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대신 건설 현장서 ‘열일’
- 인테리어 업체 차려 성공했지만
- 실버타운 사업 뛰어들었다 파산
- 목숨 포기하려던 절망 속에서
- ‘인테리어 중개’ 아이디어 번쩍
- 업체·고객 앱으로 연결해 ‘대박’
- 의류 도매 중개 신사업도 도전
- “글로벌 상거래 플랫폼이 목표”
고졸 스무 살 청년은 10년 후 100억 원을 모으겠다는 다짐과 함께 건설 현장에 뛰어들었다. 서른 살이 되자 그의 재산은 빚 100억 원이었다. ‘죽음’만이 가족을 지키는 길이라는 생각에 극단적 선택까지 했던 그는 결국 다시 일어섰다. 주택 인테리어를 대표하는 인물이 돼 빚도 청산하고 재도전의 아이콘이 됐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서울 동대문 상인들을 일으키기 위해 의류 거래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었다. 최근 인테리어 중계 플랫폼 ‘집닥’ 대표직을 사임하고 글로벌 상거래 플랫폼 ‘골라라’를 창업한 박성민(47) 공동대표의 이야기다. 산전수전을 겪은 그는 “결국 사람이다. 사람을 중하게 여기면 반드시 성과가 나타난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사람이 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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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성민 전 집닥 대표가 인테리어 중개 앱 ‘집닥’과 동대문 의류 판매 플랫폼 ‘골라라’를 설립하게 된 과정을 비롯해 자신의 성장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오찬영PD |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박 대표는 대학 진학보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아버지를 따라 현장으로 나갔다. 고된 시간이었지만 의욕이 넘쳤다. 대학에 가는 대신 일찍 돈을 벌기 시작했으니 30살쯤에는 100억 원을 모았으면 좋겠다 싶었다. 열심히 일한 끝에 2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인테리어 업체를 차려 독립했다. 수입은 많았지만 어린 마음에 ‘멋있어 보이는 일’을 하고 싶어 분양대행업과 시행업에 뛰어들었다. 부모가 자식과 가까운 곳에서 노후를 즐길 수 있도록 ‘해운대 도심형 실버타운’을 구상했다. 모두가 말렸지만 건축업 전반을 경험했기에 자신만만했다. “시원하게(?) 부도가 났습니다. 100억 원을 모을 줄 알았는데 빚만 100억 원이 됐죠.”
결국 극단적 선택도 시도했다. 하지만 아내의 간절한 설득에 마음을 돌렸고 실패 원인을 복기했다. “무리한 사업 진행도 문제였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사람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릴 때 거친 분야에 뛰어들다 보니 아랫사람을 휘어잡겠다는 생각에 존중과 배려는 안중에도 없었어요. 그래서 그런지 믿고 함께할 제 사람들이 없더라고요. 사업을 다시 할 기회가 온다면 무조건 사람을 귀하게 여기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밑바닥부터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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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닥 앱. |
서울행 열차를 탔다. 여동생이 준 500만 원으로 마련한 반지하 셋방에 살며 닥치는 대로 일했다. 건설 현장 일은 물론 택배·청소·텔레마케팅 등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새로운 사업을 하고 싶었지만 신용불량자 처지에 언감생심이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누군가 그에게 조언했다. “쉬지 않고 달리다간 지쳐서 오히려 빚을 다 갚지 못하고 방전될 수 있다. 자신도 돌볼 줄 알아야 한다.”
용기를 얻어 지인들이 투자한 1000만 원으로 2015년 7월 집닥을 설립했다. 인테리어 시장이 20조 원에 이르는데도 고객은 여전히 부실시공과 사기를 당할까 불안해 하는 반면, 업체는 일감이 없어 어려워한다는 점에 착안했다. 집닥은 무료 방문 견적, 현장 방문, 안전결제 서비스 등 처음부터 파격적인 조건을 제공했다. 이 역시 사람, 즉 고객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나올 수 있었던 발상이었다.
“사실 비슷한 사업을 먼저 한 적이 있었는데 실패했어요. 인테리어는 많은 것을 고려하고 큰 금액을 부담하는 고관여 서비스에요. 그때는 단순히 고객을 내가 만든 재화를 구매하는 대상 정도로만 생각했어요. 이후 고객 입장에서 접근해보니 고객들이 걱정하는 점을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판단은 적중했다. 3년 만에 누적 거래액이 1000억 원을 돌파했고 3명에 불과하던 직원 수가 70여 명으로 늘었다. 지난해 1월에는 거래액 3000억 원을 달성하기도 했다. 빚은 어떻게 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 대표는 “다 갚았다”며 쑥스럽게 웃었다.
■한국의 아마존을 꿈꾼다
지난 4월 집닥 대표직에서 물러난 박 대표는 잠시 휴식기를 가지다가 새로운 사업에 도전했다. 코로나19로 해외 판로가 막힌 동대문시장 상인들의 어려움이 눈에 들어왔다. “국내 최대 의류 도매 시장 동대문은 외국인 바이어들이 와서 눈으로 물건을 확인한 뒤 도매로 구매했어요. 이제는 무료로 해외에서 샘플을 받아 본 뒤 도매를 결정하도록 하는 거죠. 바이어 입장에서는 해외 출장비를 아끼고 상인 입장에서는 비대면으로 대량 판매할 수 있는 길을 연 거죠.”
현재 골라라는 의류만 취급하지만 향후 다양한 상품을 다룰 예정이다. 궁극적인 지향점은 한국의 아마존이나 알리바바다. 박 대표는 “한국의 국내 배송 서비스는 어느 국가보다 뛰어나지만 해외 배송은 아직 장벽이 있는 편”이라며 “세계 어느 곳에서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상거래 플랫폼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을 만들겠다는 목표에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이 많지만 박 대표는 자신있다고 했다.
“할 수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아무도 몰라요. ‘인디언 기우제’라는 말이 있어요.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드리면 결국 비가 온다고 하잖아요. 즉 ‘성공할 때까지 하면 된다’는 겁니다. 저 역시 과거에는 이걸 몰라서 좌절하고 목숨까지 포기하려 했어요. 어떤 일이든지 좋은 사람들과 묵묵하게 비가 올 때까지 하면 반드시 이뤄집니다.”
김민정 기자 min55@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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