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가 만든 혼란·불확실성
- 생계 수단 앗아가 ‘희망’잃고
- 취업 경쟁자 점점 늘어나 ‘압박’
- “이유있는 채용 연기” 자조까지
- 지역 청년들, 위축되지 않고
- 노동·주거·공동체 함께 고민
- 22일 시작 ‘청년주간’서 풀어내
- “생각 같이 나누면 해답 나올 것”
“‘오히려 나는 코로나19 덕을 본 것 같다’고 말하는 취업준비생들이 생겼다. 코로나19 탓에 어쩔 수 없이 취업이 늦어진다는 ‘합리적 이유’가 생긴 거다. 취업 경쟁이 주는 압박감과 부모님 등쌀,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서 잠시나마 벗어날 수 있게 됐다는 얘기다. 그만큼 코로나19 이전 겪었던 불안감이 컸다는 뜻이기도 하고, 코로나19 이후 다시 닥쳐올 시련은 훨씬 더 클 거란 말이기도 하다.”(김형권 청년문화로협동조합 대표, 또래 상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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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 늦은 오후 부산 영도구 청년 공간 ‘무명일기’에서 지역의 다양한 청년 활동가 등이 모인 가운데 2020 부산청년주간 ‘킥오프 미팅’이 진행되고 있다. 서정빈 기자 |
■코로나19의 ‘다양한 이름’
청년에게 코로나19가 어떤 의미인지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수많은 이름을 가졌다. 청년 저마다의 삶이 복잡다단한 것처럼 코로나19는 셀 수 없는 혼란으로 다가왔다. 어떤 취준생에게 코로나19는 “내 역량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채용시장이 완전히 얼어붙어 취업할 수 없다”는 ‘위로’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기업의 채용이 재개되면, 기나긴 ‘취준 터널’을 함께하던 또래는 물론 새롭게 터널에 진입한 후배 청년과도 경쟁해야 한다. 이때 코로나19의 이름은 ‘좌절’로 급변한다.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리는 청년에게 코로나19는 ‘절벽’의 또 다른 이름이다. “코로나19 이전에도 대학생은 근무시간이나 시급 등의 문제로 괜찮은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쉽지 않았다. 지금은 훨씬 어려워졌다. PC방처럼 집합금지명령이 내려진 곳에서 일하던 대학생은 아예 일을 그만둬야”(김영준 청년가치협동조합 회장)했다. “꿈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으며 기세나 열정도 크지만, 현실을 생각하면 위축될 수밖에 없는”(김성훈 부산청년유니온 대표) 청년은 이 절벽 앞에서 어느 때보다 기가 죽는다.
코로나19가 불러온 혼란과 미래 불확실성은 ‘청년 졸업’을 앞둔 이들에게도 고민거리를 던진다. 주변에서 “세상 물정도 좀 알고 살아라” “철 좀 들어라”는 조언이 쏟아지니 그렇다. “돈을 빌려서라도 아파트 사라고들 말한다. 과거 아파트 투기에 비판적 생각을 공유한 또래들도 이제는 이런 주장을 받아들인다. 청년 시절에 품은 고민이 장년이 될 무렵 ‘어릴 때니까 가졌던 생각’으로 치부되면서 기성세대로 자연스레 편입”(김호민·34)된다. 청년의 시각은 치기 어린 시절 한때 품어본 추억일 뿐인지, 지금이라도 ‘어른’으로 거듭나야 하는지를 되묻게 된다.
■“지금, 청년으로 거듭날 때”
쏟아지는 문제와 고민 앞에서 부산 청년은 “지금이야말로”라고 외친다. 지금이야말로 청년의 새로운 상상을 현실로 펼쳐나갈 때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청년의 시각으로 눈앞에 주어진 문제를 이야기하고, 기성세대의 빤한 수를 뒤집을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다시 한번 청년의 노동, 주거, 공동체를 고민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지금이야말로, 어른이 아닌 청년으로 거듭나야 할 때라고 말한다.
부산 청년의 이 같은 외침이 오는 22~26일 ‘2020 부산청년주간’에 모인다.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지난 15일 부산 영도구의 청년 공간 ‘무명일기’에서 이번 청년주간에 참여하는 40여 명의 청년이 서로의 고민과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자리가 열렸다. n개의 삶을 사는 청년에게서, 분야를 가리지 않은 수많은 생각이 튀어나왔다. “어떻게 해야 청년 노동의 가치를 올릴 수 있을까” “무슨 수를 써야 캥거루족을 벗어날 수 있을까” “서울행에 실패한, ‘지역에 남은 청년’이 아닌 주체적으로 지역을 살아가는 청년이 되려면 뭘 해야 하는가”….
아무도 명쾌한 해답을 알지 못하는 질문이지만, 청년은 각자 목소리를 모으고 다듬는 과정에서 누구도 가보지 못한 길이 열릴 것으로 믿는다. 올해 나이 마흔인 박진명 ㈔부산청년들 이사장은 “청년을 졸업(청년기본법상 만 34세)할 나이가 지났는데 아직 졸업을 못 하고 있다. 많은 이들과 함께 고민을 나누면 답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권혁범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