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교육청 “처우 개선은 준비중
- 당장 노동자로의 전환은 어렵다”
퀴즈 하나. 전국 초등학교 정문 경비초소에서 등하교 지도와 방문객 관리 임무를 맡는 이들의 신분은 정직원일까 비정규직일까. 정답은 ‘자원봉사자’다.
그렇다면 학교보안관에 수위 역할도 맡는 배움터지킴이의 활동을 봉사로 여기는 게 합당한 걸까. 이들은 “노동자로 인정해달라”고 주장한다.
부산의 초교 배움터지킴이 A(65) 씨는 ‘자원봉사 멍에를 벗겨주고 근로자 지위를 찾아주세요’ 제목의 글을 지난 19일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24일 현재 동의자는 180여 명이다. A 씨는 “평일 하루 8시간, 토요일 5시간 일해 받는 봉사 대가가 월 80만 원 수준이다. 코로나19로 마스크 착용검사와 발열체크 임무까지 더해졌는데, 예년에 비해 대가가 더 줄었다. 더 사명감을 갖고 일하게 정식 직원으로 채용해달라”고 강조했다.
배움터지킴이 제도는 2006년 부산에서 처음 시행돼 전국으로 퍼졌다. 전직 교원과 경찰 등 50, 60대 봉사자가 초중고교 학교폭력 예방활동(순찰과 학생지도)을 하도록 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제도 시행 16년을 넘기며 일은 점점 늘었다. 부모가 건넨 준비물을 교실까지 배달하거나 ▷학교 안팎 청소 ▷CCTV 확인 ▷택배관리 ▷기타 학교 지시 등 업무가 20개에 육박한다.
오래전부터 이들은 ‘배움터지킴이 부산모임’을 결성해 ‘근로자성 인정’을 촉구했으나 지금은 거의 와해됐다. 전직 교원으로 8년간 지킴이 활동 중인 ‘부산모임’ 김영준 회장은 “말이 봉사지, 우리 빈자리를 채워줄 사람이 없다. 대다수가 책임감을 갖고 ‘노동’한다.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월급을 받지만, 이마저 하루 쉬면 3만9000원을 제하고 받는다”고 말했다.
학교와 1년 단위로 계약하고, 한 곳에서 최대 3년 동안 활동할 수 있다. “정식 근로계약서를 쓰고 최저임금은 넘게 받는 아파트 경비 같은 임계장(임시계약직노인장)보다 못한 처지”라는 게 이들의 속내다. 서울시교육청이 초교에 한해 배움터지킴이를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는 ‘학교보안관’으로 채용 중인 것과 대조된다.
현재 부산 636개교에 800여 명의 지킴이가 있다. A 씨는 “학교당 1명이 배치되는 게 보통이다. 경조사 등 급한 일이 있어도 빠질 수 없는 구조다. 학교가 직접 계약 맺는 방식 대신 부산시교육청이 800명 지킴이를 채용해 각 학교로 보내고, 권역별 유휴인력을 둬 급할 때 투입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 교육청은 당장 정책 변화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담당 사무관은 “애초 자원봉사자로 뽑았다. 조퇴와 출장 등은 학교와 협의해 얼마든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이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설문 등 의견 수렴을 거치고 있으며, 근로자성 인정은 교육부 등 협의를 통해 장기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부산노동권익센터 정영주 사무국장은 “지킴이가 학교 안에서 상시 지속해서 필요한 노동을 하고 있는 게 맞다. 시 교육청 등 지역사회가 이들을 직원으로 채용해 더 의무감을 갖고 일하도록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