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엔 역학(力學)이 있다. 근대과학의 완성자로 불리는 뉴턴(Isaac Newton 1643~1727)에 의해 정립되었다. F=ma는 역학의 기원이다. 동역학 전자기역학 유체역학 양자역학 행렬역학 파동역학 에너지역학 등이다. 우아한 공식으로 설명된다. 뉴턴의 운동방정식, 맥스웰 방정식,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등가방정식 등 현대 물질문명은 이들 역학을 기반으로 세워졌다. 동양엔 역학(易學)이 있다. 서양의 역학이 힘에 따른 일인 물적 운동(運動)을 다룬다면, 동양의 역학은 어느 특정인에게 미치는 신적 기운(氣運)을 다룬다.
동양 역학은 하도와 낙서에서 비롯되었다. 마침내 주역에서 이론적 기반이 정립되었다. 서양 역학이 기껏해야 300여년 역사라면, 동양 역학은 주역 이후로만 따져도 3000여 년 역사다. 장구한 기간 동안에 인간은 미래의 길흉화복을 점쳐 왔다. 처음엔 단순했다. 거북 등껍질이나 짐승 뼛조각의 갈라짐으로 점치는 복(卜)과 대나무 젓가락으로 점치는 서(筮)인 복서점(卜筮占)은 점술의 시작이었다. 그러다가 인간은 과학적이라 할 만큼 정교한 점술학을 발전시켜 왔다. 바로 육효(六爻)점과 육임(六壬)점이다. 육효학과 육임학이라고 불릴 만큼 학문적이다. 조선시대 때 육임은 관상감 요원을 선발하기 위한 음양과의 시험과목이기도 했다.
6(六)은 점을 나타내는 숫자이기도 하다. 육십갑자의 준말인 육갑(六甲)떤다는 말도 점과 관계있다. 자격 없는 자가 점친다고 설치는 걸 비하하는 욕이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주팔자(四柱八字)로 점치는 걸 흉내낼 순 있다. 관상이나 손금, 타로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육효떤다, 육임떤다는 말은 없다. 어려워 흉내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하도와 낙서, 사상과 팔괘, 64괘, 음양오행설, 십간십이지 등을 통합(統合) 통찰(洞察) 통달(通達)해야 육효와 육임을 논할 수 있다. 어느 특정한 때 어떤 특정인에게 작용하는 천지의 기운을 점칠 수 있다.
육효점은 주역의 64괘를 이루는 6층 모양의 육효(六爻)를 점술학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어느 구체적 질문에 대해 질문 시점을 기준으로 괘를 뽑아 점을 친다. 육임점은 매우 체계적이며 조직적이다. 오늘의 일진(日辰)에 따라 태양의 위치와 24절기까지 살피며 동양적 점성술도 동원하여 점을 친다. 육임점에서 육은 하도에서 여섯 개의 점이다. 임은 무얼까? 천지인 삼(三)을 잇는( ㅣ ) 王과 비슷한 글자인 임(壬)인 듯하다. 인사신시(人事神是), 즉 인간의 일은 천지의 신이 보여 준다는 뜻이다. 동양 역학 최고수 점술이자 학문으로 전승되어 왔다.
육효점이든 육임점이든 우리는 점을 믿을 수 있을까? 점에 관한 진실은 있다. 짧고 얇은 가벼운 동양역학 공부로 남의 미래에 관해 함부로 점칠 순 없다. 길고 굵은 묵직한 공부를 제대로 해야만 감히 점칠 수 있다. 서양역학보다 어렵다.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