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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덕에서 세계로’ 릴레이 기고 <3> 전호환 부산대 교수·전 총장·동남권발전협의회 상임위원장

바다 위 공항, 태풍·안전성 문제 없다

  • 전호환 부산대 교수
  •  |   입력 : 2020-11-24 22:17:05
  •  |   본지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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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 길목에 위치한 일본
- 공항 대부분 해안에 지어
- 최적 입지 가덕도 놔두고
- 언제까지 곡예비행 할텐가

#1. 2002년 4월 15일 아침 서울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김해공항에 도착했다. 그때 나는 공과대학 부학장을 맡고 있었다. 공과대학에서 추진했던 ‘가야밸리’사업 예산을 확보하러 국회에 가야 했다. 당시 부산은 주력 산업인 신발과 섬유산업의 침체로 새로운 먹거리 사업을 모색하고 있었다. 신소재 개발을 통한 신발, 조선기자재, 자동차부품 등 전통산업의 기술 고도화와 해양산업 육성 등을 담은 것이 ‘가야밸리’사업이었다. 그런데 교통 체증으로 일행 중 한 명이 늦게 도착했다. 다음 비행기를 타고 서울을 가려 했지만 안개 때문에 이륙이 금지돼 어쩔 수 없이 자동차로 서울을 가게 됐다. 서울로 가던 차 안에서 중국 민항기가 김해공항에 착륙하다가 돗대산에 추락했다는 긴급 뉴스를 들었다.

#2. 김해공항은 비행기 조종사가 가장 꺼리는 공항이다. 남풍이 불 때 곡예비행으로 착륙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행기와 새는 반드시 맞바람을 안고 뜨고 내린다. 김해공항에 남풍이 불 경우 서울에서 날아온 비행기는 맞바람을 안고 곧바로 착륙할 수가 없다. 북쪽에 신어산이 있기 때문이다. 민항기는 승객의 안전을 위해 산과 같은 장애물 접근 고도 제한과 하강속도 제한이 국제법으로 정해져 있다. 신어산을 넘어온 비행기가 급강하해 활주로에 착륙할 수 없는 이유이다. 비행기는 남쪽 바다로 날아가 다시 북쪽으로 기수를 돌려 고도를 낮추면서 김해시 상공에서 180도 급선회 하자마자 내려 앉는다. 안개 속에서 곡예비행을 하다가 중국 민항기는 추락했다. 그래서 공항은 주변에 산이 없는 지역에 십자형의 활주로를 만든다. 어느 방향에서 바람이 불어도 안전하게 이착륙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김해공항은 원래 군 공항으로 만들었다. 군용 비행기와 민간항공기의 안전기준은 엄청나게 다르다. 군과 민간비행기가 동시에 사용하는 국제공항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군 비행장은 산으로 둘러싸인 지역이 오히려 적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하다. 나는 1977년 대학 1학년 때 행글라이더를 손수 만들어 비행했다. 대학 축제 때에는 금정산에서 대학 운동장으로 축하비행도 했다. 3학년 재학 중 ‘행글라이딩 비행에서 제작까지’ 책도 출간했다. 그래서 비행 원리를 잘 알고 있다.

#4. 2016년 홍준표 당시 경남지사와 공항을 두고 얘기를 나눴던 적이 있다. 홍 지사는 “가덕도는 너무 치우쳐 있다. 태풍과 해일에도 위험하다. 밀양으로 가야 된다”고 말했다. 나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산으로 둘러싸인 공항은 없다. 소음과 확장성 등을 고려해 24시간 가동되는 입지가 되어야 한다. 나는 조선해양 전문가다. 수심 2~3㎞나 되는 바다 위에도 해양플랜트 구조물을 짓고 있다. 태풍의 길목에 있는 일본은 모두 해안에 공항이 있다”고 응수했다. 그러던 홍 전 지사가 최근 입장을 바꾸었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가덕신공항을 추진해볼 만하다고 한다.

#5. 검증위원회의 발표 이후 수도권과 정치권이 시끄럽다. 곡예비행을 해야 하는 김해공항을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김포공항과 인천공항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지 묻고 싶다. 비행기가 추락했는데도 뺄셈만 하려고 하는가. 2100년에는 우리나라 인구가 1700만 명대로 떨어진다는 인구통계학자의 경고를 듣지 못했는가. 맬서스의 ‘인구론’과 다윈의 ‘종의 기원’의 공통점은 ‘자원은 한정돼 있는데 수도권처럼 인구가 밀집하면 인간은 자기 생존을 위해 종족 재생산을 포기’한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기준 수도권 인구가 전체 50%를 넘어섰다. “초저출산 문제는 결국 수도권 인구집중 현상 때문이며, 현재 대한민국은 집단자살 사회로 가고 있다”는 학자의 경고도 나왔다. 홍 전 지사가 페이스북에 올린 “인천, 대구, 가덕, 무안 4대 관문 공항 정책이 지역 균형 발전의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글이 그래서 마음에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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