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해품 김영란법 위반 의혹에도
- 전 서장 “가족에게 받았다” 말에
- 경찰 내사않고 사건 축소만 조사
- 내부선 “검·경수사권 조정 시기
- 조직 안위 위해 규명 안해” 비판
전 부산 해운대경찰서장 관사 절도 사건과 관련해 사건 정보 허위 입력 등으로 전·현직 경찰이 무더기로 입건(국제신문 지난 18일 자 8면 보도)된 가운데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관사에서 도난 당한 거액의 현금과 황금계급장의 출처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민감한 시기에 경찰 조직의 안정을 위해 수사 의지를 내비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24일 경찰청과 해운대경찰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A 전 서장 관사에서 약 1300만 원이 든 다수의 현금 봉투와 치안정감 황금계급장 등이 분실됐다. 이에 지난 7월 경찰청 감찰 직원들은 피해품 출처와 사건 처리 과정 등 전반적 내용을 살펴 본 후 사건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적 부분에 대해 경찰청에 정식으로 수사를 의뢰했다.
하지만 황금계급장 등 김영란법 위반으로 의심되는 피해품에 대한 부분은 애초 수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때문에 절도 사건 발생 약 1년이 다 되도록 피해품 출처 부분은 내사조차 진행되지 못한 상태다. 경찰은 “가족에게 받았다”는 A 전 서장의 해명을 토대로 기본적 사실관계만 확인했을 뿐 사실상 출처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내사든 수사든 범죄 혐의점이 있어야 영장을 신청해 수사를 진척할 수 있지만, 이번 사건은 돈과 황금이 있었단 것 외 다른 혐의점이 없는 상황”이라며 “가령 가족에게 받은 것이라 하는데 경찰이 그게 아니라며 압수수색하는 것은 되레 수사권 남용이 될 수 있는 등 여러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청 고위층이 검·경 수사권 조정 등 민감한 시기에 이번 사건이 사회적 문제로 비화될 것을 우려해 일부러 핵심을 비켜간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일선 경찰서에서는 “피해품 출처 규명이 사건의 본질이다. 조직 문화상 황금계급장은 누가 봐도 선물용이다. 누구로부터 언제 어디서 어떻게 받았는지, 사실 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은 건 결국 수사 의지가 없는 셈”이라는 비판이 터져 나온다.
한 경찰 간부는 “김영란법이나 뇌물수수로 가면 조직 전체 청렴성에 타격을 입게 된다. 핵심을 피하기 위해 사건처리 과정에만 집중한 결과 수사 담당자들만 희생양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동의대 박철현(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현금이나 황금계급장의 출처 부분은 명확한 단서가 없어 경찰이 수사를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조건”이라며 “경찰의 권한이 커진 상황에서 의심이 가는 정황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청렴을 위해 수사하는 게 맞다”고 지적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