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갈 곳 잃은 산복도로 홀몸노인
- 에어컨 없는 집에서 부채질만
- 외출 자제에 야외쉼터도 못 가
연일 찌는 폭염에다 코로나19까지 대유행하면서 빈곤층 노인이 더위를 제대로 피하지 못해 온열질환에 노출되고 있다. 주로 경로당 마을회관 등에서 운영됐던 무더위쉼터가 올해는 감염병 확산 우려로 대거 폐쇄됐고, 거리두기 2단계 조처로 외출 자제가 권고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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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폭염특보가 발효된 19일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주택에서 한 어르신이 부채와 선풍기에 의지해 더위를 견디고 있다. 부산시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무더위쉼터인 경로당을 폐쇄해 폭염 속 홀몸어르신 등의 건강 관리가 우려된다. 전민철 기자 |
19일 오후 3시10분 부산 부산진구 범천동 안창마을. 산복도로에 있는 이 마을에는 홀몸어르신 등 취약계층이 밀집해 있다. 전국적인 폭염특보로 온도계의 수은주가 36도까지 치솟은 가운데 길가 곳곳에는 더위를 피해 집 밖으로 나온 어르신들이 눈에 띄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시가 그간 경로당 복지관 등에서 운영하던 실내 무더위쉼터의 문을 닫자 이들은 갈 곳을 잃었다. 주민 A(79) 씨는 “해마다 여름에는 경로당에서 더위를 피했는데 올해는 여의치 않다”고 말했다.
홀로 지내는 B(여·80) 씨의 13㎡ 남짓한 집 안에 허락을 얻어 들어가 봤다. 실내온도는 35.8도로 바깥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고지대 주택의 특성상 가열된 슬레이트 옥상의 열기가 고스란히 집 안으로 전해진 탓이다. 안방에서 선풍기 한 대가 돌아가고 있었지만 5분 만에 취재진의 옷은 땀으로 흠뻑 젖었다. B 씨는 “열대야가 심해 자다가 숨을 못 쉴 정도”라며 “전기료 걱정에 선풍기도 많이 틀지 못한다”고 말했다. 다른 산복도로 주민도 상황은 비슷했다. 서구 남부민동 주민 C(85) 씨는 이날 오후 33㎥ 방안에 선풍기조차 없어 얇은 종이 몇 장을 부채로 쓰며 집 밖 그늘에서 지냈다. C 씨는 “혼자 살다가 더위에 쓰러지는 게 제일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 경로당 회장 D(74) 씨는 “매년 여름 석 달 간은 경로당에 냉방비가 지원됐는데 코로나 감염 위기로 문을 닫자 올해는 끊겼다. 거동이 어려운 데다 외출도 자제하라고 해 더위에 고통이 더 심하다”고 호소했다.
올해 시는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고자 실내 무더위 쉼터 1285곳 중 30%인 373곳만 운영한다. 경로당 복지관 등에서 운영하던 무더위쉼터 912곳은 가동이 중단되며, 주민센터 보건소 금융기관 등 373곳에서만 운영하기로 했다. 하지만 운영되는 실내 무더위쉼터를 찾는 발길은 뜸하다. 경로당이나 마을회관보다 접근성이 떨어져서다. 실제로 대연6동주민센터 무더위쉼터를 가 보니 민원인 외에 이곳을 찾는 시민은 드물었다. 남구 관계자는 “관내 은행 주민센터 등을 무더위쉼터로 지정해 업무를 보지 않아도 쉴 수 있도록 구급함과 부채 등을 구비해놓았지만 실내공간이라는 위험 탓인지 찾는 이는 적다”고 설명했다. 시는 실내 쉼터는 줄이는 대신 야외 무더위 쉼터 200여 곳을 만들었지만, 이 역시 먼 거리에 위치한 곳이 많아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는 이동이 쉽지 않은 형편이다. 보다 못한 주민이 집 근처 야외공간에 마을사람이 이용할 수 있게 직접 그늘막을 만들기도 했다. 안창마을 한 주민은 마을버스 정류장 부근에 임시 그늘막을 쳐 주민 쉼터로 이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상당수 쉼터가 접근성이 떨어지고 장시간 머무는 데 한계가 있다”며 “실내에서 에어컨이 가동되는 쉼터를 운영하는 게 가장 좋지만 강화된 방역 조처로 제한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이승륜 김진룡 이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