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저대교 거짓·부실 환경영향평가 작성 사태(국제신문 지난 10일 자 1면 보도 등)를 계기로 환경단체와 개발론자 모두 환경영향평가 제도 자체가 문제라며 개선을 촉구한다. 하지만 열쇠를 쥔 정부는 소극적인 태도를 넘어 사실상 문제를 방치한다는 비판을 받는다.
환경영향평가 제도 개선을 위한 전국연대(이하 전국연대)는 환경부를 상대로 문재인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약속한 ‘환경영향평가 비용 공탁제’ 시행 등 전반적인 대책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17일 밝혔다.
환경영향평가 비용 공탁제는 지금처럼 개발 사업을 맡은 사업자가 대행업체를 구해 평가를 시행하는 게 아니라, 사업자가 필요 비용을 제3자 공인기관에 공탁하면 공인기관이 대행사를 선정해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문 대통령이 발표한 100대 국정과제 중 ‘지속가능한 국토환경 조성’ 부문에 포함돼 있다. 낙동강하구살리기 전국시민행동 박중록 공동집행위원장은 “대통령이 약속한 이 제도만 시행돼도 대행사가 사업주 입김으로부터 자유로워져 평가의 객관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환경단체는 환경영향평가가 부실·거짓으로 드러나면 평가를 발주한 사업주 또한 처벌 대상에 포함시켜 책임성을 강화하도록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현행 환경영향평가법상 평가서가 부실·허위로 작성되면 진행한 대행업체만 처벌받을 뿐 사업주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사업주인 부산시는 부실 행정으로 대저대교 사태를 초래했지만 책임·처벌 대상에서 벗어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개발론자도 제도에 불만이 크다. 조속한 대저대교 착공을 요구해온 서부산시민협의회 관계자는 “평가를 거짓·부실로 판단하는 여부는 환경영향평가법 시행규칙 제23조를 따르는데, 해당 조항을 보면 기준이 모호하다. 이로 인해 필요한 공사가 제때 진행되지 않아 사회갈등만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했다.
지난 16일 대저대교 부실·거짓 환경영향평가 사태를 공식 사과한 부산시는 환경부에 개선을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거짓·부실 조사가 발생한 원인이 평가업체의 인력 부족 문제에 있다고 판단하고, 시는 “(인력 동원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자동측정 장비가 있지만 가격이 비싸다. 향후 업체가 자동측정 장비를 도입해 사용할 수 있도록 환경부에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본질적인 제도 개선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의 무대책은 더 큰 문제다. 환경부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 비용 공탁제가 정부 국정과제에 포함되긴 했지만 언제 도입될지 분명히 말하기 어렵다. 환경부 차원에서 제도를 손질할 계획은 현재로선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산대 홍석환(조경학과) 교수는 “비용 공탁제도 부족함이 없지 않지만 도입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라며 “더불어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를 마친 뒤 결과와 조사 과정 모두를 공개하게 하면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