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입표면 장애물 평가서
- 국내법 아닌 ICAO 적용
- 절취량·건설비용 등 축소
- 김해신공항 정당성 고수
김해신공항은 되고 가덕신공항은 왜 안 된다는 것일까? 혹자는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제정을 선거용이라고 하고, 혹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 것이라 주장하는가 하면, 효율적인 김해신공항을 두고 수요도 없는 외딴 섬으로 옮긴다고 비난하는 사람마저 있다. 모두 수도권 인사들의 말이다. 그들 논리의 이면에는 항상 2016년에 입지 평가를 맡은 프랑스 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ADPi)의 권위가 거론된다.
총리실 검증위원회는 국토교통부의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의 기술적 측면을 검증하면서 그동안 부울경이 주장해왔던 항공기 진입표면의 장애물 존치가 국내법 기준에 위배된다는 점을 인정했고, 그것이 김해신공항을 백지화하는 유력한 근거로 작용했다. 전문가로 자처하는 어느 인사는 이를 경미한 사항이라 여겼고 무리하게 김해신공항의 백지화로 이끈 견강부회라고 지적했지만, 이는 실로 국내법을 무시하는 처사라 아니할 수 없다. 2016년 김해신공항이 지정되자 ADPi 보고서가 불법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2018년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부울경 단체장이 그해 10월부터 10개월간 국토부의 김해신공항 기본계획 등을 집중적으로 검토한 결과 ADPi 보고서의 불법성이 고스란히 기본계획에도 남아 있음을 확인했다. ADPi는 항공기 진입표면의 장애물 평가에서 국내법 기준인 장애물 제한표면(OLS)을 적용하지 않고,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비행절차 2등급 수준인 장애물평가표면(OAS)을 적용함으로써 김해와 밀양의 절취 장애물을 대량으로 축소했다. 그 결과 김해신공항과 밀양의 공사비가 각각 2조 원에서 4조 원 이상 줄어 사업의 우선순위에 영향을 미쳤다.
이는 2011년 이명박 정부의 평가 결과를 살펴보면 명확해진다. 국내법에 근거해 장애물을 평가한 2011년에는 두 후보지의 공사비가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덕도에 활주로 1본을 건설할 경우 7조8000억 원, 2본 건설 시 9조8000억 원이었고, 밀양은 활주로 1본 7조6000억 원, 활주로 2본 10조 원이었다. 2016년 평가에서는 가덕도가 활주로 1본 7조5000억 원, 활주로 2본 10조6000억 원인데 비해 밀양은 활주로 1본 4조5000억 원, 활주로 2본 6조 원이었다. ADPi 장애물 평가방식의 불법성이 기본계획에도 이어져 왔으므로 검증위는 이의 불법성을 지적한 것이다. 기본계획의 불법성이 심각한 이유는 대통령이 공약한 동남권 관문공항의 적합성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국내법 기준에 미달하는 안전성이 적용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ADPi가 적용한 비행 절차로 쉽게 사고가 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국내법에서는 안전성을 국제 기준에 따라 엄격하게 규정한다. 인천공항은 물론 무안공항에서도 이런 기준이 지켜졌다.
따라서 안전성을 강조하는 국내법 정신을 무시하고 계속해서 ADPi의 권위에 의지해 김해신공항의 정당성을 고수하고 가덕신공항 추진에 제동을 건다면 별수 없이 권위 있는 정부 기관에서 ADPi 보고서를 재조사해야 한다. 당시 용역의 감독자에 책임도 물어야 할 것이다.
가덕신공항에 20조 원이 들 것이라는 가짜 뉴스를 전파하는 이도 적지 않다. 그렇지만 그들은 김해신공항이 예비타당성조사와 기본계획을 거치면서 7조 원 규모가 됐고, 검증위가 지적하는 진입표면의 장애물 제거와 유도로를 건설할 때 8조 원을 넘기지만, 최근 부산시가 제안한 가덕도 활주로 1본 공사비는 7조5000억 원이라는 사실에는 침묵한다. 부울경은 8조 원 이상의 비용이 들면서도 안전성과 확장성 결여, 짧은 활주로, 소음 증대, 심야 운행 불가와 같은 문제점을 지니는 김해신공항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아울러 가덕신공항의 조기 결정이 필요한 이유는 그동안의 시행착오로 김해공항의 포화가 한계에 달했고, 부산시가 유치를 희망하는 국가적 과제인 2030년 월드엑스포와 신공항 건설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밀양을 포함해 입지를 재검토하지 않는 것은 이런 시간적 제약 외에도 기술·경제적 측면에서 가덕도와 유사한 건설비가 들지만 24시간 공항이 될 수 없는 한계를 지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