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삼경이든 사서오경이든 가장 묵직한 책은? 아무래도 역경인 듯하다. 역경은 시경과 서경에 맞춰 부르는 이름이다. 정식 명칭은 주역이다. 왜 주역일까? 주나라 때의 역이라 주역이라는데 필자는 달리 해석한다. 두루(周) 바뀌는(易) 이치를 논하기에 주역이 아닐까? 바뀔 역(易)이 카멜레온과 같은 도마뱀을 그린 상형문자라는 설이 있는데 와닿지 않는다. 해(日)와 달(月)을 좌우로 합친 회의문자인 밝을 명(明)과 달리 상하로 합친 회의문자인 듯하다. 다만 밑의 月은 글자 모양이 勿로 변한 것같다. 위치도 모양도 바뀌는 해와 달을 써서 바뀔 역이 나온 것같다. 두루 바뀌는 주역(周易)처럼 무역(貿易)은 재물과 통화를 바꾸는 일이다. 힘들이지 않고 쉽게 바뀌기에 용이(容易)하다는 뜻도 파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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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괘의 구성 원리. |
두루두루 바뀌는 이치를 따지는 주역은 과연 무슨 경일까? 점치는 책일까? 그렇게 여길 수도 있다. 나중에 육효(六爻)학 등의 점술에 차용되었다. 하지만 단순히 점술서로만 끝났다면 유가의 시조인 고매하신 공자께서 제자들로 하여금 역경을 편찬케 했을 리 없다. 유교를 집대성하여 성리학의 태두가 된 주자께서 주희역학(朱熹易學)을 수립했을 리 없다. 그다지도 드세며 깐깐한 조선의 사대부들이 유학의 경전으로 삼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주역은 무슨 책일까? 필자는 처세서라 판단한다. 이 시대 온갖 처세서들이 유행하는데 주역은 처세서의 가장 묵직한 고전이다. 단지 인간의 불확실한 내일을 분명히 가르쳐 주는 책이라면 점술(占術)서이자 복서(卜筮)책이겠지만 주역은 그런 책이 아니다. 천지인의 관점에서 하늘과 땅 사이에 살고 있는 인간인 당신이 지금 어떤 상황에 처해 있으니 어찌 처세해야 하는지 목숨의 이치인 명리(命理)에 따라 굵직하게 타일러 주는 책이다. 한마디로 가르침이 아니라 타이름을 주는 책이다. 당신이 지금 어떠하니 어떻게 해야 길할 것인지, 그러지 못하면 흉할 것인지 논하는 원론적 처세서다.
길흉(吉凶) 여부의 타이름을 주는 바탕은 팔괘다. 무극인 태(1)극이 양의로 갈라지고 양(2)의가 사(4)상으로 갈라지고 사상이 팔(8)괘로 갈라진 것이다. 태극기에는 팔괘 중 하늘 불 물 땅인

만 취했다. 여기서 빠진 나머지 넷은 연못 우레 바람 산인

이다. 제각각 3층으로 이루어진 이 팔괘를 위아래로 쌓아 6층으로 쌓으면 8×8=64개의 괘가 나오니 64괘다. 인간사 흐름은 64개의 괘 안에서 바뀌며 돈다. 주역은 64개를 인간역사 데이터베이스 빅데이터에 따라 불규칙하게 바뀌는 흐름의 순서로 서술해 간다. 이를 꿰뚫어 달통하면 굳이 점을 치지 않아도 가히 점이 쳐지는 도사급 경지에 오른다. 나의 삶이 길하도록 처세하려면 주역부터 읽고 그 굵직한 타이름대로 행하면 된다. 그 타이름의 요체는 싸워서 이기는 꾀인 전략(戰略)이 아니다. 물 흐르는 이치인 순리(順理)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