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청년…지금이야말로 <4> 이제, 전환의 시점

영도 옛 항만창고서 쫑파티…“혼자가 아님을 깨달은 시간”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60년대 청년 꿈 키우던 창고서
- 40여 명 행사 끝낸 소회 나눠
- “내 얘기도 할 수 있겠다고 느껴”

- 청년활동가 위주 토론엔 쓴소리
- “평범한 청년 참여 많아졌으면”

부산 영도의 푸른 바다가 청년에게 꿈을 내어준 시절이 있었다. 1960년대 영도는 제조·항만·조선업에 종사하는 청년 노동자로 붐볐다. 이들에게 바다는 그야말로 현재와 미래가 담긴 공간이었다. 바다는 청년이 배를 만들고, 고치고, 먼 나라로 떠나보내게 해줬다. 일로써 먹고살 길을 찾도록 해줬다. 청년은 현재의 삶을 살면서 앞날을 그려나갈 수 있었다.
   
지난 13일 부산 영도구 ‘무명일기’에서 ‘2020 부산청년주간’ 종료를 자축하는 ‘애프터 파티’가 열렸다. 이 자리에 모인 청년들은 이번 행사의 의미를 짚는 한편 앞으로의 청년 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신심범 기자

어느 순간 영도는 부산에서 가장 고령화됐지만, 바다에 꿈을 실으려는 청년은 사라지지 않았다. 지난 13일, 부산에서 더 나은 내일을 꿈꾸는 청년 40여 명이 영도구 봉래동 ‘무명일기’에 모였다. 1959년 지어진 낡은 항만창고를 문화가 흐르는 장소로 새로 단장한 곳이다. ‘이름이 없다’ ‘유명하지 않다’는 뜻인 동시에 모두의 일상이 쓰이는 장소라는 의미에서 무명이란 이름을 붙였다. 60년 전 선배 청년이 청운의 꿈을 키웠지만, 이제는 녹슬고 새까매진 공장으로 가득한 영도에서 청년은 파티를 열었다. 지난달 22~26일 열린 ‘2020 부산청년주간’의 성공적인 마무리를 기념하는 자리였다. 음식과 술, 음악이 어우러진 말 그대로의 ‘파티’였다. 하지만 마냥 들뜨지는 않았다. 잔치 속에서도 이들은 ‘어떻게 해야 청년의 목소리를 사회에 제대로 전할 것인가’를 논의하며 청년정책의 전환, 더 나은 청년의 미래를 함께 고민했다.

■“나도 내 얘기를 할 수 있군요”

“지금까지는 그저 혼자 살아지는 대로 살아왔어요. 이런 자리가 없었다면 제 얘기를 할 수도, 다른 사람 얘기를 들을 수도 없이 계속 혼자 살았을 겁니다.”

청년 주거 세션에서 1인 가구 생활이 주는 고충을 공유한 이슬기 씨의 소회에는 울림이 있었다. 내 고민은 ‘나만 겪는 어려움’이 아니었다. 우리가, 청년이 함께 처한 문제였다. 고립된 세계에서 자기 처지나 능력을 탓하며 외로움에 빠질 필요가 없다. 서로의 고충을 같이 말하고, 함께 해결해나갈 수 있다. 이럴 때 ‘청년’은 만 18세부터 34세까지라는 법적 개념, 특정 연령을 지칭하는 틀을 깨뜨린다. 다양한 관점을 지닌 하나의 집단이 되고, 수많은 생각을 함께 실천하는 움직임이 된다.

청년 한 명의 이런 ‘깨달음’은 금세 주변으로 퍼져나간다. 같은 믿음을 가진 청년이 모여 크고 단단한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면 그 효과는 두말할 것 없다. ‘부산 청년정책 전환하기’ 세션에서 패널로 나선 ‘디딤돌 카드 참여자’ 김국희 씨는 “디딤돌 참여자는 ‘일반 청년’이지 않나. 내가 이런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며 “친구들이 내가 나온 세션을 보면서 ‘네가 저런 데 가서 토론하는구나. 나도 얘기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더라. 앞으로 저 같은 청년이 참여하고, 말할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부산청년정책네트워크 이나윤 운영지원단장도 “‘혼자인 줄 알았는데’라는 말이 마음속에 남는다. 처음에는 ‘내 문제인데 누가 나를 위해 해결해주나’ 생각했다. 지금은 그렇지 않다. 누군가와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고, 내 문제이자 너의 문제이며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느끼게 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더 다양하고 치열한 고민을

파티 분위기가 훈훈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청년운동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쓴소리’도 적잖았다. ‘지역에서 방귀깨나 뀐다는 사람들 말 대신 정말 평범한 일반 청년의 참여가 활발해져야 한다’는 게 주된 지적이었다. 지역의 모든 청년이 ‘마이크’를 가질 수 없고, 자신의 고민을 ‘청년으로서의 고민’으로 인지하고 있지도 않다. 그런데도 운동은 최대한 많은 청년의 생각을 수렴해야 한다. 이런 딜레마 속에서 청년운동은 오랫동안 이 문제에 해명 아닌 해명을 해왔다. 부산청년주간도 이를 피할 순 없었다.

청년문화단체 ‘고치’에서 활동하는 박현우 씨는 “청년 활동가와 일반인이 쓰는 단어 자체가 다르다. 그래서 이해하기 쉽지 않았다. ‘청년’이 아닌 ‘청년 활동가’의 얘기만 들을 땐 ‘이게 (현실과) 맞나’ 싶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역 팟캐스트 ‘051FM’을 운영하는 정욱교 씨는 “이런 행사가 아니었으면 청년 담론의 존재 자체를 몰랐던 분이 많았을 거다. 청년 문제를 위해 애쓰는 사람이 있고, 이런 부분을 고민해봐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된 기회를 줬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면서도 “일반 청년의 목소리를 최대한 많이 듣기를 바란다. 그들의 시각은 활동가와 다를 수 있다. 더 많은 일반의 목소리를 들을수록 더 많은 이에게 유용한 행사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산노동권익센터에서 일하는 김성원 씨는 “패널들이 토론할 때 댓글로 자신이 처한 문제를 털어놨던 분들을 위한 자리가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들도 청년이라 불리지만, (행사에서 오가는 말들은) 일반 청년의 것과 괴리가 있다고 생각했을 것 같다”며 “청년주간이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일반 청년도 자리에 나와 자신의 얘기를 전할 거다. 이렇게 모인 얘기가 훌륭한 정책으로 변화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청년의 날도 제정됐으니, 앞으로가 더 중요해졌다. ‘신나는 노래’가 나오길 기대한다.” 가을밤 영도 무명일기에 모인 부산 청년은 ‘청년 최대한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새로운 담론, 청년정책 전환의 시점을 토론 테이블에 올려놓고 늦은 시간까지 깊은 고민을 나눴다.  

권혁범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


-끝-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2. 2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3. 3[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4. 4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5. 5[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6. 6"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7. 7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8. 8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9. 9트럼프 “韓 알래스카 안 해도 괜찮다…더 청구하면 돼”
  10. 10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1. 1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2. 2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3. 3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4. 4靑, 北 탄도미사일 발사에 긴급회의…“안보리 위반, 즉각 중단 촉구”
  5. 5李대통령, ‘정청래 그만 괴롭히라’는 글에 “괴롭힌 거 아냐”
  6. 6‘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7. 7[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8. 8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9. 9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10. 10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1. 1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2. 2"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3. 3“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4. 4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5. 5"건보료 재정누수 심각…1000만원 초과 고액체납 2배 급증"
  6. 6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7. 7최태원, 9440억 규모 SK 지분 매각 결정…노소영 재산분할액과 같은 규모
  8. 8국민·하나·부산은행도 당했다…금융권 해킹 피해 확산(종합2보)
  9. 9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10. 10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1. 1‘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2. 2[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3. 3[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4. 4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5. 5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6. 6“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7. 7“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8. 8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9. 9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10. 10‘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1. 1[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2. 2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3. 3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4. 4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5. 5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6. 6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7. 7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8. 8자존심 지켰다…남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서 금메달
  9. 9LoL 대표팀, 대만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무실 세트 제패
  10. 10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우리은행
준비 안 된 '경찰시대'
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교통취약지 ‘버스형 콜택시’ 도입, 울주 전역 도시가스 공급도 추진”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