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사건을 수사기관에 고소한 전직 비서 A 씨에 대해 “피해자로 본다”고 16일 밝혔다. A 씨를 ‘고소인’으로 칭했던 이전 시각과는 달라진 것으로, 호칭 사용에서부터 A 씨에게 2차 가해가 빚어진다는 여성계 등의 지적을 일정 부분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황윤정 여가부 권익증진국장은 이날 “피해자 지원 기관을 통해 보호·지원받는 분들은 피해자로 본다”고 말했다. 피해자 지원 기관에 도움과 보호를 요청한 A 씨는 이런 의미에서 분명한 법령상의 피해자라는 설명이다. 여가부는 이 사건과 관련해 지난 14일 공식 입장문에서 A 씨를 ‘고소인’이라고 칭했으나 이틀 만에 ‘피해자’로 입장을 바꿨다. 피해 호소인 등의 표현은 사실상 사법적 판단이 내려지기 전까지는 피해자의 피해 사실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인식을 깔고 있는 것이어서 그런 용어부터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를 유발한다는 여성계 비판을 받아들인 것이다. 박원순 고소인 측인 김재련 변호사도 “‘피해호소인’ 용어는 퇴행”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논란의 여지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당과 청와대가 ‘피해 호소인’이나 ‘피해 고소인’ 등의 호칭을 사용한 것을 두고, 성범죄 피해자 보호 업무의 주무 부처인 여가부는 “기관별로 차이가 있다”고 언급할 뿐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여가부는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이 서울시를 통해 보고된 사실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시스템상 확인이 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편 박 전 시장의 사망 경위를 수사하는 경찰은 주변 인물에 대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이날 오전 서울시 관계자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전직 비서 A 씨의 고소 사실을 박 전 시장에게 전한 임순영 젠더특보는 이날 조사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경찰은 박 전 시장의 사망 전 행적과 관련한 정보가 담긴 휴대전화 3대의 통화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통신영장 발부를 기다리는 중이다. 또 휴대전화 포렌식 일정을 잡기 위한 유족 협의도 진행한다. 대검찰청은 박 전 시장 사망과 관련해 경찰청 청와대 서울시청 관계자들을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수사해달라는 내용의 고발 4건을 이날 오전 서울중앙지검에 배당했다.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