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15살 학생이 금은방에 20돈 넘는 금목걸이를 팔러 왔다면 주인인 일반인조차 장물로 의심해 출처를 물어보고 확인한다. 그게 이 사회의 상식이다. 하지만 경찰서장 관사에서 1300만 원과 치안정감 황금계급장이 발견됐는데도 경찰이 제대로 출처를 수사하지 않은 것을 어느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겠는가.”
지난해 3월 부산 해운대경찰서 전 서장 관사에서 발생한 절도 사건을 두고 같은 경찰조차 경찰이 신뢰를 잃었다고 자조한다. 관사 절도 사건을 부정한 방식으로 처리한 혐의로 입건된 전·현직 경찰은 물론, 이들의 불법 요소를 수사 중인 경찰청을 향한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특히 관사에서 사라진 1300만 원과 치안정감 황금계급장이 도대체 어디서 났는지에 대해선 내사조차 되지 않아 국민의 궁금증을 자아낼 뿐만 아니라 분노도 증폭시킨다.
일반적으로 경찰은 절도 신고를 받고 사건 현장에 갔을 때 돈봉투와 황금이 있었다고 해도 그 출처를 수사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 사건은 ‘경찰의 별’이라 불리는 경무관인 경찰서장의 관사에서 의심스러운 물품이 나온 것으로 일반 사건과는 성격이 다르다.
관사 절도 사건 후 경찰청은 감찰을 보내 해당 피해품의 출처에 대해 살핀 뒤 돌아갔다. 하지만 정작 수사의뢰가 된 것은 출처가 아닌 사건 처리 과정에서 발생한 불법적 부분뿐이었다. 취재 결과 당시 감찰에서 수사부서로 기록이 넘어갈 때 현금과 황금 등 피해품 유무만 적시됐을 뿐 누구에게 받았다는 내용은 전혀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A 전 서장과 가족을 상대로 누구와 주고받았는지 등 사실관계를 확인했지만 범죄 혐의점이 없어 확인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만 되풀이 중이다. 의심은 되지만 피해품을 누가 줬다는 것이 확인이 안 된 상태에서 수사할 경우 영장도 발부되지 않을뿐더러 수사권 남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찰이 말한 한계가 사실이라면 문제는 더 커진다. 앞으로 관사에서 1300만 원이 아닌 1억 원이 든 봉투와 황금계급장 수십 개가 발견돼도 그 출처는 깜깜이가 될 우려가 커지기 때문이다. 또한 경찰 확인에 응할 의무가 없는 가족에게 받았다고 해명하고 그 가족이 협조하지 않으면 전혀 문제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계를 이유로 지레 손 놓을 경우 더 많은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 일부 경찰 사이에서는 “요즘 시대에도 돈 없으면 승진 못 한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국회의원까지 성명을 내고 출처에 대한 제대로 된 수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경찰청은 이 사건의 본질을 밝히는 것이 왜 중요한지 의미를 되새겨봐야 할 것이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