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북구 만덕동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하자 이 지역 주민을 향한 혐오와 차별이 기승을 부린다. 감염병 확산세가 잡히지 않아 불안감이 최고조에 다다른 상황에서 ‘코로나 온상’이라는 낙인까지 찍혀 만덕동 주민은 ‘이중고’를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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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북구 덕천동 한 영업장 입구에 ‘만덕동 주민 출입을 제한한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일 국제신문 취재진이 확인한 결과 이 안내문은 현재 제거된 상태다. 독자 제공 |
만덕동 주민 A 씨는 지난 주말 북구 덕천동 한 영업장 앞을 지나다가 불쾌한 경험을 했다. ‘만덕동에 사시는 분은 출입을 제한합니다. 만약 출입하면 구상권 청구합니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입구에 붙어 있었던 것. A 씨는 “확진자가 많이 나온 건 사실이지만, 만덕에 사는 사람 모두가 코로나에 걸린 건 아니지 않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 항의가 이어지자 이 가게는 안내문을 슬그머니 뗐다. 주민센터에는 만덕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이같이 혐오와 차별을 받았다는 민원이 빗발친다. 일부 택시기사는 승객이 만덕동으로 가자고 하면 감염이 우려된다며 승차를 거부하는 등 막무가내로 이곳 주민을 잠재적인 코로나 감염자로 여기는 분위기도 퍼진다.
집단감염 사태로 부산시가 지난 15일까지였던 만덕동 음식점에 대한 집합제한 명령을 2주간 연장하면서 경제활동까지 타격을 받자 주민 불만은 극에 달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지난 추석 연휴 전후로 헬스장과 목욕탕에서 많은 수의 확진자가 나온 뒤 지역을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에서 요양병원 집단감염까지 발생해 일상에서 불합리한 대우를 받자 주민의 하소연이 이어진다”며 “자영업자는 가게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해 생활고를 호소한다”고 말했다.
북구의회는 부산시와 북구가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구의회 김효정(북구나) 의원은 “불안감에 거리가 텅 비어있고 주민은 패닉 상태다. 근거 없는 소문이 나돌고, 만덕동 주민을 죄인 취급하는 분위기도 읽힌다”며 “부산시의 지원이 어렵다면 북구라도 나서 생활고에 빠진 이들의 지원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의회는 동네 곳곳을 돌며 방역작업을 벌이는 봉사자 지원도 요구한다. 해뜨락병원에서 확진자가 나오자 북구 새마을단체 회원을 중심으로 거리와 소공원을 소독하지만, 소독약과 방역복 등 방역물품이 넉넉하지 않다. 북구 관계자는 “긴급 지원대책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확진자가 계속 나오는 상황이라 인력과 자원이 제한적이어서 지금은 방역에 집중할 때”라며 “다만 방역봉사를 하는 새마을단체에는 소독약과 방역물품을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특정 지역과 주민을 ‘구별짓기’보다 함께 감염병을 극복해 나가는 우리 이웃으로 그들을 품는 시민의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특정 지역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가게 출입을 제한하는 등의 행위는 차별에 해당할 수 있다. 혐오를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임동우 기자 guardia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