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방역에 밀려나…폭염에 방치된 노인들

경로당 등 실내 무더위쉼터, 코로나 탓 부산 900여 곳 폐쇄

  • 이승륜 김진룡 이준영 기자
  •  |   입력 : 2020-08-19 22:30:19
  •  |   본지 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갈 곳 잃은 산복도로 홀몸노인
- 에어컨 없는 집에서 부채질만
- 외출 자제에 야외쉼터도 못 가

연일 찌는 폭염에다 코로나19까지 대유행하면서 빈곤층 노인이 더위를 제대로 피하지 못해 온열질환에 노출되고 있다. 주로 경로당 마을회관 등에서 운영됐던 무더위쉼터가 올해는 감염병 확산 우려로 대거 폐쇄됐고, 거리두기 2단계 조처로 외출 자제가 권고됐기 때문이다.

폭염특보가 발효된 19일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주택에서 한 어르신이 부채와 선풍기에 의지해 더위를 견디고 있다. 부산시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무더위쉼터인 경로당을 폐쇄해 폭염 속 홀몸어르신 등의 건강 관리가 우려된다. 전민철 기자
19일 오후 3시10분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안창마을. 산복도로에 있는 이 마을에는 홀몸어르신 등 취약계층이 밀집해 있다. 전국적인 폭염특보로 온도계의 수은주가 36도까지 치솟은 가운데 길가 곳곳에는 더위를 피해 집 밖으로 나온 어르신들이 눈에 띄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시가 그간 경로당 복지관 등에서 운영하던 실내 무더위쉼터의 문을 닫자 이들은 갈 곳을 잃었다. 주민 A(79) 씨는 “해마다 여름에는 경로당에서 더위를 피했는데 올해는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홀로 지내는 B(여·80) 씨의 13㎡ 남짓한 집 안에 허락을 얻어 들어가 봤다. 실내온도는 35.8도로 바깥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고지대 주택의 특성상 가열된 슬레이트 옥상의 열기가 고스란히 집 안으로 전해진 탓이다. 안방에서 선풍기 한 대가 돌아가고 있었지만 5분 만에 취재진의 옷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B 씨는 “열대야가 심해 자다가 숨을 못 쉴 정도”라며 “전기료 걱정에 선풍기도 많이 틀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른 산복도로 주민도 상황은 비슷했다. 서구 남부민동 주민 C(85) 씨는 이날 오후 33㎥ 방안에 선풍기조차 없어 얇은 종이 몇 장을 부채로 쓰며 집 밖 그늘에서 지냈다. C 씨는 “혼자 살다가 더위에 쓰러지는 게 제일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 경로당 회장 D(74) 씨는 “매년 여름 석 달 간은 경로당에 냉방비가 지원됐는데 코로나 감염 위기로 문을 닫자 올해는 끊겼다. 거동이 어려운 데다 외출도 자제하라고 해 더위에 고통이 더 심하다”고 호소했다.

올해 시는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고자 실내 무더위 쉼터 1285곳 중 30%인 373곳만 운영한다. 경로당 복지관 등에서 운영하던 무더위쉼터 912곳은 가동이 중단되며, 주민센터 보건소 금융기관 등 373곳에서만 운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운영되는 실내 무더위쉼터를 찾는 발길은 뜸하다. 경로당이나 마을회관보다 접근성이 떨어져서다. 실제로 대연6동주민센터 무더위쉼터를 가 보니 민원인 외에 이곳을 찾는 시민은 드물었다. 남구 관계자는 “관내 은행 주민센터 등을 무더위쉼터로 지정해 업무를 보지 않아도 쉴 수 있도록 구급함과 부채 등을 구비해놓았지만 실내공간이라는 위험 탓인지 찾는 이는 적다”고 설명했다. 시는 실내 쉼터는 줄이는 대신 야외 무더위 쉼터 200여 곳을 만들었지만, 이 역시 먼 거리에 위치한 곳이 많아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는 이동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 보다 못한 주민이 집 근처 야외공간에 마을사람이 이용할 수 있게 직접 그늘막을 만들기도 했다. 안창마을 한 주민은 마을버스 정류장 부근에 임시 그늘막을 쳐 주민 쉼터로 이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상당수 쉼터가 접근성이 떨어지고 장시간 머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실내에서 에어컨이 가동되는 쉼터를 운영하는 게 가장 좋지만 강화된 방역 조처로 제한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승륜 김진룡 이준영 기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거제 2000번 버스 개통 이후 9년 만에 요금 첫 인상
  2. 2이탈리아어과 교수가 부산을 사랑하는 법?…"세계박람회 유치 기원해요"
  3. 3교통신호 체계 현장사정에 맞게 탄력적 운영 어떨까
  4. 4양산시립미술관, 1700억 투입 양산시 문화예술의전당 사업 발목 잡나
  5. 529일 아침까지 내륙 짙은 안개... 귀성길 교통안전 유의
  6. 6올해 로또복권 절반 수도권서 구매…8월까지 1조8000억
  7. 7서울~부산 7시간 20분…추석 귀성길 고속도로 정체 극심
  8. 8걷기 좋은 가을, 땅 기운 받으며 부산을 걷다
  9. 9부산형 급행철도(BuTX) 이어 가덕철도망도 속도전
  10. 10[근교산&그너머] <특집> 추석 연휴 가볼 만한 둘레길 4선
  1. 1추석 앞 윤 대통령 지지율 36.0%로 1.8%p↓…국민의힘 36.2% 민주 47.6%
  2. 2이재명 추석 인사 “무능한 정권에 맞서 국민 삶 구하겠다”
  3. 3한미일 북핵수석대표, 北핵무력 헌법화에 "강력 규탄"
  4. 4구속 피한 이재명…여야 ‘검찰 책임론’ 두고 극한대치
  5. 5연휴 첫날 인천공항 찾은 윤 대통령, "수출 수입 더 늘려야"
  6. 6구속 피했지만 기소 확실시…李 끝나지 않은 사법리스크
  7. 7北, 핵무력정책 최고법에 적었다…‘미국의 적’과 연대 의지도
  8. 8국힘 ‘여론역풍’ 비상…민주 공세 막을 대응책 고심
  9. 9위증교사 소명돼 증거인멸 우려 없다 판단…李 방어권에 힘 실어
  10. 10여야, 이균용 대법원장 임명안 내달 6일 표결키로
  1. 1올해 로또복권 절반 수도권서 구매…8월까지 1조8000억
  2. 2부산형 급행철도(BuTX) 이어 가덕철도망도 속도전
  3. 3주가지수- 2023년 9월 27일
  4. 4주인 못 찾은 복권 당첨금 436억…‘대박의 꿈’이 날아갔다
  5. 5‘악성 임대인’ 334명, 보증금 1조6533억 원 ‘꿀꺽’
  6. 6부산지역 백화점 추석 연휴 교차 휴점
  7. 7BPA, 항만 근로자 애로사항 청취
  8. 8끊이지 않는 고속도로 졸음운전 사고… 4년 반 동안 1642건 발생
  9. 9추석 연휴 '블랙아웃' 막는다…정부, 풍력·태양광 출력 제어
  10. 10추석 ‘귀성길 핫플’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돈 얼마나 쓸까
  1. 1부산~거제 2000번 버스 개통 이후 9년 만에 요금 첫 인상
  2. 2양산시립미술관, 1700억 투입 양산시 문화예술의전당 사업 발목 잡나
  3. 329일 아침까지 내륙 짙은 안개... 귀성길 교통안전 유의
  4. 4서울~부산 7시간 20분…추석 귀성길 고속도로 정체 극심
  5. 5알짜직장 적은 부산, 임금도 노동시간도 바닥권
  6. 6[단독]현직 부산 북구의원, 음주운전 사고로 입건
  7. 7백신 피해 중증자·유족 "정부 대책 잔꾀에 참담"…추석 뒤 국감 '大성토' 예고
  8. 8부산대, 글로벌 세계대학평가 상승세
  9. 9부산시 생활임금 심의 투명성 높인다
  10. 10[영상]'명절 연휴가 무서워요', 거리에 유기되는 반려동물들
  1. 1부산의 금빛 여검객 윤지수, 부상 안고 2관왕 찌른다
  2. 2추석연휴 첫날 金 쏟아지나…김우민 자유형 800m·황선우 계영 400m 출전
  3. 3세계 최강 어벤저스 펜싱 남자 사브르 단체팀, 중국 여유 있게 제치고 우승
  4. 4한국 펜싱 남자 사브르·여자 플뢰레, 단체전 은메달 확보
  5. 5‘요트 전설’ 하지민 아쉽게 4연패 무산
  6. 6행운의 대진표 여자 셔틀콕 금 청신호
  7. 7한가위 연휴 풍성한 금맥캐기…태극전사를 응원합니다
  8. 8북한, 사격 여자 러닝타깃 단체전서 대회 첫 금메달
  9. 95년 전 한팀이었는데…보름달과 함께 AG여자농구 남북 맞대결
  10. 10NC 손아섭, KBO 역대 2번째 통산 2400안타!
우리은행
위기가정 긴급 지원
지인에게 빌린 수술비·투석비용 지원 절실
밴쿠버에서 만난 영도의 미래
녹슨 배 400여 척 해안 점령…‘옛것’도 쾌적해야 자원 된다
  • 맘 편한 부산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