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사회적 재난’으로 떠오른 빌딩풍의 영향을 과학적으로 점검하는 국내 첫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부산 해운대 해안가에서는 빌딩 사이를 통과한 바람의 풍속이 최대 2배 이상 증가하면서 무시무시한 ‘흉기’로 변하는 현상이 연구 결과 확인됐다.
해운대구는 ‘빌딩풍 피해 예방대책 강구를 위한 학술용역’ 중간보고회를 열었다고 5일 밝혔다. 지난해 6월부터 시작, 이달 말 마무리될 이번 용역은 50층 이상 초고층 빌딩이 밀집한 해운대구 마린시티(해운대아이파크 두산위브더제니스), 센텀시티(더샵센텀파크1·2차 더샵센텀스타), 달맞이고개(해운대힐스테이트위브), WBC더팰리스, 미포 지역(엘시티더샵) 등 5곳에서 빌딩풍을 실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해당 지역 초고층 빌딩을 3D 모델링한 뒤 초속 2~50m의 풍속이 빌딩 사이를 통과하면서 어떻게 변하는지를 측정했다.
초속 20m의 바람이 마린시티와 미포, 달맞이고개 구역을 통과할 때 최대풍속은 각각 초속 35m, 43m, 33m까지로 급증했다. 초속 50m의 바람은 마린시티에서 최대풍속 초속 88m, 미포 구역에서 초속 108m의 초강풍으로 변했다.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20~30m만 넘어도 성인이 제대로 서 있기 힘들다. 육상에서 풍속과 순간최대풍속이 각각 초속 14m 이상, 초속 20m 이상일 경우에는 ‘강풍주의보’가 내려지고, 초속 21m 이상, 순간최대풍속이 초속 25m 이상일 때는 ‘강풍경보’가 발령된다.
센텀시티 구역에서는 오히려 바람 세기가 줄었는데, 2개동이 서로 일정한 간격으로 두고 마주한 형태로 배치돼 건물이 바람을 막은 영향으로 분석됐다. 빌딩풍이 부는 곳에는 바람은 센 반면 열섬현상이나 해충 등은 없는 긍정적인 측면도 발견됐다. 다만 이번 용역에서 빌딩풍이 인근 건물에 미치는 영향은 연구 과제에서 빠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는 기존 도시계획에서 빌딩풍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건축물 허가를 내줘 해안가를 중심으로 초고층 빌딩이 난립, 사회적 재난을 부추겼다며 초고층 빌딩을 지을 때 빌딩풍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용역에 참여한 부산대 권순철(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신축 건축물 허가 때 진행되는 환경영향평가에서 빌딩풍이 ‘강풍주의보’ 이하 수준을 유지하도록 건물을 배치하는 시뮬레이션 결과를 의무적으로 제출하도록 범정부적인 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록 기자 kiyur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