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양반들아, 능멸마라
- 오랜 세월 시달린 고통을
- 정치 논리로 덧씌우다니
- 우린 안전을 바랄 뿐이다
죽어봐야 저승을 안다. 요즘 일부 중앙지의 보도를 보노라면 우리가 능멸을 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가덕신공항 건설 문제는 정치 논리의 난기류에 휩싸였다. 우리는 그 속에 갇혀 줏대 없는 ‘얼씨구 덩더꿍’ 박수부대의 춤이나 추고 있는 모습으로 비친다. 공항만 옮겨주면 쓸개도 빼버리고 표나 주는 사람들로 보이는가. 왜 보궐선거를 치르는지도 모르는 얼간이들로 보이는가.
아니다. 우리도 다 안다. 공항 사고의 공포와 불안에서 벗어나고, 질 높은 삶을 담보하기 위한 몸부림이 김해공항 확장의 반대와 정부의 대안인 가덕신공항 건설의 찬성일 뿐이다. 옳은 것은 옳고 틀린 것은 틀린 것이다. 프랑스 전문가가 김해공항 확장이 최선이라고 했던 사실도 우리는 알고 있다. 국내 학자들이 진행한 밀양을 비롯한 적합성조사 결론이 맹목이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또 100% 무결을 고집하는 것도 아니다. 가덕도가 불가피한 선택이었기에 지지했다. 이곳 언론도 그래서 긍정적이었다.
2002년 4월 김해공항에 착륙하려던 중국 민항기가 비행장 북쪽 겨우 204m 밖 돗대산에 추락해 승객 130명이 사망했다. 집사람의 고등학교 때 친구도 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즐거웠던 회갑 여행의 귀로가 비극이 되고 말았다. 제대로 되지 않은 공항이 한 가정의 행복을 송두리째 박살 낸 것이다. 그런 위험은 아직도 그대로 도사리고 있다.
만약 김포공항에서 이런 끔찍한 사고가 났더라면, 서울 양반들은 사고 1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입을 다물고 가만히 계실까? 상상이 안 된다. 항공기 기장들은 김해공항에 착륙할 때 목숨을 거는 기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런 공항을 확장해 쓰면 안전하다고? 누가 공감할 것인가. 우리가 확장 반대와 이전에 찬성하는 이유가 이 같은 안전성에 있다. 여기에 정치적 논리가 틈입할 곳은 없다. 가덕신공항 건설이 오로지 여당의 선거용이라는데 야당의 대표적 인사까지 왜 찬성하고 나서는 것일까. 그 사람들은 뭘 몰라서 그럴까. 이제는 염불처럼 돼버린 김해 밀양 가덕도에 관한 공항 논쟁의 장단점도 모르면서 상대 정당의 정책을 지지한다는 말인가.
인구 100만 명도 되기 전인 60여 년 전부터 나는 여기서 살았다. 나 만한 부산 토박이도 드물다. 3·15부정선거 때 대학생이었다. 그때도 검정 고무신을 준다고 표를 준 일은 없었다.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4·19의거 때는 군중에 섞여 돌멩이를 들고 부산진경찰서 앞까지 뛰어갔다. 부산사람의 기질은 나보다 훨씬 더 정의롭고 솔직하다. 그게 전통이다.
어느 정권이든 정치를 잘하면 표를 줄 것이다. 못하면 그 반대다. 공항에 낚여 표를 준다? 이곳 사람의 자존심을 훼손하고 능멸하는 상상이다. 지역 유지들까지 가덕도를 선호하는 이유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생각해 보시라. 오랜 세월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이곳 사람의 고통을 공유해 보겠다고 중앙 양반들은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동시대를 살면서 특정 지방이 겪는 고통을 이렇게 폄하하고 지역감정까지 부추기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 부질없는 논쟁은 그만하자. 정치적 갈라치기도 멈추자. 이웃 국가 일본도 바다를 메워 간사이공항을 만들었고 주부공항도 건설했다. 이 세상에 바람이 불지 않는 곳이 어디 있는가. 바다가 없고 산이 없는 곳이 어디 있는가. 그런 곳이 있으면 말해보라. 생각하고 고민하다 그 가운데 무던하다고 판단된 곳이 가덕도였을 뿐이다. 어딘들 단 1%만 결함이 있어도 치명적일 수 있다. 안전하다면 하늘 위라도 좋다. 거기에다라도 어서 공항을 만들어 달라. 누군들 길을 두고 뫼로 가려 할 것인가. 제발 정치 논리를 덧씌워 우리를 바보로 만들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