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인천 수년째 각축전 와중
- 대법 “설립 필요” 긍정 메시지
- 與 서울에 본원 두는 법안 발의
- 부산시, 타당성 용역 발주 대응
부산과 인천이 해사법원 유치를 놓고 수년째 각축을 벌이던 상황에서 서울까지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면서 부산시와 부산변호사회는 관련 용역 발주를 계획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시는 ‘해사전문법원 부산 설립 타당성 용역’을 발주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1억5000만 원을 투입해 올해 상반기 중 수행기관을 선정하고 10개월간 진행할 방침이다. 해사법원에서 다루는 해사 사건의 개념을 명확히 정립하고, 비용 편익 등을 분석해 해사법원 부산 설립의 당위성과 근거를 찾는 게 이번 용역의 목표다. 시가 해사법원 부산 유치를 위해 자체 용역을 벌이는 것은 처음이다.
해사 사건은 연근해는 물론 먼 바다에서 발생하는 선사·선원 관련 분쟁 등 사건을 의미한다. 통상 국제 분쟁의 성격을 띠며 재판에 전문성이 요구된다. 하지만 현재 국내 법원에는 해사 사건만을 전문으로 다루는 재판부가 없다. 부산지법에 해사 사건 전담재판부가 딸려 있지만, 근무하는 판사들 또한 순환인사 대상이어서 장기간 전문적으로 담당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이에 따라 2016년부터 학계와 법조계에서는 해사 사건을 전문적으로 맡는 전문법원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현재 해사 사건이 발생하면 관련 재판은 전문법원 체계를 갖춘 영국·싱가포르 등에서 진행된다. 국내 선사 등 재판 관계자들의 소송 비용이 연간 수천억 원에 달하는데, 해외로 새나가는 구조다. 20대 국회가 이를 개선하고자 관련 법안 4건을 발의했지만 모두 폐기됐다.
21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은 꾸준히 발의됐다. 부산에서는 국민의힘 안병길 의원이 지난해 6월 법원조직법 등 관련법 개정과 함께 부산에 해사법원을 두는 안을 발의했다. 인천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무소속 윤상현 의원과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이 내용은 유사하되 해사법원 위치를 인천으로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놨다.
최근에는 서울까지 유치전에 가세했다. 지난달 판사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서울에 해사국제상사법원 본원을 놓고 부산·인천·광주에 지원을 두는 내용을 담아 법안을 발의했다.
부산과 인천에선 ‘숟가락 얹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2016년부터 해사법원 설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대법원 사법정책분과위는 그간 이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사법정책분과위원 13명 중 10명이 독립된 전문법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히며 해사법원 설치 문제가 새 국면을 맞았다. 상황이 바뀌면서 그 동안 무관심하던 서울이 해사법원마저 ‘당겨가려’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016년 3월부터 해사법원 설치 추진위원회를 만들어 해사법원 유치 활동을 벌인 부산변호사회는 올해 중 관련 공청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 추진위 간사인 최재원 변호사는 “무역과 어업, 조선 관련 회사와 협력업체 등 민간 기업을 비롯해 한국해양진흥공사와 해양 관련 연구 기관 등이 부산에 밀집해 있다. 부산지검에는 해사 사건을 맡는 수사 부서도 자리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 변호사는 서울 국제상사법원안에 대해서는 “지방분권을 강조하는 정부 기조에도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민주 기자 min8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