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로컬크리에이터를 찾아서 <7> 남구 사회적기업 ‘비쿱’

부산항 갓 들어온 원두, 장애인 바리스타가 내려드려요

  •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
  •  |   입력 : 2021-04-13 19:55:45
  •  |   본지 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부산커피협동조합 카페 1호점
- 원두 최대 수입항 여건 살려
- 벨기에 생두 공급 받아 로스팅
- 발달장애인 직원 13명 근무
- 지역과 상생하는 ‘착한 기업’

흔히 커피는 원두가 맛을 좌우한다고 한다. 품질도 중요하지만 원두를 얼마나 빨리 신선한 상태에서 커피로 만드는지도 매우 중요하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내에 수입된 커피류(원두·커피 대용물 포함) 양은 15만9000t이며 이 중 80% 이상이 부산항으로 들어온다. 이는 부산이 맛 좋은 커피를 즐기기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 진작부터 이 같은 사실을 알아챈 부산커피협동조합은 5년의 준비 끝에 2019년 부산 남구에 커피 프랜차이즈 1호점 ‘bcoop(비쿱)’을 열었다. 흔한 커피숍처럼 보이지만 이곳에는 특별한 맛과 주연이 숨어 있다.
   
지난 5일 부산 남구 카페 비쿱에서 박재범(오른쪽) 남구청장이 이성록 부산커피협동조합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카페와 유럽형 레스토랑이 한 곳에

비쿱은 오전에는 카페, 오후에는 레스토랑을 겸하는 콘셉트로 시작했다. 카페만으로는 수익이 안 날 것을 우려한 결정이다. 실제로 비쿱은 카페에서 난 적자를 레스토랑에서 만회하고 있다.

매장에 들어서면 흔한 카페처럼 주문대가 있고 몇 개의 테이블이 있다. 그리고 안쪽으로 들어가면 식사를 할 수 있는 테이블이 놓여 있다. 높은 층고에 아치형 유리가 유럽 성당에 온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실제로 비쿱은 ‘대동골의 작은 유럽’을 콘셉트로 지었다. 황령산 위쪽에 자리해 매장 밖으로 산 아래 전망이 보인다. 지치고 힘들 때 이곳에서 낮에는 커피를 마시며 수다 떨고 저녁에는 파스타와 스테이크에 맥주를 마시며 피로를 풀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매장을 열었다고 부산사회적협동조합 이성록 이사장은 설명했다.

카페는 역시 커피다. 부산커피협동조합은 9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유럽 최고의 생두 유통 업체 중 하나인 벨기에 EFICO(에피코)사와 2019년 1월 공식 수입계약을 체결했다. 에피코는 우리로 치면 경기도 연천쌀 이천쌀 등을 유통하는 집합체로, 전 세계 커피가 모인 이곳에 전화만 하면 고품질의 생두를 바로 제공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는 코로나19로 인해 수입 유통에 차질이 생기면서 현재 서울과 경기도에서 생두를 공급받고 있다.

주요 제품은 에스프레소 블렌드 #A와 #E다. #A는 딸기 향을 메인으로 갖고 있으며 산미와 단맛의 조화가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다. #E는 신맛과 단맛의 밸런스가 좋으며 부드럽고 은은하게 퍼지는 다크초콜릿과 견과류의 고소함이 느껴지는 맛을 갖고 있다. 또 100% 아라비카만 사용하는 것도 강점이다. 커피 3대 원두로 꼽히는 아라비카는 로부스타에 비해 향미가 뛰어나고 품질이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날 취재진이 아메리카노를 시켜 마셔 보니 은은하게 퍼지는 커피 향과 함께 끝 맛이 고소하게 느껴졌다. 함께 시킨 페이스트리와 곁들여 먹으니 빵의 달콤한 맛과 어우러져 기분마저 좋아지는 느낌이었다. 이 이사장은 “커피 사업만 20년 해온 협동조합 전문가들이 많은 커피 지식과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최상의 커피를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깨끗한 환경에서 정직한 맛을 내는, 소위 ‘믿고 마시는 커피’를 만드는 것이 원칙이다”고 말했다.

■장애인이 생두 선별, 커피 내린다

비쿱은 사회적기업이다. 2018년 예비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된 후 2020년 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았다. 영리를 추구하되 취약계층 채용 등 사회적 목적도 달성해야 하는 사회적기업 특성상 이곳에도 지적장애인 13명이 근무 중이다.

카페에는 5명의 장애인이 있다. 이들은 물론 나머지 8명도 모두 바리스타 자격증을 갖춘 전문가다. 통창으로 된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면 이들이 가장 먼저 반긴다. 지난 5일 국제신문 취재진이 박재범 남구청장과 함께 이곳을 찾았을 때도 밝고 상냥한 목소리로 응대했다. 주문을 받는 것부터 커피를 내리는 것까지 모두 능숙하게 해낸다. 다른 커피숍에서는 보통 커피를 주문한 후 손님이 가지러 가지만 이곳은 직접 테이블 앞으로 가져다준다. 물론 이 일도 장애인 직원 담당이다. 이 이사장은 “단순히 장애인을 고용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다른 사람들과 대면하고 접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타인과의 소통에 적응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라며 “여기서 쌓은 경험과 경력을 바탕으로 다른 곳에 가서도 문제없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나머지 장애인 직원은 작업장에서 일한다. 판매용 드립백을 만들어 포장하거나, 수입된 생두에 섞여 있을지 모를 불순물을 일일이 수작업으로 걸러내는 일 등을 맡는다. 놀라운 집중력으로 한 치의 오차 없이 불순물을 선별한다는 게 이 이사장의 설명이다. 같은 지적장애인이라 하더라도 일의 관심이나 사회성 등이 달라 이를 기준으로 카페와 작업장에서 일할 직원을 결정한다. 한 번 정해졌다 하더라도 언제든 다시 옮길 수 있다. 카페 체질이었던 2명은 능력을 인정받아 스타벅스에 취직하기도 했다.

부산커피협동조합은 2017년 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인증받은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다. 이는 ▷장애인 10명 이상 고용 ▷상시 노동자 중 장애인 30% 이상 고용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에 따른 편의시설 구비 등의 조건을 갖춘 사업장을 말한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이 되면 매출과 장애인 일자리 확대에서 이득을 볼 수 있다. 50명 이상의 직원을 둘 경우 장애인을 의무고용해야 하는 기업이, 장애인 표준사업장에서 만든 상품을 구매하거나 발주 의뢰할 경우 장애인을 고용한 것으로 간주해 장애인 미고용에 따른 부담금을 최대 5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장애인 표준사업장은 이런 기업들로부터 늘어난 매출을 통해 장애인을 추가로 고용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는 셈이다. 이 이사장은 “장애인 표준사업장이 되면 사업장과 장애인, 그리고 장애인 고용부담금 납부기업 모두가 이득을 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며 “어렵지만 포기할 수 없다. 우리가 성공해야만 롤모델이 돼 더 많은 사회적기업이 힘을 내 장애인 고용 복지도 이룰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2. 2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3. 3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4. 4‘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5. 5[사설] 외국인 400만 시대, 부산은 이제 체류형 관광이다
  6. 6‘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7. 7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8. 8부캉이 떠나도 북항 북적이려면…“원도심 접근성 개선을”
  9. 9기장군수실 1층 이전 ‘없던 일로’
  10. 10매표소 오픈런…레드카펫 ★ 보려 외국인 새벽부터 달려왔다
  1. 1100억대 체임 국제신문 대주주, 국감 증인 채택
  2. 2조희대 “국회·대통령의 제청 간섭은 위헌”(종합)
  3. 3송곳검증 벼르더니…교통·시설公도 싱거웠던 시의회 청문회
  4. 4여야, 국감서 알래스카 LNG 사업 집중 추궁
  5. 5[뭐라노] 조희대 “국회·대통령, 대법원장 제청 간섭 위헌”
  6. 6연일 노무현 때리는 한동훈, 박정희 띄우는 주진우…檢 출신들 속내는
  7. 7이 대통령 "북극항로 시범운항 선박 귀항 부산의 미래 깃발, 신경써달라"
  8. 8‘맹탕 청문’ 의식 부산시의회, 교통·시설公 송곳검증 벼른다
  9. 9부산 민주당 "주진우, 암살자(들) 부산영상위 시사회 사실왜곡 비판"
  10. 10검찰개혁, 중수청장 임명 두고 커지는 집안싸움
  1. 1부산 전셋집 1년새 11%↓…매물가뭄 심화에 세입자 울상
  2. 2‘부캉이’는 무태상어 아닌 흑상어…수과원 근접영상 분석 최종 확인(종합)
  3. 3센텀2지구 속도전…풍산 이전지 주민 경청·토지보상 착수
  4. 4롯데백화점, 업계 첫 외국인 매출 1조 ‘포문’
  5. 5금감원 “AI 해킹 시도 IP 28개 확인”
  6. 6부산 극지해양 전문강사 “현장 능력 키워요”
  7. 7부산 청년기업 ‘DPP(디지털제품여권)’ 국내 첫 상용화
  8. 8주가지수- 2026년 10월 6일
  9. 9SMR 골든타임 놓치나…"원안위 심사기준 2032년에야 마련"
  10. 10보스턴다이내믹스, 글로벌 AI 전문가 CEO로 영입
  1. 1실속 없는 ‘국제기구 인증’ 혈세 붓는 기초단체
  2. 2‘경영난’ 태종대 집와이어 재개장…이용료 1만 원 낮췄다
  3. 3부캉이 떠나도 북항 북적이려면…“원도심 접근성 개선을”
  4. 4기장군수실 1층 이전 ‘없던 일로’
  5. 5전기車 높아진 인기에 예산 동나…부산시, 하반기 1520대 더 지원
  6. 6전재수 시장, 소통 행보…사흘 연속 생중계 회의(종합)
  7. 7부산중수청장 “정치 중립성·수사 독립성 엄격히 지키겠다”
  8. 8박완수 경남도지사 “행정통합 위해 부울 시장 설득”
  9. 9양산시보건소 일반진료 줄인다
  10. 10“침묵하는 대주주, 대화 자리 나서라”
  1. 1김도영 굳히기냐, 힐리어드·오스틴 뒤집기냐
  2. 2롯데, 6위 탈환 사활…3위 싸움 변수로
  3. 3조코비치, 올 첫 우승 눈앞
  4. 4장애인AG 결단식…“金 21개 이상 목표”
  5. 5가을은 놓쳤지만…거인 ‘레·황(레이예스·황성빈)’ 도전은 계속된다
  6. 6“감독님이 먹으라고” 정수진, 내막 폭로…유도회 “선수관리·운영체계 점검” 사과
  7. 7불안한 모레노호 우즈벡전 반등할까
  8. 8레이예스 200안타 달성에도…롯데, 두산에 4안타 그치며 패배
  9. 9‘손흥민 A매치 한국인 최다 골’ 우즈베키스탄에 2-0 완승
  10. 10아시안게임 폐막…한국 金 39개, 44년 만에 최소
우리은행
민선9기 지역일꾼 만나다
“누이센터·대봉산 휴양밸리 등 준비해 온 사업, 완성할 차례”
준비 안 된 '경찰시대'
법리 복잡한 지능범죄 급증…“공부해 수사할 엄두 안 난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