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05> 점술서와 처세서 : 주역의 정체?

  • 박기철 경성대 교수
  •  |   입력 : 2021-03-15 19:57:31
  •  |   본지 21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사서삼경이든 사서오경이든 가장 묵직한 책은? 아무래도 역경인 듯하다. 역경은 시경과 서경에 맞춰 부르는 이름이다. 정식 명칭은 주역이다. 왜 주역일까? 주나라 때의 역이라 주역이라는데 필자는 달리 해석한다. 두루(周) 바뀌는(易) 이치를 논하기에 주역이 아닐까? 바뀔 역(易)이 카멜레온과 같은 도마뱀을 그린 상형문자라는 설이 있는데 와닿지 않는다. 해(日)와 달(月)을 좌우로 합친 회의문자인 밝을 명(明)과 달리 상하로 합친 회의문자인 듯하다. 다만 밑의 月은 글자 모양이 勿로 변한 것같다. 위치도 모양도 바뀌는 해와 달을 써서 바뀔 역이 나온 것같다. 두루 바뀌는 주역(周易)처럼 무역(貿易)은 재물과 통화를 바꾸는 일이다. 힘들이지 않고 쉽게 바뀌기에 용이(容易)하다는 뜻도 파생되었다.

   
8괘의 구성 원리.
두루두루 바뀌는 이치를 따지는 주역은 과연 무슨 경일까? 점치는 책일까? 그렇게 여길 수도 있다. 나중에 육효(六爻)학 등의 점술에 차용되었다. 하지만 단순히 점술서로만 끝났다면 유가의 시조인 고매하신 공자께서 제자들로 하여금 역경을 편찬케 했을 리 없다. 유교를 집대성하여 성리학의 태두가 된 주자께서 주희역학(朱熹易學)을 수립했을 리 없다. 그다지도 드세며 깐깐한 조선의 사대부들이 유학의 경전으로 삼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주역은 무슨 책일까? 필자는 처세서라 판단한다. 이 시대 온갖 처세서들이 유행하는데 주역은 처세서의 가장 묵직한 고전이다. 단지 인간의 불확실한 내일을 분명히 가르쳐 주는 책이라면 점술(占術)서이자 복서(卜筮)책이겠지만 주역은 그런 책이 아니다. 천지인의 관점에서 하늘과 땅 사이에 살고 있는 인간인 당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으니 어찌 처세해야 하는지 목숨의 이치인 명리(命理)에 따라 굵직하게 타일러 주는 책이다. 한마디로 가르침이 아니라 타이름을 주는 책이다. 당신이 지금 어떠하니 어떻게 해야 길할 것인지, 그러지 못하면 흉할 것인지 논하는 원론적 처세서다.

   
길흉(吉凶) 여부의 타이름을 주는 바탕은 팔괘다. 무극인 태(1)극이 양의로 갈라지고 양(2)의가 사(4)상으로 갈라지고 사상이 팔(8)괘로 갈라진 것이다. 태극기에는 팔괘 중 하늘 불 물 땅인 만 취했다. 여기서 빠진 나머지 넷은 연못 우레 바람 산인 이다. 제각각 3층으로 이루어진 이 팔괘를 위아래로 쌓아 6층으로 쌓으면 8×8=64개의 괘가 나오니 64괘다. 인간사 흐름은 64개의 괘 안에서 바뀌며 돈다. 주역은 64개를 인간역사 데이터베이스 빅데이터에 따라 불규칙하게 바뀌는 흐름의 순서로 서술해 간다. 이를 꿰뚫어 달통하면 굳이 점을 치지 않아도 가히 점이 쳐지는 도사급 경지에 오른다. 나의 삶이 길하도록 처세하려면 주역부터 읽고 그 굵직한 타이름대로 행하면 된다. 그 타이름의 요체는 싸워서 이기는 꾀인 전략(戰略)이 아니다. 물 흐르는 이치인 순리(順理)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2. 2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3. 3“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6. 6[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7. 7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8. 8“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9. 9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10. 10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3. 3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4. 4[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5. 5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6. 6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7. 7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8. 8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9. 9靑 “이 대통령 ‘불의의 사고’ 표현, 부상 장병 위로한 것…북한 면죄부 주려는 것 아냐”
  10. 10이 대통령,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청문요청안 재가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4. 4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5. 5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6. 6최태원, 9440억 규모 SK 지분 매각 결정…노소영 재산분할액과 같은 규모
  7. 7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8. 8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9. 9BPA, 5번째 해외 물류거점 구축…베트남 사업 본궤도
  10. 10리사이클링·항만운영·담수화…부산 미래산업 이끌 혁신기술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4. 4‘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5. 5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6. 6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7. 7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8. 8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9. 9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10. 10“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6. 6자존심 지켰다…남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서 금메달
  7. 7LoL 대표팀, 대만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무실 세트 제패
  8. 8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9. 9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10. 10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우리은행
준비 안 된 '경찰시대'
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교통취약지 ‘버스형 콜택시’ 도입, 울주 전역 도시가스 공급도 추진”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