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년 전부터 작가들 유입 시작
- 40명 오손도손 보금자리 마련
- 페인팅·인형 소품·액세서리 등
- 소소한 예술작품 즐기기엔 제격
- 작년 ‘경남 골목상권 사업’ 당선
- 마을 꾸미기에 1억 원 투입해
- 고양이 모양 입간판·안내도 설치
- 카페·식당가 등 즐길거리 가득
- 일반인 대상 체험 수업도 진행
세계 3대 뮤지컬로 꼽히는 ‘캣츠’에는 30여 마리의 고양이가 등장한다. 매혹적인 고양이(그리자벨라), 반항아 고양이(럼텀 터거) 등은 때로는 홀로, 때로는 어울려 멋진 안무를 선보이며 관람객의 혼을 빼놓는다. 이처럼 흔히 고양이는 함께 어울리기도 하면서 때론 도도하게 혼자 놀기를 좋아하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불린다.
| |  |
| 코로나19가 닥치기 전인 2019년 열렸던 화요 공예 장터에서 김해공방마을 작가와 시민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김해공방마을 제공·박동필 기자 |
자신의 영역에서 자유롭게 예술혼을 불사르는 예술인의 속성도 이런 고양이를 닮았다. 최근 생태하천인 경남 김해시 관동동 율하천변에 일명 ‘고양이마을’이 들어서 화제다. 옛 덕정마을에 자리 잡은 김해공방마을이다. 이곳엔 창작혼을 불태우는 작가들이 6, 7년 전부터 모여들기 시작해 지금은 40명이 오손도손 보금자리를 틀었다. 개성 있는 ‘끼’로 뭉친 작가들이 펼치는 세상으로 들어가 본다.
■ 고양이들, 자연의 품에 보금자리
마을 안으로 들어가자 빨간 스카프를 목에 두른 푸른 고양이 한 마리가 행인을 바라본다. 공방 위치 등을 알리는 고양이 형상의 대형 안내도다. 단독택지 지역인 마을 내부는 저마다 멋진 옷을 입은 3층짜리 건물이 빼곡하게 들어섰다. 시원한 도로에 아름다운 공원, 율하천까지 어우러져 예술마을이 들어서기에 제격이다.
공방 앞마다 늘어선 긴 나무 의자에 눈길이 간다. 작가들이 창작품을 전시·판매하는 매대로 저마다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다. 페인팅 소품을 제작하는 ‘사는게니나노’, 소품인 컨츄리 인형을 제작하는 ‘클라라’, 패션 액세서리를 제작하는 ‘호수공방’ 등 미니 간판을 지나가면서 예술의 향기에 흠뻑 취하게 된다.
‘클라라’를 운영하는 서혜정(55) 작가의 공방에 가면 눈을 질끈 감거나 졸리는 모습 등을 한 천진난만한 고양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금방이라도 몸에 온기가 돌고 살아 움직일 듯 생동감이 넘친다. 서 작가는 “이 마을은 작가들이 서로 울이 되고 격려하며 꿈을 키워 가는 놀이터다. ‘꿈과 낭만’을 배우고 싶은 사람이면 누구나 환영이다”며 활짝 웃었다.
■ 공모사업 업고 ‘날개’
| |  |
| 김해공방마을 조형물. |
공방마을에는 회화(민화 포함)는 물론 라탄(등공예), 핸드메이드 화장품, 예술 및 생활도예, 세라믹 페인팅, 손바느질(퀼트, 컨츄리 인형), 프랑스 들꽃자수, 요리 공방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가 입주했다. 공방들은 독립적인 고양이처럼 마을 곳곳에 흩어져 있다. 코로나19가 덮치기 전인 2019년까지 작가들은 화요 공예 장터를 열고 창작품을 선보이거나 즉석 판매행사를 했다.
플리마켓이 펼쳐지면서 부산과 창원은 물론 전국에서 온 인파로 부산했다. 탐방객들은 작품을 감상해 즐겁고, 적당한 가격에 소품을 구매하며 작가들에게 힘을 보태준다. 주민 박모(24) 씨는 “우리 마을은 지방에서 흔치 않은 보석 같은 존재다. 장터가 열릴 때면 소확행(소소한 가운데 확실한 행복)을 실천하는 마니아들의 천국이 된다”고 자랑했다.
‘사는게니나노’ 공방 대표이자 김해공방마을 회장인 강옥화(53) 작가는 “우리 마을은 김해 관동소품거리에서 출발해 오늘에 이르렀다”며 “마을에는 공방뿐만 아니라 카페, 식당가, 쇼핑가 등이 형성돼 즐길거리가 가득하다”고 들려줬다. 상당수 공방이 학생, 일반인을 상대로 체험 수업을 한다.
이 마을은 지난해 ‘2020 경남도 골목상권 활력 사업’ 공모에 당선됐다. 사업비 1억 원으로 입간판을 설치하고 공방 안내지도를 만드는 등 마을 꾸미기를 벌였다. 덕분에 고양이 마을이 현재의 모습으로 단장하며 분위기가 밝아졌다.
■ 둥지 내몰림 우려하는 작가들
| |  |
| 김해공방마을을 함께 거니는 작가들. |
작가들에게도 걱정거리는 있다.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불리는 ‘둥지 내몰림 현상’이다. 예술인들에 의해 유명해진 전국의 유명 거리나 예술마을이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리면서 쇠락의 길을 걷게 된 건 흔하게 보는 일이다. 패션 액세서리 등을 제작하는 호수공방의 백호수(52) 작가는 “지금은 16.5㎡(5평) 기준 매월 임대료가 33만 원 선으로 시내보다 50% 정도로 저렴한 편이다. 이런 조건이 작가들을 모이게 하고 창작 의욕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주머니 사정이 빠듯한 작가들로서는 적정한 임대료가 필수 조건인 셈이다.
휴갤러리를 운영하는 강현주 작가는 “마을이 명성을 얻으면서 방문객이 늘면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릴 수 있어 걱정이다. 건물주도 작가들이 떠나면 지역이 다시 낙후된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작가들은 다음 달 6일 코로나 기간에 열지 못했던 화요 공예 장터를 재개할 계획이어서 기대감이 커진다.
박동필 기자 fe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