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각지대 방치 “쓰러질까 걱정”
- 택배기사 계단과 전쟁 ‘땀범벅’
- “가방에 속옷 2개 챙겨 다닌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에 코로나19 재확산까지 겹치면서 야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이중고가 극심하다. 혼자 야외에서 일하다가 온열질환에 노출돼 숨지는 사례도 나와 주의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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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1일 부산 수영구 남천동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에 마련된 야외휴게실에서 노동자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지난 21일 부산 수영구 남천더샵프레스티지 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찜통더위에 인부들이 마스크를 썼다 벗었다 하며 공사에 매진했다. 평소 같으면 마스크를 쓰지 않고 일할 텐데 코로나19 확산 탓에 무더위에도 입을 가렸다. 마스크 대신 햇빛을 가리는 목토시를 입 주위까지 올려 일하는 인부들도 있었다. 현장 인부인 이모 씨는 “무더위에 코로나까지 겹치니까 정말 힘들다”면서 “나를 포함해 주변 동료들이 혹시나 더위를 먹고 쓰러지지 않을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2시가 되자 모든 인부가 일을 멈추고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더위를 식혔다. 이 아파트 시공사인 포스코건설 측은 매일 이 시간에 10분간 휴식시간을 두고, 200여 명의 인부 전원에게 아이스크림을 제공한다. 대형 제빙기도 3대 마련해 수시로 얼음을 제공한다. 이 건설사 정정임 보건관리자는 “집단으로 모이는 교육은 자제하고, 매일 발열체크를 하는 것은 물론 손 소독, 마스크 착용 등을 권장한다”면서 “인부의 온열질환 예방은 물론 감염병을 막기 위한 보건위생도 챙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택배노동자도 폭염에 지치기는 마찬가지였다. 택배기사 김모(42) 씨는 이날 하루 정해진 물량을 처리하다 보니 쉴 틈이 없다고 말한다. 엘리베이터가 있는 아파트는 그나마 사정이 낫다. 빌라와 상가에서는 요즘 같은 더위에 한 번 올라갔다 내려오면 금세 땀에 젖는다. 이마에 맺힌 땀을 수건으로 연신 닦아보지만, 수건 역시 뜨거운 열기에 달아올라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나마 이동 중에 차 안에서 쉴 수 있는 것이 행복이다. 김 씨는 “하루 수백 개에 달하는 물량을 처리하다 보면 땀이 비 오듯 쏟아져 가방에 속옷을 두 개 더 넣어 다닌다”며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까지 써야 해 더욱더 힘들다”고 말했다.
야외에서 혼자 일하던 70대 남성이 무더위에 숨지는 일도 일어났다. 경남 고성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후 5시께 고성군 한 밭에서 마을주민 A(70) 씨가 쓰러져 있는 것을 부인이 발견해 옮겼지만 숨졌다. 경찰은 의사 소견을 토대로 혼자서 밭일을 하던 A 씨가 열사병 증세로 쓰러져 숨진 것으로 추정했다. 당시 이 지역 낮 최고 기온은 33도였다.
이처럼 야외 노동자는 코로나까지 겹친 폭염에 방치되나 별다른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민주노총 전국건설산업노조연맹 노동안전보건위는 지난 20일 정부 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폭염에도 속도전과 갑질문화로 건설노동자의 쉴 권리를 내세우기 힘들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조합원 46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354명(83.1%)은 ‘폭염경보에도 별도 작업 중단 지시 없이 일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관계자는 “취약계층에 폭염대책이 집중되다 보니 현실적으로 야외 노동자에까지 관심을 쏟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부산시에 따르면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로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지난해 100명, 올해 44명(23일 현재)으로 집계됐다. 이례적인 폭염을 기록한 2018년(208명)보다 감소했지만, 2011년 이 감시를 시작한 이후 온열질환자들은 증가 추세다.
김진룡 이준영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