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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부울경을 빛낸 출향인 <10> 백롱민 분당서울대학교병원장

얼굴기형 26년 무료수술, 동남아 어린이 미소 되찾아주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1-05-09 19:31:29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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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형 백세민 성형의 교수 보며
- 수술 잘하는 외과의사 꿈 키워
- 베트남 4000명 기형아동 치료
- 인니·미얀마·캄보디아로 확대

- 의료정보분야 국내외 최고 수준
- 종이 없는 차트 디지털화 구축
- 코로나전담병원으로 대응 최선

- 부산 의료수준 서울에 안 뒤져
- 의료산업화 등 투자 지원 필요
- 지방 정부 다각적 관심·협력을

1996년 봄 베트남 하노이에 스무 명 남짓의 한국 의사와 간호사가 무료 진료를 위해 도착했다. 서울~하노이 직항노선이 없던 때라 홍콩을 거쳐 하노이까지 꼬박 하루가 걸렸다. 베트남 전쟁의 상흔이 아물지 않은 때였다. 그들이 무료 진료한 베트남의 108 국군중앙병원은 우리로 치면 국군수도통합병원 같은 곳이다. 적개심과 의구심을 지우지 못한 차가운 눈초리가 그들을 맞았다. 한국 의료진을 이끈 이는 인제대 백병원 성형외과 백세민 주임교수와 그의 열여섯 살 아래 친동생이자 동료인 백롱민 교수였다. 두 형제는 1989년부터 해마다 100여 명의 국내 얼굴 기형환자를 무료 진료했다.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활동을 위해 1995년 ㈔세민얼굴돕기후원회를 설립했다. 사정이 더 어려운 다른 나라로 봉사를 넓히기로 하면서 정한 첫 나라가 당시 갓 수교한 베트남이었다. 초대 주한 베트남 대사 응우엔 푸빙을 통해 베트남 의무사령관이자 ‘인민의사’ 칭호를 가진 응웬 후이 판 장군을 소개받았다. 그렇게 베트남 얼굴기형 환자 무료 진료 26년의 역사가 시작됐다.
백롱민 분당서울대병원장이 베트남 얼굴기형 환자를 26년간 무료로 진료해준 스토리를 전해주고 있다. 김정록 기자 ilro12@kookje.co.kr
백롱민 교수는 2003년 개원 후 불과 20년 못 되어 경기 남부권역을 대표하는 분당서울대병원장이 됐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세계적인 디지털 병원으로 연구 및 진료와 산업이 함께 어우러진 융복합 메디컬 헬스케어 콤플렉스다. 부산 출신인 그는 이 병원이 개원할 때 때 합류했다. 지난 20여 년 성형외과 과장, 진료부원장, 연구부원장을 거쳤다. 코로나 사태에 권역 거점 병원으로, 25병상의 코로나 19 전담중환자실을 운영하고 있는 국립대학병원장으로서 그는 잠시도 쉴 틈이 없다. 쉽게 외부인을 만날 수도 없다. 백 원장을 지난달 1일 분당서울대병원 3층 대회의실에서 만났다. 코로나19 지침에 따른 거리두기를 위한 그의 세밀한 조치였다. 인터뷰도 회의용 스피커를 이용해 이뤄졌다. 그는 부울경 의료에 대해 “크고 좋은 병원이 있고, 시설과 의료수준이 결코 서울에 뒤지지 않는다”며 “환자가 신뢰를 가지고 서울이 아닌 지역 병원을 찾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병원 내 방침이라며 한사코 자신의 경력에 관한 구체적인 연도 표기를 허락하지 않았다.

-고향 부산이 그립지 않나.

▶고관 입구에서 초량동 뒷길을 따라 대신동 동아고까지 매일 걸어 등교했다. 늦둥이 아들이라 ‘영도다리 밑에서 주워왔다’는 얘기를 부모님으로부터 듣고 자랐다. 중앙초등학교에 다녔다. 그 무렵에는 도시락을 싸 들고 오는 친구가 거의 없었다. 다들 어렵고 가난한 시절이었다. 점심시간에 옥수수빵을 받다가 나중에는 밀가루 빵에 우유를 곁들여 배식받았다. 학교 급식이 유일한 식사였던 때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이사를 했다. 부산에 친구 대부분이 살고 있다. 동아중학교 시절 가장 가까웠던 두 친구가 있었다. 한 친구는 함께 의과대학에 진학해 산부인과 의사가 되어 부산에 살며 울산의 병원에서 일한다. 또 한 친구는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해 서울에서 변호사로 있다. 고향 부산은 이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도시이다. 추억이 있고 친구가 있는 곳이다. 삶에 늘 넉넉한 마음 밭이 되어주었다. 당장이라도 달려가 살고 싶은 곳이다.

-코로나19 대응으로 여념이 없는 것 같다.

▶지난해 초 팬데믹 상황 후 단 한 순간도 방심할 수 없었다. 경기도 중증코로나 19 전담병원인 우리가 무너지면 경기도 가 무너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행히 적지 않은 환자의 발생에도 경기도 산하 보건소와 의료원, 우리 병원 간 역할 분담과 업무 협력이 잘 이루어졌다. 효과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병원장으로서 일상의 사적인 생활을 잊고 오직 주어진 위기관리와 대응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병원 규모가 굉장하다. 세계적인 첨단 디지털 병원이라 들었다.

▶그렇다. 2003년 3월 개원 당시 800병상이었다. 2013년 1334병상으로 증설했다. 게다가 융복합 의료연구클러스트인 2만5000평 규모의 헬스케어혁신파크가 있다. 전체 부지면적이 5만400평이다. 국내 병원 중 가장 넓은 대지다. 건물 연면적이 10만 평, 종사자 5400명으로 시설과 병상 규모 등으로 볼 때 국내 5위권이다. 명실상부한 정상급 대학병원으로 대한민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수준의 병원으로 손색이 없다. 특히 의료정보 분야와 이를 진료에 적용하는 것은 국내외를 통틀어 최고로 손꼽힌다. 개원할 때부터 완전한 ‘종이 없는 병원’이었다. 최첨단 전자의무기록을 기반으로 종이 및 차트와 필름이 없는 세계 최초의 디지털 종합병원으로 출발했다. 2008년 제2의 도약을 준비하면서 2013년까지 규모와 운영 면에서 데이터 중심 차세대 병원으로서 세계적 수준의 의료정보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결과 중동과 미국 등에 100억 원대에 달하는 의료정보시스템을 수출하기도 했다. 첫 준비 때만 해도 대부분 우려와 회의적인 눈초리를 보낸 것이 사실이다. 부원장으로서 5년간 이를 진두지휘했다. 전적으로 자체 개발했고 차세대의료정보시스템 구축에 450억 원 정도가 투자됐다.

-병원장으로서, 의사로서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어릴 때부터 막연하게 최고의 의사가 되겠다는 꿈이 있었고 구체적으로 수술을 가장 잘하는 외과의가 되고 싶었다. 서울의대를 졸업했다. 성형외과를 수련한 것은 당시 한국 의료계를 강타한 ‘백세민 신드롬’도 한몫했다. (친형인) 백 교수는 당시 젊은 의사의 롤 모델이었다. 나 또한 형님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그는 미국뿐만 아니라 세계 성형외과 무대에서 안면 미세수술과 얼굴 뼈 수술에서 독보적인 존재였다. 1989년 서울대학교병원에서 레지던트를 마치고 당시 형이 있던 인제대 서울백병원에 임상강사로 갔다. 조교수 부교수 주임교수로 근무하다 2003년 7월 신설 개원한 분당서울대병원으로 옮겨왔다.

-오랫동안 베트남에서 무료 진료를 해 왔다.

▶지난해로 25주년이 되었다. 베트남 측에서 기념식을 준비했는데 코로나19로 열지 못했다. 1992년 정식 국교를 수립했으니 2022년이면 수교 30주년이 된다. 베트남 첫 의료봉사는 1996년 6월 20명의 의료진이 10일간 베트남에 머무르며 190명의 구순열 구개열을 비롯한 얼굴기형 어린이를 수술했다. 당시 부통령이고 외무장관을 역임한 마담 빙이 직접 찾아왔고 우리를 대통령 궁으로 초청했다. 그녀는 파리평화회담 베트남 대표였고 냉전 시대에 제 3세계 회의 의장으로 우리 외교를 무척이나 힘들게 한 장본인으로 유명하다. 나는 베트남 얼굴기형수술 20주년을 맞아 그 공로로 2015년 베트남국가우호훈장을 받았다. 지금까지 4000여 명의 환자를 수술했다. 가지고 간 수술기구, 마취 장비, 수술 소모품 등은 모두 현지에 주고 온다. 매년 베트남 의사를 한국으로 초청해 교육과 훈련을 제공한다. 직접 낚시를 하게 하려면 낚싯대와 미끼를 주고 낚시하는 법까지 가르쳐야 주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현재는 인도네시아와 미얀마 캄보디아 우즈베키스탄 몽골 등으로 확대됐다.

-베트남과의 26년, 특별히 남겨야 할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가 2000년 다섯 번째 의료봉사 현장에 찾아왔던 ‘타잉’이다. 그전 해 우리에게 수술을 받아 정상적 생활을 할 수 있게 된 그가 “대장간에서 일하며 곧 결혼한다”고 진료 현장을 찾아왔다. 손에는 자신이 재배한 땅콩 한 자루를 들고 종일 기차를 타고 우리를 보러 달려온 것이다. 어릴 때 수류탄을 가지고 놀다 폭발사고를 당해 전신 화상을 입었다. 턱과 목이 붙은 채 청소년기를 보냈다. 그런 그를 수술을 통해 정상적인 생활로 되돌려 주었다. 첫 베트남 진료 때부터 지금까지 의료 물품과 경비 일체를 지원해 준 SK그룹의 일관되고 헌신적인 도움 또한 잊을 수 없다.

-형 백세민 교수 이야기를 하지 않고 지나갈 수는 없다.

▶그렇다. 형은 나의 스승이었다. 그리고 대한민국 의료계와 세계 성형외과 분야에서 다대한 성과를 이룬 선구자였다. 백세민 교수는 1943년 진주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다. 부산중·고와 서울대 의대를 거쳐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외과를 거쳐 성형외과를 수련했다. (당시에는 미국서 성형외과 전문의가 되려면 일반외과나 이비인후과 전문의 자격을 먼저 얻어야 했다). 미국의 뉴욕 마운트시나이병원의 성형외과 과장으로 재직하며 미세재건 성형수술과 안면골 성형술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귀국해 고려대 인제대 등에서 후학을 가르치며 한국 성형외과의 비약적 발전과 세계화를 주도했다. 무엇보다 베트남과 무료 진료의 첫 장을 열어주었다.

-부울경 지역 의료 발전을 위해 조언해 달라.

김일출 Systems Wisdom Korea 대표이사
▶지방 정부가 공공 의료의 질 향상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의료서비스의 질이 향상되기 위해서는 장비 시설 시스템과 인력에 대한 충분한 자원이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진료를 뛰어넘어 의료 산업화로 나아갈 수 있도록 산업화 지원정책을 도입해야 한다. 지역거점병원의 육성에 지방정부가 다각적인 관심과 협력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 백롱민 원장은

▷부산에서 출생해 중앙초등, 동아중, 동아고,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다. 서울대 의대 성형외과 주임교수, 분당서울대병원 진료부원장, 연구부원장을 거쳐 현재 원장을 맡고 있다. 대한성형외과학회장, 대한의료정보학회장, 대한의학레이저학회장, 대한두개저외과학회장을 지냈으며 현재 대한성형외과학회장을 맡는 등 다양한 학회 활동을 하고 있다.

김일출 Systems Wisdom Korea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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