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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철의 낱말로 푸는 인문생태학]<510> 팔상과 팔괘 : 5000년 역사

  • 박기철 경성대 교수
  •  |   입력 : 2021-04-19 19:30:50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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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전화번호엔 8이 넷이나 있다. 이왕이면 8이 많은 번호를 달라 해서 받은 번호다. 8이 좋은 숫자라는 말을 어디서 들었던 것같다. 이 8을 가지고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숫자 이야기, 무한대 ∞과 비슷하게 생긴 이야기, 예수께서 말씀하신 팔복(八福)이나 석가모니께서 말씀하신 팔정도(八正道) 이야기 등을 할 수 있다. 프레임을 어디에 대느냐에 따라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런데 팔괘(八卦)에 프레임을 대면 이야기가 복잡 난해해진다. 대강의 개요는 일반인도 이해할 만하다.

   
팔상인 팔괘는 동양 역학(易學)의 근간이면서 명리학 역술학 점술학 풍수지리학의 근본이다. 팔괘를 이해해야 한다. 팔괘의 무엇을 이해해야 하나?

팔괘의 모양은 단순하다. 그깟 여덟 개가 뭐라고 코웃음을 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그렇지 않다. 설명을 읽거나 들으면 알 것도 같은데 뒤돌아서면 금방 까먹는다. 알다가도 모르겠다. 이게 그거 같고 그게 저거 같고 저게 이거 같다. 아주 무척 매우 헷갈린다. 무조건 외울 수도 있지만 외워도 헷갈린다. 팔괘가 넘기 힘든 높은 벽인 건 사실이다.

우선 주나라 문왕이 만든 전략적 후천 팔괘보다 삼황시대 복희가 그린 순리적 선천 팔괘를 이해하는 게 먼저다. 가운데가 끊어진(絶) 음인 --이 뚫려서 빠지거나 흡입하는 모양이라면, 곧게 이어진(連) 양인 ―은 힘차게 드러나거나 분출하는 모양이다. ①건은 하늘인데(一乾天), 세 효가 이어졌다(乾三連). ②태는 연못인데(二兌澤), 위의 효가 끊어져 있다(兌上絶). ③리는 불인데(三離火), 중간 효가 끊어져 있다(離中絶). ④진은 우레인데(四震雷), 아래 효가 이어져 있다(震下連). ⑤손은 바람인데(五巽風), 아래 효가 끊어져 있다(巽下絶). ⑥감은 물인데(六坎水), 중간 효가 이어져 있다(坎中連). ⑦간은 산인데(七艮山), 위의 효가 이어져 있다(艮上連). ⑧곤은 땅인데(八坤地), 세 효가 끊어졌다(坤三絶). 이들 8개 모양이 뜻하는 바를 넓고 깊게 나름 연상하고 숙고하여 이해한 후 구구단 외우듯 암기하길 추천한다. “1건천 건삼련, 2태택 태상절, 3리화 리중절, 4진뢰 진하연, 5손풍 손하절, 6감수 감중련, 7간산 간상련, 8곤지 곤삼절.”

오행에서 나무 불 흙 쇠 물이 상생-상극하는 다섯 가지의 순환적 성질이라면, 팔괘에서 하늘 연못 불 우레 바람 물 산 땅은 삼라만상을 이루는 여덟 개의 상징적 형상(形相)이니 팔상(八相)이다. 여덟 방위이기도 하며, 아빠 엄마 3남3녀 여덟 식구이며, 우리 몸을 이루는 여덟 개 기관이며, 어떤 물질이나 생명체의 여덟 가지 속성이기도 하다. 합해서 9가 되면서 서로 짝을 이루는 8괘 각각 모양의 의미가 금방 눈에 들어오고 이해되고 외워져야 나중에 64개의 괘사로 넘어갈 수 있다.

   
요즘 세상에 뭘 이런 걸 알 필요가 있을까? 반만년을 면면히 이어져 온 팔괘다. 무시할 수 없다. 무불통달할 순 없어도 알아볼 만하다. 형통한 삶을 위하여….

경성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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