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무실에서 여직원을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구속 위기를 넘겼다. 부산지법 조현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일 “현 단계에서 구속 사유의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오 전 시장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조 부장판사는 “범행장소, 시간, 내용, 피해자와의 관계 등에 비춰 사안이 중하다”면서도 “다만 불구속 수사 원칙과 증거가 모두 확보된 점, 피의자가 범행 내용을 인정해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주거가 일정하고 가족관계·연령 등에 비춰 도망갈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부산 동래경찰서 유치장에서 대기하던 오 전 시장은 영장이 기각되자 입감 8시간 만인 오후 8시23분께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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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강제추행 혐의를 받는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부산 동래경찰서 유치장을 나서고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
이날 오전 부산지법 251호 법정에서 진행된 30여 분간의 영장실질심사에서 오 전 시장은 법무법인 지석 상유 등 변호인과 함께 출석, 성추행 혐의를 둘러싸고 검찰 측과 팽팽한 공방을 벌였다. 검찰은 오 전 시장이 범행 전 피해자를 부른 경위와 피해자와의 관계 등을 근거로 계획 범행을 주장했다. 당시 오 전 시장은 ‘컴퓨터 시스템 비밀번호가 변경돼 로그인이 안 된다’며 피해자를 집무실로 부른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 최재아 부부장검사는 “오 전 시장이 경찰 조사에서 강제추행을 인정했지만 혐의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오 전 시장이 사실상 범행을 부인한 것”이라며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 전 시장 측은 폭언이나 업무상 위력이 없었으며, 우발적 범행임을 강조했다. 법무법인 상유 최인석 변호사 등 변호인은 “오 전 시장이 범행 당시 ‘인지부조화(자신의 태도·행동이 모순됐다고 느끼는 불균형 상태)’를 겪었다. 경찰 조사 때 범행 당시를 기억하지 못한 것일 뿐 반성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변호인은 특히 고령인 오 전 시장의 건강 문제(2014년 위암 수술, 2018년 심장 수술)를 들어 선처를 호소했다.
재판부의 이번 결정에 경찰이 섣불리 오 전 시장의 구속 수사를 추진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오 전 시장의 구속영장이 발부되기 위해서는 재범의 위험성 등이 인정돼야 하는데, 경찰이 지난해 성추행 사건은 피해자 진술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등 수사에 진전도 없는 데도 구속영장부터 신청했다가 기각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박정민 이승륜 기자 lin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