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청장 등 전문가들 현장 탐문
- “조명 없어 CCTV만으로는 한계”
- 서구, 지역 내 야산 7곳 수요 파악
- 첨단시설 유동인구 측정도 가능
부산 서구의 한 등산로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국제신문 지난 12일 자 9면 보도)한 지 보름이 지나도록 경찰이 용의자 파악에 실패하면서 주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관할 자치단체인 서구는 CCTV 등이 결합된 다목적 가로등을 설치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구는 사건이 발생한 시약산을 비롯해 지역 내 야산 7곳에 ‘스마트 폴’을 구축한다고 18일 밝혔다. 스마트 폴은 가로등, CCTV, 무선인터넷 기지국, 유동인구 측정센서 등이 결합된 최첨단 가로등이다. 서울시가 범죄 예방 목적으로 서울광장, 숭례문, 청계천변 등 6곳에 26개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애초 구는 관내 주요 등산로 10곳에 1억5000만 원을 투입해 방범용 CCTV를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하지만 지난 16일 진정무 부산경찰청장을 비롯한 전문가들의 현장 탐문 결과, CCTV로는 한계가 뚜렷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산에는 나무 등 지장물이 많고 조명이 없어, CCTV만으로는 사건 발생 현장을 포착하더라도 용의자를 특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진 청장은 이날 사건 현장을 살핀 뒤 공한수 서구청장에게 “등산로가 어두컴컴한데 가로등이 필요하겠다”는 의견을 냈다.
이번 사건도 피해자가 일출 전인 오전 5시30분에 산에 올라 6시께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일대에 아무런 조명이 없어 만약 CCTV가 있었더라도 용의자를 특정하기 어려웠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 경찰은 등산로 입구에 주차된 차량의 블랙박스 동영상을 확보했지만, 주변이 어두워 등산객을 식별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인근 주민은 유사 사건·사고 예방을 위해서라도 설비 보강이 필요하다고 촉구해왔다. 이 산에는 산불 감시초소가 10여 곳 있지만 초소와 등산로 입구 모두 CCTV가 설치돼 있지 않고 조명도 어둡다.
등산로 입구 다세대 주택에 거주하는 주민 A(여·61) 씨는 “새벽과 한밤에는 가로등 하나 없어 늘 불안했다. 사건 이후 주민 불안감은 더 커지고 있어 조명과 CCTV 설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구는 CCTV와 가로등이 접목된 스마트 폴이 유효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 구청장은 “새벽과 밤에 등산하는 노인이 주변이 어두워 부상을 당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이번 사건도 어두운 시간대 일어났다. 조만간 전수조사를 실시해 정확한 수요와 비용을 파악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구의회도 협조를 약속했다. 서구의회 이석희 의장은 “CCTV와 가로등은 구민 안전과 직결되는 시설이다. 예산 편성에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