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마스크 착용 요구 택시기사 폭행
- 사소한 시비 끝에 지인 살해까지
- 집단적 히스테리 경향 확산 우려
코로나19 장기화로 일상생활의 제약마저 1년이 넘어가면서 코로나 블루(우울감)를 넘어 코로나 레드(분노) 현상이 잦아지고 있다. 사소한 시비가 폭행 등 심각한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백신 절벽으로 코로나 사태가 더욱 장기화될 조짐마저 보여 사회 전반에 집단적인 히스테리 경향이 고착화될 우려도 커진다.
부산 부산진경찰서는 말다툼 끝에 지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주택에 불을 지른 혐의(살인 등)로 50대 A 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21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지난 20일 밤 11시52분 부산진구의 한 다세대주택 1층에서 지인인 50대 B 씨를 흉기로 살해한 뒤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다. 이 화재로 3층에 거주하던 60대 여성이 대피하다 추락해 중상을 입었으며, 다른 입주민 3명도 연기를 흡입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지난 20일 오전 11시40분에는 해운대구 한 호텔에서 택배기사가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는 보안 요원의 목을 조르다 현행범으로 체포됐고, 지난 2월에는 사상구 공무원이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는 택시기사를 폭행해 입건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 걸그룹 가수가 야외 수목원에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가 방역 수칙을 위반했다는 신고를 당하면서 논란을 키웠다. 방역수칙을 위반한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5인 이상 모임 금지 등 강력한 방역수칙에 사회 전반이 피로감을 느끼는 가운데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다.
코로나19로 ‘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제약이 커지며 일상을 침해받는 데다 경기 침체까지 겹치며 분노와 짜증을 표출하는 코로나 레드 현상은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스라엘과 미국 등 일부 국가가 백신 접종을 통해 집단면역에 성큼 다가서는 상황도 백신 부족 사태를 겪는 국민에게는 극심한 스트레스 요인이다. 지난해 11월 알바천국이 성인 286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 75.9%가 코로나 레드를 경험했다. 증상으로는 ‘사소한 일에도 잦아진 짜증’(66.6%)이 가장 많았고 ‘습관적인 불만 토로’(35.6%), ‘갑자기 치미는 화’(30.7%) 등이 뒤를 이었다.
동아대병원 박재홍(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사람은 각자의 방법으로 감정과 스트레스를 관리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이 방법을 원활히 쓸 수 없는 상황이 장기화되며 통제되지 않는 분노로 나타나게 됐다”며 “피로와 스트레스가 개인을 넘어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팽배해질 수 있는 만큼 적절한 감정 관리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준영 기자 ljy@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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