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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06> 지천태와 천지비 : 위아래 소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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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21-03-22 19:12:08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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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물 위에 찬 물을 부어 마시는 게 좋을까? 찬 물 위에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는 게 좋을까? 물리적으론 똑같은 온도의 미지근한 물이다. 하지만 음양적으론 성질이 다른 미지근한 물이다. 한의학에선 전자를 건강수 음양탕이라 한다. 음양탕이라? 무슨 대단한 한약재가 들어간 탕같지만 그냥 미지근한 물이다. 다만 먼저 부은 뜨거운 물의 양기가 위로 올라가고 나중에 부은 차가운 물의 음기가 밑으로 내려와 음과 양의 기운이 돌며 어우러지는 미지근한 물이다.

양밑음위 지천태와 양위음밑 천지비.
우리 몸도 음양탕과 같은 상태가 되어야 좋다. 하체를 상체보다 따뜻하게, 상체를 하체보다 차갑게 화면 하체의 양기가 위로 올라가고 상체의 음기가 밑으로 내려가서 음양의 조화가 일어나 건강해진다. 거꾸로 상체가 따뜻하고 하체가 차가우면 상체의 따뜻한 양기는 위로 올라가고 하체의 차가운 음기는 밑으로 내려가기에 음양이 서로 만날 길이 없다. 당연히 건강을 잃는다. 따뜻한 물을 몸 위 쪽으로 뿌리는 샤워보다 배꼽 밑 하체를 따뜻한 물에 담그는 반신욕이나 족욕이 건강에 좋은 이유다. 머리는 차갑게, 발을 따뜻하게 해야 건강에 좋다는 두한족열(頭寒足熱)도 마찬가지다. 방 천장에서 온기가 내려오는 라디에이터 난방보다 방 바닥에서 온기가 올라가는 온돌이 건강에 좋은 보건난방인 이유다. 모두 서양의 물질원리가 아니라 동양의 음양철학에 따른다.

이러한 음양적 사고의 출처는 무엇일까? 바로 주역이다. 3층의 8괘를 위아래 6층으로 쌓은 64괘 중에서 11, 12번째의 괘인 지천태(地天泰)와 천지비(天地否) 괘다. 지천태는 위에 땅, 아래에 하늘이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과 반대의 모양이지만 천지소통이 원활한 가장 길한 괘다. 주역에서 지천태에 대한 괘사(卦辭)는 이렇다. “작은 것이 가고 큰 것이 온다.” 그렇다고 순리에서 벗어나 무리해 나대면 안된다. 천지비는 위에 하늘, 아래에 땅이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과 같은 모양이지만 천지소통이 전혀 없기에 꽉막힌 가장 흉한 괘다. 주역에서 천지비에 대한 괘사는 이렇다. “큰 것이 가고 작은 것이 온다.” 뭘 해도 안되니 묵묵히 때를 기다리며 짱박혀 지내야 한다.

지천태와 천지부 괘를 하나의 사자성어로 설명한다면 수승화강(水昇火降)이다. 물인 음기를 위로 올리고 불인 양기를 아래로 내린다는 뜻이다. 그렇게 해야만 밑으로 내려가는 물의 성질을 가진 음기가 아래로 내려가며, 위로 올라가는 불의 성질을 가진 양기가 위로 올라간다. 음양 기운이 합쳐져 섞이며(mix and match) 음양 조화가 일어난다. 수승화강과 반대가 되면 음기인 물의 기운이 밑으로 내려가 하체에 냉기가 쌓이며, 양기인 불의 기운이 위로 올라가 상체에 화기가 쌓인다. 누적되면 머리뚜껑이 열리며 터져버린다. 기혈이 꽉막혀 몸이 흉하게 망가진 결과다. 우리 몸부터 상하체의 음양이 소통하는 지천태의 괘처럼 만들자. 더 나아가 음양이 위아래로 소통하는 세상을 이루어 가자. 오래 길하도록!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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