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0년 만에 경찰공무원법 개정
- 획일화된 조직 폐해 막을 장치
- ‘국가경찰과 분리’ 애초 계획
- 경찰내 반발·예산문제 등으로
- ‘한 조직서 3개 사무’로 후퇴
- “분권 없어 무늬만 자치” 비판
- 7인 자치위원회가 지휘 감독
- 자칫 ‘자리 쟁탈전’ 우려도
- 주민 요구하면 교통 체계 개선
- 관할별 효율적 치안활동 가능
주민밀착형 치안과 경찰력의 분권화라는 대명제 아래 자치경찰제가 2021년 1월 1일 첫걸음을 내딛는다.
자치경찰제는 중앙집권화된 국가경찰의 경직성 탓에 전국적으로 획일화된 경찰 활동의 폐해를 극복하고 지역별로 다른 치안 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1990년대 말 국민의 정부에서 도입 논의가 시작됐다. 2020년 12월 경찰법·경찰공무원법 개정안 통과로 30년 만에 결실을 본 셈이다. 문재인 정부 핵심공약인 지방분권 강화와 맞물린 자치경찰제 도입은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수사권을 갖게 된 경찰의 권력이 비대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권력기관 개편의 한 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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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부터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이 나뉘어지고 국가수사본부가 설치되는 등 경찰 조직이 대대적으로 개편된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
■이원화 모형, 과도기적 선택
자치경찰제는 당초 국가경찰과 자치경찰로 조직과 사무를 완전히 분리하는 이원화 모델(홍익표 의원안)에서 지난 7월 일원화 모델(김영배 의원안)로 선회해 최종 통과됐다. 핵심은 하나의 경찰조직 아래에 경찰사무만 국가경찰, 수사경찰, 자치경찰로 구분한 것으로 이 때문에 ‘절반의 성공’ ‘무늬만 자치경찰’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원화 모델을 채택하게 된 데는 치안공백 우려와 경찰조직의 반발, 코로나19 확산 상황에서의 예산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현재의 국가경찰에서 인력과 사무 40%를 자치경찰로 이관하는 당초 안에 대해 조직 분산을 원치 않는 경찰이 반대했고, 기존 조직을 그대로 두고 자치경찰을 더하려면 경찰력 확장과 비용의 상승을 가져올 수밖에 없었던 탓이다. 여기에 이원화 모델은 지방청부터 파출소 단위까지 경찰관서가 이중설치됨에 따라 업무 혼선과 초동조치 미흡 등 치안 공백 우려가 제기되면서 모형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개정된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조직 및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기존 경찰사무를 국가사무와 자치사무, 수사로 구분한다. 국가사무는 경찰청장, 수사경찰사무는 국가수사본부장, 자치경찰사무는 자치경찰위원회가 지휘 감독하도록 나눴다.
■ 시·도 자치경찰위 운용도 관건
자치경찰제 도입으로 지방행정과 치안행정의 연계를 통해 지역주민의 치안수요에 적합한 다양한 치안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주민 생활과 밀접한 자치경찰사무는 생활안전과 교통, 지역경비 사무, 학교·가정폭력, 교통사고 등에 대한 조사가 해당된다.
자치경찰사무는 7인으로 구성되는 자치경찰위원회가 지휘 감독한다. 위원회는 시장·도지사 소속으로 시·도 자치경찰위원회를 두도록 했다. 시·도 자치경찰위원회 위원 추천을 위해 시장·도지사 소속으로 위원 추천위원회를 두도록 해 각계각층의 관할 지역주민의 의견이 수렴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시·도 자치경찰위원 한자리해보겠다는 사람들이 쟁탈전을 벌이고, 시장·도지사의 자기 사람 심기 작업이 본격화될 수도 있다”며 “첫 시행인 만큼 제도가 자리를 잡기 위해 합리적이고 중립적인 인사들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 출신으로 법안을 함께 발의했던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은 지난 29일 “종국적으론 이원화로 가는 것이 맞지만 20~30년간 논의가 무성했던 자치경찰제를 일단 시작했다는 점에 의미가 있다. 인사권을 비롯해 시장·도지사에게 넘어온 권한이 제한적이지만 주민 편의를 위한 자치경찰 행정이 가능한 부분도 많은 만큼 몇 년만 시행하면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예전에 ‘서울시장 해보니 횡단보도 하나 못 긋더라’고도 말했는데, 앞으론 교통안전 시설 심의를 자치경찰 사무로 내준 만큼 얼마든지 주민 편의에 따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음주 단속 요구가 많은 곳은 대대적으로 단속을 하는 등 주민 요구에 민감하고, 주민 삶에 밀착된 경찰행정도 가능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순은 자치분권위원장도 “CCTV, 신호등 등 교통체계 개선은 물론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보호 등에서 높은 차원의 생활안전 서비스가 제공되고, 도서산간, 농어촌, 외국인 밀집지역 등 시·도별 특성에 맞는 자율적·창의적인 치안서비스도 개발돼 주민 수요에 따른 치안시스템이 정착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현 제도는 지난 8월 김영배 의원안에서도 상당히 후퇴한 데다 후속 대통령령 제정 등을 통해 기존 경찰조직을 확대하려는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지방자치제의 운용은 시장·도지사 및 시·도 자치경찰위원회 역할에 많이 달렸다”고 말했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