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수정당 없어 불필요 주장도
부산 해운대구의회가 전국 기초의회 중 처음으로 교섭단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원활한 의견 조정을 위한 것이라고 하지만 기초의회의 근간이 생활 정치라는 점에서 교섭단체는 기초의회가 기성 정치를 흉내 내거나 자리 나눠먹기식으로 변질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해운대구의회는 지난 5일 열린 제3차 본회의에서 ‘해운대구의회 교섭단체 구성 및 운영 조례안’을 가결했다고 11일 밝혔다. 3명 이상의 소속의원을 가진 정당과, 다른 교섭단체에 속하지 않는 3명 이상 의원은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다. 원내대표는 더불어민주당 이상곤 의원과 국민의힘 서정학 의원이 각각 맡으며 임기는 1년이다.
기초의회가 교섭단체를 구성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산시의회는 지난해 7월부터 5인 이상 소속 의원을 가진 정당을 기준으로 운영하고 있다. 해운대구의회는 양당 의원이 9 대 9로 동석인 상황에서 이견이 잦아 원내대표를 통한 사전 협의와 조정을 위해 이번 조례를 통과시켰다는 입장이다.
이명원 구의회 의장은 “의장단은 중립을 지켜야 해 원내대표가 서로 양당에서 논의된 것을 협상하고 조정해가자는 것”이라며 “교섭단체를 구심점으로 효율적으로 협상할 수 있는 창구가 만들어진 셈”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초의회는 교섭단체가 불필요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부경대 차재권(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교섭단체는 발언권을 구조화해 소수 정당의 목소리도 들음으로써 거대 양당을 견제하는데 의미가 있다”며 “해운대구의회는 양당 동석이고, 기초의회는 생활 정치에 집중해야 하는 점에서 되레 정쟁을 강화하는 등 부작용이 클 수 있다”고 말했다.
교섭단체가 자리 나눠 먹기 수단이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조례에 따라 의회는 원내대표에게 의회공통경비 내에서 사업비를 지원할 수 있다. 금액은 아직 미정이나 매월 80만~100만 원 으로 예상된다.
부산의 다른 기초의회에서도 교섭단체 논의가 나왔으나 실익이 적고 예산 빼먹기라는 비판이 우려돼 진행되지 않았다.
A 구의원은 “기존 제도들도 유명무실한 마당에 교섭단체를 굳이 만들 필요가 없다”며 “기초의회는 구민을 위한 생활 정치에 집중해야지 임기 1년씩 형식적 원내대표로 수당만 돌려 타 가는 행위는 되레 정치 불신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