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커피협동조합 카페 1호점
- 원두 최대 수입항 여건 살려
- 벨기에 생두 공급 받아 로스팅
- 발달장애인 직원 13명 근무
- 지역과 상생하는 ‘착한 기업’
흔히 커피는 원두가 맛을 좌우한다고 한다. 품질도 중요하지만 원두를 얼마나 빨리 신선한 상태에서 커피로 만드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에 수입된 커피류(원두·커피 대용물 포함) 양은 15만9000t이며 이 중 80% 이상이 부산항으로 들어온다. 이는 부산이 맛 좋은 커피를 즐기기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진작부터 이 같은 사실을 알아챈 부산커피협동조합은 5년의 준비 끝에 2019년 부산 남구에 커피 프랜차이즈 1호점 ‘bcoop(비쿱)’을 열었다. 흔한 커피숍처럼 보이지만 이곳에는 특별한 맛과 주연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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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 부산 남구 카페 비쿱에서 박재범(오른쪽) 남구청장이 이성록 부산커피협동조합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카페와 유럽형 레스토랑이 한 곳에
비쿱은 오전에는 카페, 오후에는 레스토랑을 겸하는 콘셉트로 시작했다. 카페만으로는 수익이 안 날 것을 우려한 결정이다. 실제로 비쿱은 카페에서 난 적자를 레스토랑에서 만회하고 있다.
매장에 들어서면 흔한 카페처럼 주문대가 있고 몇 개의 테이블이 있다. 그리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식사를 할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 있다. 높은 층고에 아치형 유리가 유럽 성당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실제로 비쿱은 ‘대동골의 작은 유럽’을 콘셉트로 지었다. 황령산 위쪽에 자리해 매장 밖으로 산 아래 전망이 보인다. 지치고 힘들 때 이곳에서 낮에는 커피를 마시며 수다 떨고 저녁에는 파스타와 스테이크에 맥주를 마시며 피로를 풀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매장을 열었다고 부산사회적협동조합 이성록 이사장은 설명했다.
카페는 역시 커피다. 부산커피협동조합은 9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유럽 최고의 생두 유통 업체 중 하나인 벨기에 EFICO(에피코)사와 2019년 1월 공식 수입계약을 체결했다. 에피코는 우리로 치면 경기도 연천쌀 이천쌀 등을 유통하는 집합체로, 전 세계 커피가 모인 이곳에 전화만 하면 고품질의 생두를 바로 제공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해 수입 유통에 차질이 생기면서 현재 서울과 경기도에서 생두를 공급받고 있다.
주요 제품은 에스프레소 블렌드 #A와 #E다. #A는 딸기 향을 메인으로 갖고 있으며 산미와 단맛의 조화가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다. #E는 신맛과 단맛의 밸런스가 좋으며 부드럽고 은은하게 퍼지는 다크초콜릿과 견과류의 고소함이 느껴지는 맛을 갖고 있다. 또 100% 아라비카만 사용하는 것도 강점이다. 커피 3대 원두로 꼽히는 아라비카는 로부스타에 비해 향미가 뛰어나고 품질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취재진이 아메리카노를 시켜 마셔 보니 은은하게 퍼지는 커피 향과 함께 끝 맛이 고소하게 느껴졌다. 함께 시킨 페이스트리와 곁들여 먹으니 빵의 달콤한 맛과 어우러져 기분마저 좋아지는 느낌이었다. 이 이사장은 “커피 사업만 20년 해온 협동조합 전문가들이 많은 커피 지식과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최상의 커피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깨끗한 환경에서 정직한 맛을 내는, 소위 ‘믿고 마시는 커피’를 만드는 것이 원칙이다”고 말했다.
■장애인이 생두 선별, 커피 내린다
비쿱은 사회적기업이다. 2018년 예비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된 후 2020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았다. 영리를 추구하되 취약계층 채용 등 사회적 목적도 달성해야 하는 사회적기업 특성상 이곳에도 지적장애인 13명이 근무 중이다.
카페에는 5명의 장애인이 있다. 이들은 물론 나머지 8명도 모두 바리스타 자격증을 갖춘 전문가다. 통창으로 된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이들이 가장 먼저 반긴다. 지난 5일 국제신문 취재진이 박재범 남구청장과 함께 이곳을 찾았을 때도 밝고 상냥한 목소리로 응대했다. 주문을 받는 것부터 커피를 내리는 것까지 모두 능숙하게 해낸다. 다른 커피숍에서는 보통 커피를 주문한 후 손님이 가지러 가지만 이곳은 직접 테이블 앞으로 가져다준다. 물론 이 일도 장애인 직원 담당이다. 이 이사장은 “단순히 장애인을 고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다른 사람들과 대면하고 접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타인과의 소통에 적응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며 “여기서 쌓은 경험과 경력을 바탕으로 다른 곳에 가서도 문제없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장애인 직원은 작업장에서 일한다. 판매용 드립백을 만들어 포장하거나, 수입된 생두에 섞여 있을지 모를 불순물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걸러내는 일 등을 맡는다. 놀라운 집중력으로 한 치의 오차 없이 불순물을 선별한다는 게 이 이사장의 설명이다. 같은 지적장애인이라 하더라도 일의 관심이나 사회성 등이 달라 이를 기준으로 카페와 작업장에서 일할 직원을 결정한다. 한 번 정해졌다 하더라도 언제든 다시 옮길 수 있다. 카페 체질이었던 2명은 능력을 인정받아 스타벅스에 취직하기도 했다.
부산커피협동조합은 2017년 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인증받은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다. 이는 ▷장애인 10명 이상 고용 ▷상시 노동자 중 장애인 30% 이상 고용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른 편의시설 구비 등의 조건을 갖춘 사업장을 말한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이 되면 매출과 장애인 일자리 확대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다. 50명 이상의 직원을 둘 경우 장애인을 의무고용해야 하는 기업이, 장애인 표준사업장에서 만든 상품을 구매하거나 발주 의뢰할 경우 장애인을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 장애인 미고용에 따른 부담금을 최대 5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이런 기업들로부터 늘어난 매출을 통해 장애인을 추가로 고용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는 셈이다. 이 이사장은 “장애인 표준사업장이 되면 사업장과 장애인, 그리고 장애인 고용부담금 납부기업 모두가 이득을 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며 “어렵지만 포기할 수 없다. 우리가 성공해야만 롤모델이 돼 더 많은 사회적기업이 힘을 내 장애인 고용 복지도 이룰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