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무실에서 여직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구속 위기를 넘겼다. 부산지법 조현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일 “수집된 증거 자료와 피의자의 태도 등 제반 사정에 비춰 피의자가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주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 전 시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오거돈 전 시장이 2일 병원으로 가기 위해 동래경찰서에서 나오고 있다. 김채호 기자
이날 오전 부산지법 251호 법정에서 진행된 30여 분간의 영장실질심사에서 오 전 시장은 법무법인 지석 상유 등 변호인과 함께 출석, 성추행 혐의를 둘러싸고 검찰 측과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오 전 시장이 범행 전 피해자를 부른 경위와 피해자와의 관계 등을 근거로 계획 범행을 주장했다. 당시 오 전 시장은 ‘컴퓨터 시스템 비밀번호가 변경돼 로그인이 안 된다’며 피해자를 집무실로 부른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최재아 부부장검사는 “오 전 시장이 경찰 조사에서 강제추행을 인정했지만 혐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오 전 시장이 사실상 범행을 부인한 것”이라며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오 전 시장 측은 폭언이나 업무상 위력이 없었으며, 우발적 범행임을 강조했다. 법무법인 상유 최인석 변호사 등 변호인은 “오 전 시장이 범행 당시 ‘인지부조화(자신의 태도·행동이 모순됐다고 느끼는 불균형 상태)’를 겪었다. 경찰 조사 때 범행 당시를 기억하지 못한 것일 뿐 반성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오 전 시장도 “당시 무엇에 씌었던 것 같다. 내가 어떻게 그런 짓을 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된다. 스스로 용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인은 특히 고령인 오 전 시장의 건강 문제(2014년 위암 수술, 2018년 심장 수술)를 들어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부의 이번 결정에 경찰이 섣불리 오 전 시장의 구속 수사를 추진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오 전 시장의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위해서는 재범의 위험성이 인정돼야 하는데, 경찰이 지난해 성추행 사건 수사는 피해자 진술조차 확보하지 못해 진전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경찰은 “오 전 시장의 올해 성추행 사건은 기소 의견으로 송치하고, 다른 혐의 수사도 계속 하겠다”고 말했다. 박정민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