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판문점서 북한군 시신과 맞바꾼 유엔군 유해, 열차로 모셔와 안장”

부산 유엔기념공원은 어떤 곳

  •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
  •  |   입력 : 2021-04-04 18:41:18
  •  |   본지 1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해외서 파병 2311명 영웅 영면
- 전세계 유일한 유엔군 합동묘역

- 1951년 첫 조성 땐 미군이 관리
- 20여 년의 기록은 안 남은 상태

- 당시 유일 한국 직원 정태홍 씨
- “사망기록 넣은 유리병 함께 묻어”

1950년 발발한 한국전쟁의 상흔은 남북한에만 그치지 않았다. 국경을 넘어 피를 나눈 유엔군은 먼 나라에서 평화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유족은 지금도 각국에서 전쟁의 참혹함을 상기하고 아픔을 공유한다. 이 슬프고도 영광스러운 전쟁 역사를 다 함께 추모하는 곳이 부산에 있다. 바로 세계 유일의 유엔군 합동묘역인 유엔기념공원이다. 5일 준공 70주년을 맞는 기념공원은 이곳에 영원히 잠든 2311명(사후 안장 포함)의 영웅과 함께 평화와 희망의 새 역사를 기록 중이다.
   
1961년 조성 10년을 맞아 찍은 옛 유엔기념공원 전경(왼쪽 사진)과 오늘날 모습. 재한유엔기념공원 관리처 제공
■11개국 2311명의 영웅 영면

기념공원은 1951년 1월 18일 유엔군 전사자 매장을 위해 유엔군사령부가 조성했다. 3개월 뒤인 4월 5일 묘지가 완공되면서 개성과 인천, 밀양 등지에 가매장돼 있던 유엔군 전몰장병의 유해가 지금의 자리에 묻히게 됐다. 현재 한국(37명)을 비롯해 영국(886명)과 터키(462명), 캐나다(380명) 등 11개국의 유엔군이 안장돼 있다. 미군은 전쟁 당시 가장 많이 전사했지만 3만6492구의 유해 모두 본국으로 이장됐으며, 휴전 후 한국에 주둔해 있던 미군 중 여기 안장되기를 희망한 40명만이 현재 이곳에 잠들어 있다.

기념공원 관리는 11개국으로 구성된 유엔기념공원국제관리위원회(Commission for the UNMCK)가 맡고 있다. 1955년 12월 유엔총회에서 유엔이 영구 관리하기로 결의한 뒤 1974년 유엔한국통일부흥위원회(UNCURK)가 관리해오다 지금의 상태가 됐다.

국제관리위원회는 1년에 한 번 각국 대사가 만나 정기회의를 통해 안건을 결정한다. 기념공원의 인지도를 높이고 정체성을 홍보하는 것부터 세계 평화의 중요성 등 유엔기념공원의 역할과 의미에 대한 부분을 소통하며 결정해가고 있다.

■기념공원 역사의 산증인 정태홍 씨

한국이 기념공원 관리국에 포함된 것은 1974년이다. 1951년 조성 때부터 미국과 유엔이 관리해와 이곳이 어떻게 조성됐고 어떤 업무를 맡아왔는지 뚜렷이 알려진 바 없다. 한국이 관리하기 이전 20여 년간의 기록은 전혀 남아 있지 않다.

국제신문 취재진은 이 ‘기록의 암흑기’를 밝혀줄 증인과 어렵게 연락이 닿았다. 주인공은 1954년부터 1992년까지 유엔기념공원에서 근무한 정태홍(91) 씨다. 그는 한국전쟁 당시 미8군 소속으로 통·번역을 맡아 유엔묘지(현 유엔기념공원)로 배속됐다.

정 씨는 유엔기념공원이 조성된 초기부터 이곳을 지킨 유일한 한국인 직원이었다. 그는 “통역자도 저 혼자인 상태에서 인부를 관리하고 시체가 들어오면 서류를 정리해서 유엔으로 보냈다. 각국 대사를 만날 땐 한국에 연락하는 일까지 도맡았다”며 “유엔기념공원의 역사를 가장 잘 아는 한국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는 약 70년 전의 일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특히 유엔군과 북한군의 유해를 교환하던 순간은 또렷이 생각난다고 강조했다. 정 씨는 “유엔묘지 주변 산 너머에 가매장된 북한군 시체가 가득했다”며 “삽으로 한 구씩 파서 두꺼운 배낭에 넣은 뒤 화물열차로 판문점에 보낼 땐 썩은 냄새가 진동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는 “판문점에서 북한군 유해와 맞바꾼 유엔군 유해는 유엔묘지에 모시고 와 매장했다”면서 “이때 사망 경위와 시신 상태 등이 적힌 기록지를 유리병에 넣어 유해 옆에 함께 묻었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기념공원의 중요성을 다시금 강조했다. 정 씨는 “수만 명의 유엔군이 오로지 한국을 위해 싸우다 타국에서 사망했다. 그 희생은 무엇보다 값진 것”이라며 “왜 이들이 우리나라에서 목숨을 바쳐야 했는지 늘 잊지 않고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5배까지 뛴 불꽃축제 숙박료…지긋지긋한 ‘바가지’
  2. 2은행점포 영업시간 30분 단축…내년 4월부터 9시30분 개점(종합)
  3. 3기장의 1/10…부산 북구 참전수당 월 2만 원 ‘서러운 대접’
  4. 4에코델타시티 마을버스…강서 17년 만에 새 노선
  5. 5‘부캉이’ 보낸다…29일 선박·워터펌프로 외해 유도(종합)
  6. 6“보조금 심의 결정권자는 나” 부산 중구 부구청장 논란
  7. 7찜질방·호텔 빈대 출몰에 화들짝…관광도시 부산 이미지 훼손 우려
  8. 8경로당 어르신·어린이집 아동들 “홀몸 어르신 고소한 전 드세요”
  9. 9큰 日날 뻔한 韓야구…日 아마추어 상대로 3-1 설욕전
  10. 10방호복·지뢰덧신 살펴보는 국회 국방위원들
  1. 1靑 “北포로 비공개 합의 부인 강력 유감” 우크라에 사과 요구(종합)
  2. 2“BPA, 1년간 1조원대 채권 발행…항만공사 통폐합 강행 땐 빚 전가”
  3. 3“피지컬AI 항만 실증사업, 광양항 아닌 부산항서 해야”
  4. 4李 지지율 2주째 상승 37.9%…양당 지지도 오차범위 접전
  5. 5여야 만난 강신철 국방부 장관 “北 지뢰 확인 땐 상응 조치…은폐 없다”(종합)
  6. 6靑 재제청 요구 거부 조희대 “국감서 밝히겠다”(종합)
  7. 7부산시 ‘도시계획’ 조직개편 여파…시의회 상임위 간 신경전
  8. 8‘인천대 교수 임용 특혜 의혹’ 유승민 딸, 입건없이 10개월째 수사만
  9. 9이재명 대통령 넘어선 민주당 지지율에 분열 확대
  10. 10한동훈 ‘지뢰폭발’ 대여공세 주도…복당론 선긋는 장동혁과 대립각
  1. 1은행점포 영업시간 30분 단축…내년 4월부터 9시30분 개점(종합)
  2. 2부산서 하루 더…오버나잇 크루즈 성황
  3. 3HJ중공업 조선업계 첫 올해 임단협 타결
  4. 4안주고 덜준 보험금, 5년간 1000건 육박
  5. 53년물 국고채 4.1% 돌파…美 금리 급등 여파
  6. 6“금융위 경험·네트워크로 부산 금융생태계 강화”
  7. 7빚 갚으려고 또 빚…카드론 대환 23%↑
  8. 8부산 유주택 신혼 반토막…‘6억 초과’ 보유는 2.5배 급증(종합)
  9. 9시중銀, 부울경 전략산업 금융 확대…지역銀 영역침범 우려도
  10. 10AI로 ‘해상 교통 혼잡도’ 예측한다
  1. 15배까지 뛴 불꽃축제 숙박료…지긋지긋한 ‘바가지’
  2. 2기장의 1/10…부산 북구 참전수당 월 2만 원 ‘서러운 대접’
  3. 3에코델타시티 마을버스…강서 17년 만에 새 노선
  4. 4‘부캉이’ 보낸다…29일 선박·워터펌프로 외해 유도(종합)
  5. 5“보조금 심의 결정권자는 나” 부산 중구 부구청장 논란
  6. 6찜질방·호텔 빈대 출몰에 화들짝…관광도시 부산 이미지 훼손 우려
  7. 7약발 없는 바가지 대책…인센티브·숙박세로 실효성 키워야
  8. 8공소시효 이틀 앞두고 세금 포탈 업자 송치…검·경 합동수사 빛 발해
  9. 9약사 면허 빌려 28억 부당이득…환수 거부에 法 “토해내라” 쐐기
  10. 10부산대 양산캠 유휴부지, 양산시도 나섰다…개발 TF 꾸려 대응
  1. 1큰 日날 뻔한 韓야구…日 아마추어 상대로 3-1 설욕전
  2. 2큰 日낸 女핸드볼…결승서 일본 꺾고 8년 만에 우승
  3. 3중국에 두 번 진 이민성호, 이번엔 벼른다
  4. 4수영·탁구·사격 부진…양궁이 ‘금빛 갈증’ 풀어줄까
  5. 5오상욱 끝냈다…펜싱 男 단체 우승…승마 남동헌, 12년 만에 정상 탈환(종합)
  6. 6안세영, 천위페이도 가볍게 압승…결승 진출
  7. 7K-농구 황금시대…남녀 동반 우승, 3대3도 첫 金(종합)
  8. 8이강인·황인범 활용법 찾아라
  9. 9안세영, 세계 5위 가볍게 압도하며 4강행…사상 첫 2연패 도전
  10. 10[속보]강준이, AG 스케이트보드 ‘금빛 트릭’…한국 사상 첫 金
우리은행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교통취약지 ‘버스형 콜택시’ 도입, 울주 전역 도시가스 공급도 추진”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중구 절반이 GB…다운목장 등 과감한 해제로 신성장동력을”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