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日이 세운 기념비 철거 논란도
러일전쟁 당시 일본 해군의 함포사격 훈련으로 섬 면적 98%가 사라지고 2%만 남은 비운의 섬 ‘취도’(경남 거제시 부속 섬·약도)를 다크투어리즘 대상지로 개발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크투어리즘은 잔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나 재난·재해 현장을 돌아보는 여행이다.
경남 거제시의회 이인태 의원은 지난달 29일 열린 제225회 시의회 임시회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취도는 일본군의 포탄에 유실된 치욕의 현장이지만 역사적 교훈을 얻는 다크투어 상품으로 소중한 관광자원이 될 것”이라며 “아픈 우리 역사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공간으로 만들자”고 제안했다. 취도는 거제 가조도 북쪽에 있는 작은 섬이다. 러일전쟁(1904~1905년) 때 일본군은 취도를 러시아의 발트함대로 상정하고 섬을 향해 함포 사격 훈련을 했다. 바위섬 취도는 어마어마한 함포 사격으로 파괴돼 현재는 원래 면적의 2%(1884㎡)만 남았다고 한다. ‘독수리섬’ 취도(鷲島)는 일본군 함포사격 훈련 때 ‘불타는 섬’ 취도(吹島)로 이름이 바뀌었다고 전한다.
당시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가 아니었으나 일본은 취도가 마치 자기 영토인 것처럼 사용했다. 일본군은 발트함대와 전투 후 승리에 도취해 취도에 기념비를 세웠다. 기념비 맨 위에는 1m 높이의 포탄을 얹었다. 비문에는 섬의 원형을 파괴해 공을 세울 수 있었다는 내용 등이 적혀 있다. 이 때문에 취도 기념비를 철거해야 한다는 쪽과 역사적 상징물로 보존해야 한다는 쪽의 대립이 격화되기도 했다.
이 의원은 “일제 탄압의 상징인 서대문형무소는 역사관·독립공원으로 승화해 과거와 현재를 후세에 알리고, 제주 역시 일제강점기와 4·3 학살을 다크투어리즘으로 재조명한다”며 “취도 역시 포탄의 공포와 불안이 서려 있지만, 아픈 역사라고 외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아픈 과거는 수치스러워 숨겨야 하는 것이 아닐뿐더러 오히려 인류 평화의 소중함을 상기시키고 국가의 힘을 키워 다시는 아픔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취도 기념비 비문을 한국어, 영어 등 세계 각국의 언어로 번역해 취도를 찾는 시민과 관광객에 제공하자고 제안했다. 또 취도에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무궁화를 심고 가꿔 치욕의 섬을 ‘치유의 섬’으로 탈바꿈시키자고 주장했다. 선착장 건립과 안내판 설치, 문화해설가 양성 등도 뒤따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현철 기자 phcnew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