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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졸업 에세이-1985년생 김지훈·김지혜 <2-1> 용두산 엘레지- 강산보다 더 변한 부산

‘탈부산’ 못하면 ‘탈원도심’…싼 집·직장 따라 명지·정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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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경 않고 부산 남은 청년들
- 데이터 280만 건 전수 분석
- 29~32세때 부산 내 이동 절정

- 이 기간 원도심 청년인구 반토막
- 아미동 -57%·동삼2동 -50%
- 성장할수록 살던 곳 이탈하는 셈

- 청년들이 향한 곳은 강서·기장
- 일자리 많고 소형 아파트 밀집
- 4년간 청년 143%·128% 늘어

- 매년 400명 가까이 유입된 명지
- 녹산산단 덕 정착하기 좋은 조건

‘용두산아 용두산아, 너만은 변치 말자. 한 발 올려 맹세하고 두 발 디뎌 언약하던 한 계단 두 계단 일백구십사 계단에 사랑 심어 다져놓은 그 사람은 어디 가고 나만 혼자 쓸쓸히도 그 시절 못 잊어, 아 못 잊어 운다’.

부산 중구 광복동 용두산을 배경으로 한 노래 ‘용두산 엘레지’. 1950년대 6·25전쟁 피란 시절, 부산 원도심이 사람으로 붐비던 그때 지어진 대중가요다. 용두산에 올라, ‘변치 말자’ 다짐했던 약속을 떠올리며 ‘변해버린’ 사랑을 애달프게 노래했다.

부산항을 바라보며 부산 한복판에 선 용두산은 그 시절 대한민국 수도의 중심이었다. 부산은 물론 대한민국의 상징과도 같았다. 입법·사법·행정 삼권을 비롯해 외교·금융·경제·문화·교육을 주관하는 국가 기관이 모두 용두산을 빙 둘러 자리했다. 용두산을 중심으로 중구 동구 서구 영도구 일원까지 피란수도(1950년 8월 18일~10월 26일, 1951년 1월 4일~1953년 8월 14일)의 기능이 몰렸다. 정부청사 국회의사당 대법원 한국은행 서울대 국방부 등이 이곳에 있었다.

수도가 통째 이전해온 세계 유일의 공간, 부산은 단숨에 인구 100만 명이 넘는 대도시로 성장했다. 부산은 삶과 죽음, 사람과 문화·예술·경제·교육을 융합한 거대한 용광로였다. 사는 일은 고단했지만, 그래도 생기가 넘쳤다.

그러나, ‘너만은 변치 말자’ 당부했던 용두산이 변했다. 용두산 주위에서 부산을 살찌웠던 동네마다 활력을 잃었다. 사람이 줄고, 특히 청년이 썰물보다 빨리 빠져나가면서부터다. 남은 자들만 ‘그 시절 못 잊어, 못 잊어 운다’.
   
■아이·청년 사라진 원도심

원도심의 몰락은 지역 내 심각한 불균형을 불렀다. 수도권과 부산의 불평등뿐 아니라 부산 안에서 벌어지는 구·군 간, 읍·면·동 간 불균형이 이미 정도를 한참 넘었다.

국제신문은 청년(만 34세까지, 이하 만 나이)을 졸업할 때까지 부산에 남은 1985년생 김지훈·김지혜 씨의 정착 과정을 살펴보기 위해 통계청의 2009~2018년 10년간 인구 이동 마이크로 데이터 279만9525건(부산지역 내 이동)을 통계 분석 프로그램인 SPSS와 지리정보시스템(GIS)으로 전수 분석했다. 또 1세별 인구 자료를 구할 수 있는 1996년부터 2019년(10월 기준)까지 24년간 부산 구·군별, 읍·면·동별 1985년생 인구 변화를 추적했다.

김지훈·김지혜 씨는 ‘탈부산’ 행렬이 최고조에 달한 24~28세(2009~2013년·국제신문 지난 1일 자 3면 등 보도)를 지나자마자 본격적으로 부산 안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청년 졸업을 앞둔 29~32세(2014~2017년)에 ‘탈부산’이 크게 줄어든 대신 부산지역 내에서의 이동은 급속히 늘었다. 부산에서 직업을 구한 김지훈·김지혜 씨가 직장 가까운 곳 또는 비교적 저렴한 집을 찾아 정착한 것으로 해석된다.

2009~2018년 10년간 부산 안에서 삶터를 옮긴 김지훈·김지혜 씨는 8만4395명(1985년생 2명 이상이 같은 집에 거주하면 1명으로 계산)이었고, 이 가운데 4만832명이 구·군 경계를 넘어 이동했다. 원래 살던 구·군을 벗어난 이동은 매년 2000~3000명대였지만, 28세 때 처음 4000명을 넘어 4303명을 기록했다. 이후 29세 때 4626명으로 더 늘었고, 30세 때 5010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31, 32세 때도 각각 4631명, 4539명에 달했던 구·군 간 이동은 33세가 돼서야 3000명대(3968명)로 떨어졌다.

부산 내 이동이 절정에 이른 29~32세 4년간 김지훈·김지혜 씨가 등지고 떠난 동네는 원도심에 몰렸다. 이 기간 206개 읍·면·동(2019년 행정구역 기준) 중 1985년생이 가장 빠르게 감소한 10곳은 서구 아미동(-57.0%), 영도구 동삼2동(-50.0%)과 봉래2동(-47.4%), 연제구 거제2동(-46.8%), 강서구 대저1동(-46.7%), 영도구 신선동(-45.7%), 서구 동대신3동(-43.0%), 동구 수정4동(-42.1%)과 초량6동(-41.9%), 금정구 서1동(-41.3%) 순이다. 10곳 중 7곳이 원도심에 있다. 원도심 주요 동네의 1985년생 인구가 거의 반 토막 났다.

1985년생의 성장기 전체를 살펴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김지훈·김지혜 씨가 11세이던 1996년부터 청년을 졸업한 2019년까지 부산지역 구·군 가운데 1985년생 인구 감소율이 가장 높은 곳은 영도구(-59.1%)와 서구(-50.3%)였다. 절반이 넘는 김지훈·김지혜 씨가 떠났다. 동구(-42.4%)와 중구(-35.6%)의 감소율도 매우 높았다. 원도심은 청년 인구가 적을뿐더러, 청년이 성장할수록 이탈하는 곳인 셈이다.

   
부산 강서구 녹산산업단지 전경.
■빨대가 된 명지·녹산·정관

김지훈·김지혜 씨가 청년을 졸업하는 동안 1985년생 인구가 는 곳은 강서구와 기장군뿐이었다. 증가율도 각각 143.1%, 128.4%로 다른 구와 비교 자체가 안 될 정도로 높다. 강서구와 기장군의 급성장은 명지동(2018년 1, 2동으로 분동. 연도별 올바른 비교를 위해 1개 동으로 묶어서 계산)과 정관읍이 주도했다. 모두 주변에 일자리가 많고, 중·소형 아파트가 밀집한 동네다.

2008년 명지오션시티, 2016년 명지국제신도시 입주가 시작된 명지동은 2016년 이후 단 한 번도 ‘1985년생 전입자 수 1위’ 타이틀을 놓치지 않았다. 이 기간 매년 400명 가까운 1985년생이 명지동에 보금자리를 틀었다. 1996년 146명에 그쳤던 명지동의 김지훈·김지혜 씨는 2019년 1519명으로 폭증했다. 무려 947.6%의 증가율이다.

명지동과 붙은 녹산동 역시 강서구로 청년을 빨아들이는 역할을 했다. 1996~2019년 녹산동에 사는 김지훈·김지혜 씨는 111명에서 643명으로 479.3% 늘었다. 매년 증감을 반복하던 녹산동의 1985년생 인구는 김지훈·김지혜 씨가 직업을 구하고 정착한 시점인 28세(2013년·66.3%), 29세(2014년·73.3%) 때부터 급격히 증가했다. 206개 읍·면·동 중 2013년, 2014년 1985년생 인구 증가율 1위 역시 녹산동이 차지했다. 녹산동의 일자리(이하 2017년 기준 사업체 종사자 수)가 6만4623개로, 206개 읍·면·동 가운데 압도적 1위라는 점에서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다. 명지동과 녹산동의 조합이 현재 부산에서 청년 졸업생이 정착하기에 가장 좋은 조건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명지동이 뜨기 전엔 정관읍을 따라올 동네가 없었다. 2008년 정관신도시 입주가 시작된 이후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던 정관읍은 2013~2015년 3년간 206개 읍·면·동 중 1985년생 유입 1위를 지켰다. 1996년 145명에 불과했던 김지훈·김지혜 씨는 2019년 현재 1324명(806.8%)으로 급증했다. 정관읍에는 청년이 살기 좋은 주택이 밀집한 것은 물론 일자리도 많다. 정관읍의 일자리는 2만1642개로, 부산 전체 읍·면·동 중 10위다.

부산 양 끝 지점인 명지·녹산동과 정관읍으로 청년 졸업생이 쏠리면서 한때 ‘신도시’로 명성을 날렸던 해운대구 좌동(1·2·3·4동)과 북구 화명동(1·2·3동)은 젊은 층 인구 성장세가 멈췄다. 좌동은 김지훈·김지혜 씨가 15세인 2000년 이후, 화명동은 20세인 2005년 이후 대부분 해마다 1985년생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권혁범 신심범 기자 pearl@kookje.co.kr

◇ 연도별 1985년생 전입 1위 읍·면·동

연도 

 읍·면·동 

 전입자 수

2009년 

 남구 대연1동 

 113명(42명)

2010년 

 사상구 엄궁동 

 129명(40명)

2011년 

 기장군 기장읍 

 158명(70명)

2012년 

 북구 화명1동 

 198명(27명)

2013년 

 기장군 정관읍 

 374명(69명)

2014년 

 기장군 정관읍 

 307명(73명)

2015년 

 기장군 정관읍 

 415명(169명)

2016년 

 강서구 명지동 

 384명(90명)

2017년 

 강서구 명지동 

 362명(91명)

2018년 

 강서구 명지동  

 376명(114명)

※자료=통계청 인구 이동 마이크로 데이터, 괄호 안은 내부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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