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6년 지도의 노란 부분
- 청년·노인 둘 다 많은 동네
- 2019년엔 노란색 확 줄고
- 초록 청년·빨간 노인 분리돼
1995년 부산은 직할시 꼬리표를 뗐다. 중앙정부 직속에서 벗어난 광역시로서 지역자치를 꿈꿨다. 가능할 것 같았다. 그때만 해도 부산에는 미래를 맡길 청년이 넘쳤다. 광역시로서 처음 인구 통계가 작성된 1996년 당시 부산의 239개 동 가운데 노인(만 65세 이상)이 청년(만 18세~34세)보다 많은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부산시민 386만67117명 중 청년은 121만167명(31.3%)에 달했다. 노인은 18만5150명(4.8%)에 불과했다. ‘지역 일꾼은 많은데 땅이 좁아 용지난이 심각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첫 인구 통계 시점으로부터 딱 10년 뒤인 2006년, 부산 최초로 노인이 청년보다 많은 동네가 생겼다. 강서구 가덕도동(당시 천가동)이다. 총인구 3122명 중 청년이 631명, 노인이 654명으로 역전됐다. 가덕도동은 신호탄일 뿐이었다. 이런 추세는 부산 전역에서 점차 가팔라졌다. 7년 뒤인 2013년에는 청년이 노인보다 적은 동네가 28곳으로 늘어나더니, 2019년(이하 10월 현재)엔 95개 동으로 대폭 증가했다. 청년 인구 비중은 20.5%(341만8871명 중 70만2232명)까지 떨어졌다. 반면 노인 인구 비중은 18.0%(61만5051명)까지 올랐다. 부산 전반에 ‘노(老)초 현상’이 나타난 셈이다.
■급증하는 ‘노초 마을’
원도심의 노초 현상은 심각하다. 2019년 영도구 11개 동 전체에 노인이 청년보다 많이 산다. 동구는 12개 동 중 10곳, 서구는 13개 동 중 9곳, 중구는 9개 동 중 7곳이 노초 마을이다. 원도심 45개 동의 82.2%(37곳)는 청년보다 노인이 많다.
원래부터 그렇지는 않았다. 1996년 영도구 동삼1동엔 청년 1만3170명이 살았다. 부산에서 2번째로 청년이 많은 동네였다. 동삼1동은 원래 사람으로 붐비던 곳이었다. 놀이공원 ‘자유랜드’가 운영되던 시절엔 주말마다 어린이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인근 봉래2동엔 한진중공업도 있다. 하지만 1996년 4만2995명에 달했던 인구는 2019년 2만9659명으로 급감했다. 이 기간 청년도 5646명으로 절반 넘게 줄었다. 그 사이 자유랜드는 2008년 문을 닫았다.
서구 암남동은 국내 최초의 해수욕장인 송도해수욕장을 품고 있다. 6·25 전쟁 때 이승만 당시 대통령은 이곳에 별장을 두기도 했다. 암남동은 또 ‘덕수빌라’로 대표되는 고급 주택이 즐비한 부촌이었다. 그러나 이젠 옛말이 됐다. 송도해수욕장이 동부산의 다른 해수욕장에 위상을 빼앗긴 데다, 2003년 태풍 ‘매미’로 크게 망가졌다. 1996년에 2만3871명이던 총인구는 태풍 직전인 2002년까지 2만2835명을 유지했다. 하지만 2003~2006년 4년 만에 2601명(-11.4%)을 잃었다. 206개 읍·면·동을 기준으로 1996년 39위(7831명)였던 청년 인구도 2019년 110위(2760명)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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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6년/2019년 청년 노년 인구 상위 20개 동 |
■청년-노인 주거지 분리 가속
청년과 노년이 사는 동네가 분리되는 현상도 두드러진다. 1996년 노인 인구 상위 20개 동 중 17곳이 2019년에도 같은 순위권을 유지(연도별 정확한 비교를 위해 현재 분동된 해운대구 좌1·2·3·4동, 반여1·4동, 우1·3동과 북구 화명1·2·3동, 강서구 명지1·2동을 1996년 기준에 맞춰 1개 동으로 통합해 계산)했다. 노인이 주로 거주하는 곳이 고착되고 있다.
청년 쏠림도 가속화됐다. 1996년 청년 인구 상위 20개 동에 사는 청년은 전체 청년의 18.9%(121만167명 중 22만8286명)다. 이와 비교해 2019년 상위 20개 동에 사는 청년은 전체의 28.2%(70만2232명 중 19만8321명 )를 차지한다. 청년 밀집도가 9.3%포인트 높아졌다. 특정 읍·면·동으로 청년이 몰리는 현상이 심화됐다.
지리정보시스템(GIS)으로 1996년과 2019년 청년·노인 상위 20개 동을 표시해보면, 주거지 분리 현상이 진행되는 사실이 확인된다. 1996년 지도에는 청년과 노인이 동시에 많은 동네(노란색)가 상당수 겹친다. 반면 2019년 지도에는 노란색이 줄어들고 녹색(청년 인구 상위 동)과 빨간색(노인 인구 상위 동)으로 갈라지는 양상이 눈에 띈다. 부산 청년이 지금처럼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사회적 감소’가 계속된다면, 현재 노란색으로 색칠된 동네도 빠르게 빨간색으로 변할 수 있다. 권혁범 신심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