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경찰이 또 시끄럽다. 이번에는 성범죄다.
지난 1월 현직 경찰이 만취한 상태로 남의 차를 훔쳐 운전한 사건을 시작으로 카드 도박, 음주운전 사고, 만취 폭행까지 이어졌다. ‘나사 풀린’ 경찰이라는 오명을 쓴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내부에서 각종 성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계속된 논란으로 경찰은 시민의 신뢰를 잃었고, 사태를 진정시키지 못한 진정무 부산경찰청장의 리더십도 바닥으로 떨어졌다.
최근 부산 경찰 내부에서는 현직 경찰이 가해자로 지목된 성추행·희롱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국제신문이 취재로 확인한 것만 3건이지만, 보도되지는 않았다. 피해자가 “사건이 알려지길 원치 않는다”며 ‘경찰을 통해’ 알려왔기 때문이다.
피해자 인권과 법을 집행하는 경찰 내부의 비위 사이에서 고민하다 보도하지 않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남았다. 보도가 나가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은 피해자인가, 경찰인가 하는 물음이다. 경찰이 당연히 국민에게 알려야 할 내부의 치부를 피해자의 인권이라는 방패 뒤에 숨긴 것은 아닌지.
경찰은 잇단 성범죄 사건에 대한 취재가 진행될 때마다 ‘보도를 원치 않는다’는 피해자의 의사를 기자단에 전했다. ‘보도되면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대신 밝히기도 했다. 법적 분쟁을 피하고 싶은 언론사에는 유효한 협박이다.
피해자의 인권은 마땅히 보호받아야 한다. 하지만 대상을 특정하지도 않은 보도에 대해 ‘피해자의 대변인’을 자처해 법적 대응 운운하며 사회의 공기인 언론의 역할을 교묘하게 막는 것이 합당한 일인지 반문한다.
경찰이 피해자 인권 외에 내세우는 핑곗거리는 또 있다. 피의사실 공표죄다. 검찰이 사건을 재판으로 넘기기 전에 수사기관이 피의 사실을 언론에 알리면 죄가 된다는 것이다. 경찰은 피해자뿐만 아니라 피의자 뒤에도 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국민의 알 권리는 합법적으로 배제된다. 하지만 경찰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피의사실 공표죄가 엄격히 적용됐다면, 국민적인 공분을 일으켰던 N번방이나 정인이 사건도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조직 내부가 곪았다면 통렬한 자기반성의 시간을 갖고 개혁과 자정을 통해 고쳐나갈 일이다. 검경 수사권 분리로 수사종결권을 갖고, 자치경찰 출범으로 ‘공룡 조직’이 된 경찰이 잘못을 고치기보다 덮기에만 급급하다면 내부는 더 썩고 곪아 병을 키울 뿐이다. 어느 시민이 병들고 염치없는 경찰을 신뢰하겠는가.
사회1부 rafa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