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 만 18~39세 미취업자 고용
- 보직과 명함 주고 자율업무 보장
부산 동구가 일자리 없는 청년에게 회사를 운영하도록 하는 이색적인 정책을 시행한다. 공공기관이 사업을 주도하는 대신 청년의 자율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실험적 성격이 짙어 이목이 쏠린다.
동구는 이르면 오는 7월부터 지역 미취업 청년을 위한 ‘이바구 컴퍼니’를 운영한다고 9일 밝혔다. 동구에 거주하는 만 18~39세 미취업 청년을 사원으로 채용한 뒤 이들에게 회사 운영을 맡기는 프로젝트다. 참가자는 보통의 회사원처럼 보직과 명함을 받는다. 또 매일 동구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부산본부에 마련된 회사로 출근한다.
하지만 회사 업무는 자율이다. 취업 공부를 하든, 동료 사원과 여가를 즐기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것이 일반 회사와의 차이점이다. 마음이 맞는 사원과 함께 회사 차원에서 시도해보고 싶은 사업을 고민하고, 실제로 추진해본다. 동구는 사원이 필요로 하는 지원을 제공한다. 동구가 ‘백수 사원’을 위해 미리 준비한 프로그램은 전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청년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상주 공간만 제공하는 셈이다. 월급도 없다.
이번 프로젝트는 청년 사업 대부분이 관(官) 주도로 진행됐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대부분 사업에서 청년은 수동적 역할에 그쳤고, 사업 내용은 관 특유의 경직되고 형식적인 지원이 주를 이뤘다는 것에서 탈피하자는 반작용이다.
청년이 프로젝트 자체를 능동적으로 주도하는 가상의 회사가 생긴다면, 이전과는 달리 청년이 꿈꾸는 사업이나 기발한 상상력을 사업에 담을 수 있다. 지자체 또한 청년의 아이디어에서 힌트를 찾아 이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지원할 수 있다는 게 동구의 판단이다.
동구는 이번 사업을 통해 무직 청년에게 소속감을 부여하는 동시에 참신한 아이디어를 통해 ‘방구석 백수’에서 벗어날 수 있는 동력을 제시하겠다는 방침이다. 동구 진순희 일자리창출계장은 “사원이 낸 아이디어만으로 회사가 운영되는지 지켜볼 계획이다. 지나치게 공익과 거리가 먼 사업이 아니라면 무엇이든 상관없다”며 “진척이 더디다고 생각될 때만 대안을 제시할 생각”이라고 설명했다.
동구는 2회에 걸쳐 40명의 청년을 채용할 예정이다. 사원이 된 청년에게는 향후 마을만들기 등 도시재생 프로그램과 연계시키거나 공공형 일자리 지원시 가점을 부여하는 등의 사회참여 기회도 제공한다. 최형욱 동구청장은 “이곳에서 청년의 무제한적인 ‘작당’이 이뤄질 것이다. 다른 사원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동기를 부여받고, 여러 기발한 아이디어를 창안해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신심범 기자 met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