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층따라 교육 출발점부터 달라
- 서·연·고대생 중 고소득층 46%
- 정부지원금도 18%로 쏠림 현상
- 사회적 자원 공적 배분 필요성 커
- 코로나시대 시선·일상 격차 커져
- ‘지잡대생’ 은어로 불공정 정당화
- ‘2등 시민’ 취급에 당당히 저항을
‘반역’의 중심에는 늘 차별받는 이들이 있다. 낡은 틀의 불합리함을 인지하기는 쉽다. 그러나 새 판을 짜는 건 모험이다. 차별에 몸서리치는 당사자만이 모험을 감수한다. 모험가는 온건한 수로는 사회를 뜯어고칠 수 없다고 판단한다. 뿌리를 뒤흔드는 급진적 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기성세대가 세운 차별의 장벽을 넘어서려는 청년은 그래서 언제나 모험가다.
| |  |
| 지난 26일 오후 부산역 유라시아플랫폼에서 열린 2020 부산청년주간 기획 세션 ‘코로나19 다음, 청년의 시선으로 질문하기’에 참석한 패널들이 토론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모험가는 다시 한번 반역을 꿈꿀 때라고 선언한다. 서울이라는 성(城) 바깥에 살아서, 지방대 학생이라서 겪는 차별과 혐오를 끝내야 한다고 목소리 높인다. “지금이야말로 반역적 상상을 밀어붙여야 한다”고 확신한다.
■“과감히 상상해야 할 때”
“개인이 전쟁터를 벗어나는 가장 확실하고 근본적인 방법은 전쟁을 끝내는 것뿐입니다.” 곽영신 세명대 저널리즘연구소 연구원이 지난 25일 열린 2020 부산청년주간에서 든 비유다. 그의 눈에 우리 사회는 ‘헬조선’, 극심한 양극화가 벌인 전쟁터다. 이 싸움판에서 병사는 능력주의와 절차적 공정에 맹목적 믿음을 보인다. “전쟁터의 병사 중 10%만 집에서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준다고 생각해보자. 선발 기준과 과정의 투명성이 중요해진다.” 이런 믿음은 소위 서울 명문대와 지방대 사이의 불평등을 합당한 것으로 둔갑시킨다.
불평등은 마땅한 것이 됐다. 청년은 계층에 따라 교육을 받을 기회에서부터 출발점이 다르다. “한국장학재단 자료를 보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학생 중 고소득층 비율은 46%다. 전국 대학 평균 배에 이른다“고 그는 설명했다. 대입 이후의 교육에서도 차별적 대우는 만연하다. 그는 “지난 15년 동안 정부가 대학에 지급한 지원비를 살펴보면 이 3개 대학이 받아 간 금액이 전체의 17.9%다. 또 지난 11년간 서울대 학생 1인당 교육비는 전국 대학생 평균의 3.4배에 이른다. 불평등을 강요하는 역진적 배분이다”고 꼬집었다.
그런데 불평등의 피해자가 오히려 혐오의 대상이 되는 해괴한 일이 벌어진다. 지방대 학생이 코로나19에 걸리면, 온라인 여론은 확진자의 건강을 걱정하지 않는다. ‘지잡대생’이란 이유로 그를 욕한다. “능력주의와 절차적 공정에 대한 과도한 믿음이 장에서 밀려난 이를 멸시하는 것을 정당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곽 연구원은 “지금의 구조적 불공정을 놔둔다면 절차적 공정은 불공정·불평등을 강화할 뿐”이라며 “사회적 자원의 공적 배분이 필요하다. ‘2등 시민’ 취급에 체념하지 말고 자신 있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권과 지방의 틈새를 단순한 인구 채우기로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진형익 전국청년정책네트워크 대표는 “지자체는 청년 인구 이탈을 걱정하며 인구 유입을 고심한다. 그러나 청년이 지역을 떠나는 건 지역에서 성장을 담보할 수 없어서”라며 “돌아올 청년을 위한 여건을 먼저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언택트 기술이 발전하면 지역에 정주하면서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 이런 인프라가 구축되면 지역 격차를 해소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더 긴밀하게 연대할 때”
그러나 청년의 ‘반역 모의’는 코로나19의 위협을 받는다. 지난 26일 이어진 행사에서는 인류가 처음 겪어본 이 역병이 폭로한 일상의 격차가 논의됐다. 코로나19로 인해 “개개인 모두가 공인이 됐다.” “나로 인해 다른 이가 피해받지 않을까 걱정한다.” 감염의 책임은 오롯이 개인에게 전가됐다. 확진자는 역적이 된다. “싸돌아다녔다”고 비난받는다. 이웃이 잠재적 보균자로 보인다. 관계를 단절한 채 방안에 틀어박힌다. 연대는 멀어진다.
느슨해진 사회적 고리는 약자의 삶을 먼저 타격한다. 청년도 예외가 아니다. 거리 두기에 필요한 비용은 각계각층 사람마다 다르게 청구된다. “돌봄 등 거리 두기에 취약한 노동환경에서 일하는 청년, 차가 없어 대중교통을 이용해야만 하는 청년에게서 보듯 사회적 거리 두기마저 모두에게 공평한 건 아니다.”(㈔부산청년들 김지현 이사)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에서도 부모들은 아이를 학원으로 보낸다. 반면 저소득층 학생은 부모의 적절한 돌봄과 학습 지도를 받지 못한다. 성적 격차의 고민은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 “역설적으로 코로나19는 학교가 얼마나 소중한 공간인지를 말해준다.”(국가교육회의 청년특별위원회 김대인 청년·청소년 자문단원)
위기의 순간, 관계의 유지는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다. 부산진구종합사회복지관 염성은 팀장은 “‘찐택트’라는 단어가 있다. 지금이야말로 ‘찐(진짜)’으로 사람들과 연결되고, 지금까지 잘 챙기지 못했던 소중한 존재를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안부를 묻지 못했던 누군가가 있다면 카톡 한 번 해보는 게 가벼운 시작이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권혁범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