제다”며 “출산율이 낮아서 인구가 주는 것이 아니다. 지역이 수도권보다 출산율이 높지만, 젊은이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일자리가 적기 때문에 서울로 서울로 유출된다. 이 흐름을 반전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권혁범 신심범 기자 pearl@kookje.co.kr

[청년졸업생 김지훈 김지혜 씨 탈부산 과정] 이미지 크게 보기 click


◇ 졸업 대학별 고향으로 돌아온 비율

대학 소재지

졸업자

부산 거주자

귀향 비율

서울

132명

15명

11.4%

경기

65명

10명

15.4%

경남

107명

46명

43.0%


◇ 졸업 대학 소재지별 주요 취업지역
 (취업자 기준)

서울

서울 61명(64.9%), 경기 19명(20.2%), 부산 4명(4.3%)

경기

서울 29명(53.7%), 경기 15명(27.8%), 부산 4명(7.4%)

경남

경남 36명(46.8%), 부산 28명(36.4%), 경기 5명(6.5%)

부산

부산 303명(60.8%), 경남 62명(12.4%), 서울 59명(11.8%), 경기 23명(4.6%)


◇ 거주지별 실업자 비율

서울

경기

경남

부산

18.3%

14.4%

23.5%

31.0%

※1985년 부산 출생 1985년생. 한국고용정보원 2009~2016년 대졸자직업이동경로 각 조사 시점 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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